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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적 텍스트로서의 처용무 - 기호학으로 춤 읽기 4

 

처용무의 기호학적 구조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언급하였다시피 먼저 텍스트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므로 처용무를 공시적인 관점과 통시적인 관점 두 가지의 구조로 나누어 분석한 뒤 이들을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처용 무 텍스트를 공시적인 구조와 통시적인 구조로 나누고 각각의 구조 속에 설화와 동작, 대형에서의 이항대립쌍을 도출하고 그 이원항들에 의해 드러나는 명시적 의미와 함축적 의미들을 찾아내 종합하여 문화기호로써의 처용무가 지니는 의미를 찾아내어 보자.


1. 처용무의 공시적 구조
1) 처용과 역신의 의미구조
춤의 움직임이 가져다주는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 움직임의 의미를 포괄해주는 춤의 서사적인 이야기들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처용설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립관계는 처용과 역신의 관계이다. 처용무에 대한 기록은 삼국유사 권2 기이「처용랑 망해사조」에 명시되어 있으며,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태평성대의 헌강왕 시절 동해용의 조화를 절을 지어 바침으로 풀고 이에 대해 동해용이 기뻐하여 자기의 아들을 보내어 왕의 정사를 보좌케 한다. 왕이 그의 이름을 처용이라 하고 미녀를 아내로 맞이하게 하고 벼슬을 주어 머물게 하였는데, 아내의 미모를 흠모한 역신이 사람으로 변하여 아내를 범하였으나 처용이 이를 보고도 노래를 부르며 춤추며 물러나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설화의 내용을 본다면 처용은 동해용의 아들로 바다의 신인 용신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므로 처용이라는 하나의 기호는 용이라는 기표에 신이라는 기의의 개념이 합성되어 나타난 기호체로 존재한다. 용은 비바람을 주관하는 신으로 곡식위주의 농경생활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는 물을 관장하는 신이다. 이러한 생활배경 속에서 이 신을 위로하기 위한 절을 짓는 행위는 농경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당연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처용은 설화 속에서 초월적인 힘을 함축하고 있는 용을 표상하는 표상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비를 관장하는 신으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병을 치유하는 신으로서의 처용의 모습도 설화 속에 나타나는데 설화의 후반부 노래를 부르며 춤추며 물러나갔다는 내용은 화를 내야할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놀이라는 형태로 갈등을 해소하려는 처용을 모습이 비춰진다. 많은 처용설화 연구들 속에서 이 대목에 대해 역신이 아내를 범한 것은 병마가 든 것으로, 처용이 노래와 춤을 추며 물러나간 것은 병을 치유하고자 하는 의식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처용이 병을 치유하는 신의로서의 모습을 함께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르트가 이야기하는 현실단계에서의 처용의 명시적 의미는 용신이지만 이를 당치 정치적 맥락 속에서 살펴보면 함축적 의미의 해석이 가능하다. 설화의 배경이 되는 신라 헌강왕 시절은 시대적으로 상당한 과도기였다. 태평성대의 신라번영의 종말과 함께 붕괴의 첫 시기 사이의 혼란기로 역사서는 기술한다. 그럼에도 설화 전반부의 태평성대를 강조하는 부분은 바르트가 말하는 외시의미와 함축의미의 불일치를 보여준다. 실제로 당시의 지배계급들이 그러한 생활을 누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현실적으로 태평성대를 재현해 내고자하는 지배세력의 강화라는 정치적 코드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방법으로 역신에 대한 의미구조도 나누어 볼 수 있으며 그렇게 얻어진 의미들로 처용과 역신의 대치관계에 대한 이원항들을 추출해 내 보면 극명한 대립관계가 드러나며 청치적인 혼란과 과도기적 시대상황과 그에 따른 염원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2) 처용무 동작과 대형에 나타나는 의미구조
처용무의 드러나는 움직임의 대립구조는 먼저 동작에서의 한삼 놀림으로서의 수양수무와 낙화유수의 대립을 대표적으로 언급하여 볼 수 있다. 처용무에서의 한삼 놀림은 신체의 연장과 공간상의 시각적 이미지 영역 확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사료되므로 의미를 해석하는데 주요 동작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수양수무는 주먹 쥔 한 손을 앞으로 내지를 때 다른 손으로 내지르는 손의 한삼 자락을 잡아당기는 동작으로 한삼의 날림 없이 절도 있게 주먹 쥔 손을 위로 뻗치는 동작이다. 이에 반해 낙화유수는 양손을 위로 흩뿌려 날림으로써 한삼 자락이 동작의 뜻과 같이 꽃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모양새로 뿌려지는 동작을 말한다. 앞 절에서 처용과 역신의 대립구조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이 두 동작은 이러한 대립구조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 맺어지는 동작과 풀어지는 동작은 그 동작이 가지는 도상기호로서의 시각적 이미지만으로도 움직임 수용자는 긴장과 이완이라는 차이를 지각하게 된다. 도상(icon)이란 퍼스가 구분한 기호유형의 하나로 대표하는 대상체와 비슷하게 보이거나 비슷한 소리를 내거나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기호를 의미한다.우리는 동작의 의미해석에 있어 움직임이 제공하는 이미지에 그 해석의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이는 무용예술의 특성상 수용자가 움직임의 의미를 시각적인 이미지로부터 많은 부분을 포착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란 것은 대상체가 마음에 새기는 대상체와 유사한 인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불명료한 의미작용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용자의 다양한 해석의 공간으로 의미의 장을 열어놓고 있다는 기호학의 애초의 입장대로라면 이미지로부터의 의미해석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처용무 대형에 대해 살펴보면,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일렬작대와 사방작대, 좌선회무, 오방작대, 우선회무 등의 특징적인 구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조선 전기에 창작된 처용무의 대형은 음양오행적 코드에 충실하여 제작되었으므로 처용무의 의미를 분석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품 속에서 다섯 무용수들은 각자의 역할이 나누어져 처용의 역할, 또는 역신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모두가 동일한 기호체로서 등장하여 무용수의 대형을 음양오행적 코드로 조작함으로써 상황적으로 각각의 역할들이 정해지게 된다. 주어진 대형들을 시각적으로 간단하게 이미지화하여 직선과 사각형, 원형, 다이아몬드형으로 단순화 시켜보자. 크게 두 가지의 디자인으로 나누어 보면 직선(대무)과 곡선(회무)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는데, 도상기호로서 가지는 직선의 의미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며 서열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곡선은 수용적이고 화합적인 평등관계를 내포한다. 이와 같은 이미지가 지니게 되는 의미와 이에 따른 수용자의 해석은 재차 언급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사회문화적 맥락과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인지의 바탕은 기호학뿐만 아니라 시각예술, 심리학 분야에서도 의미 해석의 기준으로서의 개인적 경험과 사회문화적 배경을 중시해야 함을 인정하고 있다. 다시 대형으로 돌아가서 사각형, 다이아몬드형의 대형에 대해 살펴보자. 사각형과 다이아몬드형은 직선적인 닫힌 형태인데, 닫혀 있다는 것은 외부에 대한 저항과 내부의 협력을 다지기에 용이한 형태로 인식된다. 다만 사각형은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제공하는데 비해 다이아몬드형은 입체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다이나믹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도상기호의 의미들을 종합하여 이원항들을 정리하여 보면 앞서 살펴본 처용/역신의 갈등구조, 움직임의 대립구조와 맥락을 같이하는 의미층위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지선(서경대 강사)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1월 4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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