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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03]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연극 ‘길 떠나는 가족’ 9월 25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9.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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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1991년 현대극장에 의해 제작 초연됐다. 작품은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이중섭 화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2014년 명동 예술극장에서 공연 전회매진의 신화를 기록했으며 연희단거리패 30주년을 맞아 2016년 3월 콜롬비아에서 열렸던 제15회 이베로 아메리카노 연극 페스티벌에 참여해 해외관객들에게도 감동을 끌어내며 전회 기립박수를 받았다. 작품은 2016년 8월 대학로에서 다시 부활했다.

올해는 특히 화가 이중섭의 탄생 100주년, 서거 60주년이다. 그를 기리는 전시회는 물론이고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중섭 화가의 친숙한 작품세계와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들이 후세들에 의해 기억되고 여전히 사랑받으며 추앙되고 있다. 그의 예술혼을 중심으로 연희단거리패와 이윤택 연출의 연극 혼이 만나 2016년 다시 한 번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대표 예술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 작품은 올봄 타계하신 연극계의 큰 어르신 김의경 선생님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작품은 이중섭의 어린 시절부터 타계까지, 그의 가족과 본인에게 처한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서 겪은 어린 시절과 일본 유학 시절, 그리고 제주도에서의 가난했지만 단란했던 시절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진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적 삶과 정신을 그린다. 작품은 올해 4월에 타계하신 김의경 선생의 어린아이같이 소박하고 꿈같은 아름다운 대사와 투박하지만 날 선 에너지를 고스란히 무대에 풀어내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게 한다.

작품은 인간 이중섭의 고달팠던 삶의 궤적과 화가 이중섭의 치열했던 예술세계를 동시 배치한다. 우리는 예술가로서의 특이한 정신세계의 형이상학적인 메타포와 현실의 경계에서 처절하기만 한 삶과 이상향의 충돌과 한계에서 피폐해져 간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애잔한 가슴으로 그를 기리고 짠한 가슴을 쓸어담게 된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일제 강점기 함경도 원산에서의 생활과 일본 유학 시절 만난 마사코(이남덕)와의 사랑, 한국전쟁 발발 시 부산으로 피난와 궁핍한 생활을 가까스로 견디는 모습들, 가족과 더불어 제주도에서의 오붓했던 한 때, 다시 가족과 헤어져 병원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을 때까지를 그린다. 우리는 동화 같지만 처절한 한 예술가의 삶의 흔적들을 통해 절망적인 시대를 견뎌낸 한 예술가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고 그의 은박지에 그려진 그림들과 투박하지만 살아 숨 쉬는듯한 생명력이 넘실대는 에너지 가득한 그의 예술 작품들을 한층 고귀하게 여기는 깊은 감흥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작품은 그런 예술가를 억압하던, 시대적으로 예민한 상황과 경제적 빈곤이라는 극한 상황이 인간의 기본적인 희로애락의 감정마저도 단절하게 하는 현실 속에서 오로지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던 그의 고단하고 피폐한 삶의 흔적을 무대에 그림 그리듯이 보여준다. 관객들은 그의 이상향과 현실 속의 환상적인 그만의 예술세계를 오롯이 볼 수 있다. 또한, 가족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이중섭의 순수한 열정과 예술가로서의 고뇌의 깊이는 보는 내내 짠하고 안타까운 한숨을 토해내게 한다.

바다와 커다란 화폭을 배경으로 만든 듯한 커다란 이젤 캠퍼스와 같은 심플하고 비어있는 무대에 ‘이영란’의 오브제와 동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소품을 활용한 물체극이 펼쳐진다. 이중섭의 예술혼과 연결한 보이지 않은 끈을 ‘조인권’의 빛의 확장과 축소를 통한 라인조명은 세련된 미쟝센을 일구어냈다. 거기에 전체를 아우르는 ‘이윤택’ 연출의 남다른 뜨거운 연극적 호흡과 에너지, 그리고 배우들의 열정이 작품에서 세련된 합을 일구어내 모두가 화룡점정처럼 빛을 발했다.

마치 이 시대 무대를 위해 환생한 듯한 이중섭 역을 맡은 윤정섭 배우의 연기적 투혼은 놀라움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의 말투며 움직임들이 마치 이중섭이 사후세계의 꿈속을 뚫고 걸어 나온 듯 이미 그는 이중섭 그 자체가 되어 온몸을 불사르며 연기투혼으로 무대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또한, 어머니와 주모역을 한 김소희 배우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차분한 안정감을 선사했다. 더불어 간드러진 트로트풍의 만요를 불러제끼는 솜씨는 누가 와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는 여유와 관록과 깔맞춤의 비음 섞인 노랫가락으로 순간 분위기를 압도했다.

‘김시율’의 작곡과 음악감독의 역할은 본인의 큰 덩치보다도 훨씬 커다란 울림으로 극장을 가득 채우며 객석으로 스며들게 했다. 작품과 캐릭터의 정서를 리드하는 깊이있고 정감있는 선율의 피아노와 장고, 북, 피리 등 국악기를 절묘하게 합체해 구성진 노랫가락과 구음으로 공간과 극적인 정서나 에너지를 리드하거나 인물의 심리까지 파헤치며 토해내는 듯한 울림이었다.

2016년 9월 10일부터 9월 25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_연희단거리패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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