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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리뷰] Knee-high의 Head-high스러움…뮤지컬 ‘데드 독’
  • 문소현 관객리뷰가
  • 승인 2016.06.0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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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니하이 씨어터(Kneehigh Theater)는 영국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으로 출발했다. 작은 해안 마을에서 시작된 니하이 씨어터는 현재 영국과 미국, 전 세계를 누비는 극단으로 성장했다. 이 니하이 씨어터가 지난 4월 뮤지컬 ‘데드 독’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니하이 씨어터가 제작한 뮤지컬 ‘데드 독’은 헨리 퍼셀의 바로크 시대 음악부터 펑크, 록, 팝의 대중음악까지 아우른다. 이 작품은 권위 있는 비평지인 가디언지로부터 '2014년 톱 10 공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니하이 씨어터의 배우들은 원래 직업배우도 아니었고 전문적 훈련도 받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그 어느 뮤지컬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개성이 나타난다. 이것이 니하이 씨어터만의 만점짜리 매력이다.

기존의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레파토리

뮤지컬 ‘데드 독’은 기존의 대형 뮤지컬과 전혀 다른 레파토리를 지닌다. 기분 좋은 색다름이다. 디스코, 펑크, 스카, 뉴웨이브 등 웨스트 엔드 뮤지컬을 능가할 만한 버라이어티한 음악이 있다. 작곡가는 극의 초반부터 헨리 퍼셀의 선율을 차용한다. 우울하면서도 처절한 분위기의 익숙한 트럼펫 선율이 무대를 한 발짝 두 발짝 걸어 나오면, 극이 시작된다. 이 단선율은 극 전체의 주제 선율이다. 작곡가는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극의 음악을 유치하지도, 난잡하지도 않게 만들었다. 자칫 극 음악의 전체 퀄리티를 낮게 느끼게 할 수도 있는 방법이지만 니하이 씨어터의 성격과 잘 어우러져 표현됐다.

극 중반 그레고리안 성가 스타일의 곡을 활용한 것도 신의 한수다. 종교음악 특유의 바로크 성악 분위기, 멜리스마 기법을 아주 잘 이용했다. 그레고리안 성가에는 멜리스마 기법을 이용한 합창이 4성부로 많이 등장한다. 뮤지컬 ‘데드 독’은 주인공 수가 한정적이라는 것과 동작의 변화와 연주가 무대 위에서 연출된다는 특성이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연출의 한정적인 부분을 보이는 것 이외의 요소로써 채울 필요가 있다. 그레고리안 성가를 활용한 넘버가 바로 이 점을 충족시키는 데 한 몫 한다. 이 넘버는 고전 시대의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현대적으로 표현돼 세련되게 느껴진다.

뮤지컬 '데드 독'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징적인 철골 무대가 있다. 별다른 무대 세팅을 하지 않고 오직 이 철골 구조물을 이용해 교수대, 창문을 표현한다. 1700년대 영국 뒷골목의 모습을 보여주는 철골 구조물은 사회의 어두운 구조를 나타낸다. 처음부터 무대 높이 걸려있는 교수형 밧줄은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 한 쪽에는 철창 세팅에 나무판으로 연결된 미끄럼틀이 설치돼 주인공들의 움직임을 활동적으로 만들어준다. 배우들은 화음을 내며 노래를 할 때 철창 한 칸 한 칸에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이런 점은 단순한 구조물로도 무대가 꽉 찬 듯한 느낌을 준다.

니하이 씨어터와 함께 벌일 세 시간 동안의 새로운 파티

뮤지컬 '데드 독'의 모든 배우들은 노래와 춤, 악기 연주까지 다재다능하게 소화해낸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연기와 동시에 연주 세션의 큐사인, 컷사인까지 자연스럽게 손짓으로 주문한다. 씬과 씬 사이의 연결도 굳이 암전시키지 않고 연출 진행 과정을 관객들에게 다 보여준다. 이 점도 자연스럽고 흐름에 거슬리지 않는다.

특이하게 '데드 독'의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생 목소리로 노래한다. 이는 대게 성악가들이 오페라에서 노래할 때 쓰는 방식으로 뮤지컬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방식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마이크를 거치지 않은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자연스러움을 배로 느낄 수 있다. 이 또한 극단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뮤지컬 '데드 독'의 음악감독은 새로운 음향적 시각에서 사람 목소리에 접근한다. 배우들은 마이크를 거친 목소리를 하나의 음향 효과로 활용한다.

‘피첨’이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주는 희학적인 장면에서는 철창 전체 철골에 연결된 LED 조명이 번쩍거린다. 힙합 뮤직비디오에 나올 법한 화려함이다. 무대 전체가 화려한 클럽에 온 것처럼 바뀐다. 이때 ‘피첨’이 비트에 맞춰 랩을 하는데 마이크를 이용한다. 이는 분위기 전환에 매우 탁월한 효과를 낸다. 마이크는 ‘피첨’의 딸이 ‘맥히스’의 배신에 강물에 몸을 던졌다가 다시 살아났을 때도 사용된다. 락 음악 베이스에 마이크를 이용해 강렬한 가창력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배우들은 분위기 전환에 마이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인형극의 등장도 다른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뮤지컬 ‘데드 독’만의 매력이다. 뮤지컬 ‘데드 독’에서는 인형극 ‘펀치와 주디’를 활용한 소규모 인형극 세트가 극의 시작을 이끈다. ‘펀치와 주디’는 17세기부터 시작된 영국의 전통 인형극이다. 작품은 극 중간 중간에 이 인형극을 이용해 익살스러운 풍자와 해학을 한다. 동시에 인형극은 작품의 전개와 서술에 활용된다. 인형극에는 판사, 아기, 강아지, 광대, 유령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극의 사건을 꼬집으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듣도 보도 못한 그들이 들려주는 새로운 전통이야기

뮤지컬 ‘데드 독’은 희곡 ‘거지 오페라’를 바탕으로 재탄생한 이야기이다. 희곡 ‘거지 오페라’는 18세기 영국의 시인 존 게이의 작품이다. 존 게이는 왕과 귀족을 소재로 한 지나치게 기교적인 이태리어 오페라 스타일에 반대하며 서민 오페라인 '거지 오페라'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200년 후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은 이를 토대로 '서푼짜리 오페라'를 제작한다. '거지 오페라'는 18세기 최고의 히트작이자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기원이 된 작품으로도 통한다. 286년이 흐른 2014년, 니하이 시어터는 ‘거지 이야기’의 기본 구조만 남겨둔 채 21세기 버전의 감각적인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니하이 씨어터의 감독은 뮤지컬 ‘데드 독’에 ‘여행 가방 속의 죽은 개, 그리고 사랑 노래들’이라는 영어 원제목을 덧붙였다. 감독은 젊은 문화의 상징인 펑크 요소가 있는 새로운 제목을 통해 고전이 아닌 젊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뮤지컬 ‘데드 독’은 교활한 사업가 '피첨'과 마을의 선량한 시장 '굿맨'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피첨’이 자신의 검은 뒷거래를 파헤치려고 하는 ‘굿맨’을 죽이고자 청부살인업자 '맥히스'를 고용하며 사건들이 벌어진다. 존 게이와 브레히트의 작품에서처럼 '데드 독' 역시 현대 사회의 어둡고 뒤틀린 이면을 그린다. 동시에 작품은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다. 특히 살인청부업자, 부패한 정치인과 경찰관, 현대판 로빈 후드, 비리를 저지르는 기업가 등 다양한 작품 속 캐릭터들은 생동감을 배가시킨다.

사진출처_ LG아트센터 제공

 

문소현 관객리뷰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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