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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93] 연극 ‘렛미인’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2.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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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미인’은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소설과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동명영화는 2008년 스웨덴에서 최초로 개봉했고 2010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후 전 세계에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연극 ‘렛미인’은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제작했다. 이번 공연은 국내에서도 공연됐던 연극 ‘블랙 워치’와 뮤지컬 ‘원스’로 토니상, 올리비에상의 연출상을 수상했던 존 티파니를 중심으로 한 프러덕션을 ‘신시’에서 현지의 모든 제작팀을 그대로 들여 온 레플리카 방식으로 제작됐다. 

작품은 영화와는 다른 시각으로 연극적인 무대언어와 스타일을 유지한다. 야릇한 호기심과 더불어 때때로 공포와 충격을 주며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과 그 이상의 또 다른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작품에는 10대 소년 ‘오스카’가 등장한다. ‘오스카’는 학교폭력에 시달린다. 그는 내적으로 응어리진 고통에 대한 분풀이와 호기심 때문에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 주변의 으스름한 숲을 찾는다. ‘오스카’는 그 숲의 자작나무를 상대로 위축되고 주눅 들었던 자신의 심경을 토해내듯, 복수하듯 해소한다. 그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던 자작나무를 상대로 갇혀있고 우월한 남성상으로의 일탈을 꾀한다. 

이런 모습을 우연히 마주하게 된, 수백년을 살았지만 소녀의 모습에서 멈춰버린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그리고 한평생 ‘일라이’ 옆에서 사랑하고 헌신하며 늙어버렸지만 늘 한결같은 사랑을 확인하고자 하는 ‘하칸’.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매혹적이고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황홀한 사랑이라면, ‘하칸’의 사랑은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료한 듯 변함없는 사랑을 전하며 몸과 마음이 멀어져가는 가슴시린 사랑이다. 여기서 작품은 현재의 우리가 원하는 사랑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그 사랑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어떤 것이어야 하고 바람직하게 발전하고 성장해가는 현실적인 사랑의 진정한 행로는 어떠해야 하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작품을 보기위해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겨울 자작나무숲의 동화 같은 이미지는 작은 탄성을 일게 한다. 뮤지컬 ‘원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었다. 숲속을 지나다니는 배우들의 일상에 텍스트에 묻어나지 않은 각자의 전사를 유추하거나 궁금증을 유발 할 수 있게 하고 점차 그들의 행동과 생활에 대해 어느덧 또 다른 익숙한 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출자 ‘존 티파니’는 하얀 눈이 쌓인 자작나무숲을 배경으로 간단한 대소도구와 소품, 조명을 활용한 공간적 변이를 순식간에 연극적 기호로 표출한다. 간결한 표현방법으로 극적 상황과 정서까지 끌어내는 미니멀리즘 연출의 진수를 보여줬다.

또한 충격적인 장면들을 마주하며 잔혹한 고통 속에서 신음하게하고 소름과 공포까지 느끼게 한다. 한순간 불길한 상태까지 끌어내어 지극히 불안하게하고 고도의 집요한 전략으로 무대와 객석을 숨을 멈춘 듯 일순간에 하나되게 하기도 했다.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이나 ‘원스’를 통해 세련된 안무를 선보인 바 있는 ‘스티븐 호킷’의 움직임은 단순한 움직임만으로 큰 울림을 끌어낸다. 공포와 불안을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같은 위치나 또 다른 공간에서 군중들의 일사분란한 의식의 흐름과 극의 상황적 상태를 세련되게 표출했다. 

또한 신비롭고도 잔혹한 뱀파이어의 몸짓을 통해 고독과 분노, 슬픔과 사랑까지 표현한다. 인간적이면서도 인간과는 또 다른 모습을 통해 뱀파이어만의 절대 고독과 더불어 장면별 캐릭터들과의 관계나 공간의 변이와 그 공간성 이상의 관계까지 복잡한 이면을 세련되게 이끌어내며 작품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이슬란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울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이다. 그의 음악은 클레식의 미니멀리즘과 포스트록의 몽환적인 공간감으로 공포와 충격, 그리고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이미지를 더 할 나위 없이 극적 정서를 이입하고 상상하게 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의 활약으로 가장 크게 주목받으며 떠오르는 연기자로 급부상한 박소담의 차가운 듯 시크한 열연은 작품의 이미지와 에너지를 구축하는데 특별한 일조를 했다.

연극 ‘렛미인’은 2016년 1월 21일부터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_신시컴퍼니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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