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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올모스트 메인, 올모스트 러브…연극 ‘올모스트 메인’

오로라를 보려면 아이슬란드에 가야한다. 그러나 때로는 한국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로라를 위한, 오로라에 의한, 오로라에 대한 연극이다. 내 가슴 속 오로라는 어디를 비추고 있을까.

사랑은 스릴러다

겨울에는 이상하게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겨울이 추우니까 움츠린 마음을 풀고 가슴이라도 따뜻하게 지내라고 그러는 것인지, 사실 ‘사랑’이라는 정서는 봄 보다는 겨울에 작품으로써 흔하게 생산된다. 그런데 이렇게 ‘생산’된 로맨스 드라마는 늘 현실과 동떨어진 사랑을 찍어내기에 바쁘다. 복잡한 전사와 인물의 감성이 비현실적이라고 할 만큼 정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런 로맨스 드라마를 보고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

사랑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어딘가 모르게 자꾸 신경이 쓰여서 결국에는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다. 그러니까 사랑은 사실 스릴러다. ‘올모스트 메인’은 드라마에 이입되면서 이따금 경험하게 되는 가슴 쫄깃한 느낌이 살인을 저지른 자를 추격하는 복수극이나 범죄소굴을 소탕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시킨다. 민준호 연출의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사랑은 사실 스릴러라는 주장에 대한 적극적인 근거로 내세우기에 적절한 작품이다. 조명, 무대, 대사의 조합이 만나 그려지는 리듬감은 각 에피소드에서 말하는 사랑의 정서를 극대화 하여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같은 듯 다른 오로라

아무것도 없는 빈 무대는 추운 겨울 느낌이 물씬 나는 초록과 푸른빛의 작화만이 이것이 연극의 무대임을 알려준다. 무대 바닥부터 벽까지 전부 ‘추운 감성’으로 꾸며진 이번 연극의 무대는 조명의 활용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빛이 중첩적으로 드러나 마치 극장 안에서 오로라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하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오로라이기 때문에 대도구나 소도구 등의 활용을 최소화 해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지나가는 동안에도 무대는 꾸밈이 없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에서는 각 에피소드 마다 각기 다른 사랑의 감정에 대해 드러나는데 이 감정이 귀결되는 순간 오로라가 등장한다. 사실 조명기와 무대 작화로 구현된 오로라는 관객의 시각에 따라 물리적으로 ‘같은 오로라’ 라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장면의 정서의 정점에서 오로라를 그 감정의 이입장치로 활용했다는 것은 하나의 무대적 언어로 치환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오로라는 각각 다른 오로라가 되는 것이다.

인물들의 감정 색을 대변하는 오로라는 이미 희곡에서 오로라는 무대의 기호로 활용하라 명시했다. 하지만 연출에 따라 이 지시를 표현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이번 민준호 연출의 연극 ‘올모스트 메인’에서는 이 지시에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는 연출을 했다. 예쁘게 꾸미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저 빛으로 빈 무대에 빛을 비추었다. 관객이 스스로의 감정에 따라 오로라에 색채를 입혀 작품에 감정이입 하기를 원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정말 용기있는 결단이다. 자칫 불친절하고, 밋밋한 로맨스 드라마로 흐를 가능성을 알면서 한 시도이기 때문에 이러한 연출이 가지는 시도의 가치는 더 크다. 사실 이 작품이 말랑한 사랑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던 연출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미국의 추운 마을 메인 주에 사는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삶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민준호 연출은 별것 없는 메인 주민들의 꽤나 뜨끈한 사랑의 정서를 오로라와 사람, 그리고 사랑만을 가지고 표현한 것이다.

사랑, 사람, 그리고 오로라

화려한 옷을 다 벗어버리고 맨살을 드러낸 채 살아도 그런대로 잘 사는 사람들이 메인 사람들이다. 이는 모든 에피소드에서 사랑의 정서와 직관된 정서적 행동으로 눈물을 드러내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다.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들, 황량하고 추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가슴에 꽁꽁 숨겨져 있던 하나의 오로라를 꺼내기 위해 이 작품은 그저 배우들의 연기와 오로라만 남기고 모두 치워버렸다. 그리고는 마치 우리의 삶에서 인간과 인간이 가진 공평한 감정인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옳다는 양 이 작품은 꾸밈없이 서툰 정서에 대해 풀어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말하는 사랑의 정서는 지나치게 군더더기 없고, 진솔하다. 이 작품에 남은 것은 ‘진정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진정성 하나로 관객의 마음을 애타게 만드는 스릴러다.

사진출처_스토리피 제공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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