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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새로운 형식의 탄생, 그 안에 숨은 이론의 향연들, 연극 ‘터키 블루스’

컴퓨터와 통신 기기의 결함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폰의 등장은 멀티가 지배하는 세상의 선봉으로써 우리 삶 깊숙이 뿌리박히고 있다. 예술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표현이 하나의 플랫폼을 관통하여 드러나는 형태가 서서히 대두돼왔다. 이러한 시류에 부흥하는 맥락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다원예술이다.

예술계에 불어 닥친 다원화의 바람

다원예술의 형태는 미술에서 기원한 형태인데 평면의 작품들이 나란히 전시되었던 과거의 미술 플랫폼 방식에서 벗어나, 미디어, 입체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설치물, 퍼포먼스와의 결합 등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미술이라는 플랫폼에 관통시켜 새로운 부류를 탄생시킨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다원화’의 바람은 공연예술계에도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음악과 연극을 결합한 음악극,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무용극, 영화를 오마주하여 뮤지컬을 창작한 무비컬, 새로 음악을 만들지 않고 이미 발표된 가수의 노래를 재가공하여 뮤지컬 넘버로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트랜드의 중심에 서다, 연극 ‘터키 블루스’


 

최근 공연되고 있는 작품들의 최신 경향은 미리 촬영된 영상을 연기와 함께 노출시키고 기 발표된 음악을 드라마 전개의 주요 위치에 삽입하는 것이다. 영상의 경우 작품의 배경 화면 이상의 역할을 하도록 장치하는데 미리 촬영된 내용을 영화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처럼 무대 전면에 노출시키는 형태이다. 음악의 경우 극적 정서를 강화하기 위한 보조적 장치로 활용하였던 백그라운드 뮤직의 형태를 벗어나, 인물이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을 정도로 많은 비중을 두고 삽입되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막이 오른 연극들은 영화와 연극, 콘서트와 연극의 결합을 도모하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선두에 있는 작품이 바로 연극 ‘터키 블루스’이다.

세션이 무대에 그대로 존재하여 콘서트 장에 온 것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은 주인공 ‘시완’이 자신의 노래를 들으러 온 관객에게 노래와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무대 위 ‘시완’의 전면 벽에 설치된 영상장비를 통해 실제 공연의 배경으로 노출된다. 콘서트에서 가수의 얼굴을 가장 먼 좌석에 앉은 관객에게까지 잘 보이도록 장치한 형식과 흡사하다. 콘서트 주인공의 별책부록처럼 시작된 ‘시완’의 추억 여행은 노래와 함께 시작되고, 그 추억 안에 존재했던 또 하나의 인물 ‘주혁’ 역시 터키를 여행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로 타임슬립 한다.

‘시완’은 주로 음악을 통해 추억 이야기를 꺼내고, ‘주혁’은 터키 여행을 통해 과거를 되짚는다. 이 과정에서 ‘시완’은 유행지난 유행가를 부르고, ‘주혁’은 터키에 대한 설명을 하며 실제 터키 이곳저곳을 담은 영상이 노출시켜 여행 프로그램 같은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이런 부분은 앞서 언급한 공연의 다원화 시도에 적합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시도 속에 숨은 이론, ‘낯설게 하기’

자신의 콘서트를 진행하는 ‘시완’과 시완의 추억 속에서 등장하는 ‘주혁’은 관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정보전달자로 역할하면서 자신의 이야기 안의 인물로도 존재한다. 따라서 인물은 관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질문을 하고 대답을 유도한다. 이것이 이 작품의 주요한 진행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말을 건다는 개념은 콘서트를 여는 한 가수의 정서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는 감정이입의 장치로 역할하지만 인물이 제시하는 드라마 안에 관객이 몰입하게 만들기에는 방해 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러 그렇게 장치한 것이다. 관객이 어느 정도 인물의 이야기에 이입할 때쯤 관객에게 말을 걸어 낯설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부러 드라마의 구조를 설명하는 해설자를 삽입하여 서사로서의 이입을 막는 브레히트의 서사극 구조와 비슷하다.

연극 터키 블루스는 음악과 영상, 그리고 콘서트 형식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원화의 선봉에 선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도 안에서 잔뼈 굵은 이론이 중심에 자시하고 있었다. 이 공연을 두고 이입하기가 힘들다는 평가를 내린 관객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장치들 때문에 이입이 힘들다고 느낀 것이라고 본다.

관객에게 말을 걸기 가장 좋은 무대, 돌출 무대

연극 ‘터키블루스’가 공연된 대학로 아트센터는 사면무대로 무대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의 극장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 공간을 절반만 활용하였는데 원래 사면무대였기 때문에 돌출무대가 가능한 곳이다. 즉, 마당극처럼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모호한 무대 배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시완’과 ‘주혁’은 노래를 하며, 이야기를 하며 관객과 원활히 소통한다. 관객에게 말을 걸기 가장 좋은 무대에 서있기 때문이다. ‘주혁’은 자신이 여행했던 정보와 정서를 공유한다. 아는 사람의 터키 여행기를 쭈그리고 앉아 듣는 그런 분위기 연출이다.

고등학교 2학년의 ‘시완’이 기타를 배우는 장면과 관객에게 터키 커피를 권하며 함께 커피를 마시는 장면 역시 배우가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말은 거는 장면 중 하나이다. ‘시완’은 과거의 자신으로 행동하면서도 관객에게 끊임없니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행동해버리는 이전의 연기 표현과는 다른 형태이다. 인물과 관객이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가장 쉽고 자연스러운 방법이 드러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제 4의 벽을 허무는 방법, ‘극장을 어슬렁대라’

관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이 작품은 객석과 무대의 거리 역시 짧았다. 객석에 앉았다 무대로 돌아갔다는 반복하며 과거 ‘시완’에게 말을 거는 장면을 통해 잘 드러나는데, 이 장면에서 ‘주혁’은 극장을 아주 자유롭게 어슬렁댄다. ‘주혁’은 분명 ‘시완’에게 말을 걸었지만 객석에 앉아서 무대에 위치한 인물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에 객석과 무대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는 좁아지고 제 4의 벽이라 일컬어지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는 허물어진 효과를 가져왔다.

터키는 음악, 음악은 추억, 나와 당신과 당신의 추억, 추억이 만나는 곳 그 곳, 터키

작품을 보면 터키의 방방 곳곳을 다 둘러 볼 수 있다. 마치 터키 관광 다큐멘터리를 본 것과 같다. 스펙터클한 여행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만한 잔잔함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심지어 인물들의 전사에 초점이 있는지 여행기에 초점이 있는지 잘 알 수가 없기까지 하다. 이는 ‘시완’은 추억에, ‘주혁’은 음악에 초점을 드라마를 전개하는 이중플롯의 형식으로 연극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한 작품에 저마다 풀어낸 형식으로 작품을 만든 것은 이유가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지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남자를 통해 두 인물이 함께 존재했던 같은 추억을 ‘터키’라는 키워드를 통해 만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나라 중에 ‘터키’에 대해 다룬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시완’과 ‘주혁’의 추억 안에 살아 숨 쉬는 시간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터키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완’으로 대변되는 음악은, 음악적 영향을 많이 끼친 ‘주혁’으로 치환되고, ‘주혁’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터키 여행은 ‘시완’과 함께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치환되는데 관객들은 이러한 연결고리를 지켜보며 어느 순간 나와 나의 추억, 나의 사람을 연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이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그러므로 반절만 구획화한 무대 전면 벽에 거울을 설치하여 이를 통해 관객이 공연 내내 힐끗 힐끗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점은 연극의 목적성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출처_스토리피 제공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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