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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90] 뮤지컬 ‘베르테르’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2.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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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테르’ 공연 장면_CJ E&M 제공

세계적인 고전명작으로 알려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창작뮤지컬로 공연된 지가 올해로 무려 15주년이 됐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그동안 제작진과 창작진, 특히 연출의 교체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스타일이 더해져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작품은 익히 알고 있는 원작의 캐릭터와 내용을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가슴 저미는 현악기가 주가를 이루는 음악적 향기를 더했다. 이로 인해 작품은 고전의 품격이 오롯이 깃든 텍스트에 캐릭터의 정서를 담은 선율을 더해 관객과의 시간적 간극을 없애고 오랫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 작품은 CJ E&M이 주관했다. 극단 갖가지는 CJ E&M과 함께 한결 풍성하고 세련된 옷을 입은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선보였다. 공연은 특히 배경 도시인 발하임의 이미지를 카스피톤의 세련된 무대로 구현했다. 원색을 배제한 흰색과 밝은 회색이 주가 되는 세련된 의상과 모노톤의 조명이 만나면서 고전의 품격과 우아한 낭만이 섞인, 꽃과 별이 살아 숨 쉬는 그림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뮤지컬 ‘베르테르’ 공연 장면_CJ E&M 제공

작품은 원작 소설에서처럼 여행 중에 발하임에 머물며 아름다운 풍경을 스케치하던 베르테르와 롯데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베르테르는 ‘저석산’에 대한 인형극을 하며 신비한 모험에 들뜬 수줍고 상냥한 롯데의 모습에 첫눈에 매료된다. 롯데 역시 시적 감흥을 풍기며 호기심과 따듯한 시선을 주는 베르테르에 친밀한 유대감을 느낀다.  

베르테르는 순식간에 그만 사랑의 포로가 돼버린다. 그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그리움, 사랑의 알 수 없는 근원,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순식간에 빠져든다. 하지만 롯데에게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는 상태였다. 알베르트는 롯데와의 예정돼있던 평화로운 삶을 지키려한다. 그들을 지켜보는 베르테르는 주체하지 못할 감정으로 롯데와 알베르트의 삶을 더 이상 차마 지켜볼 수 없어 결국 발하임을 떠난다,

하지만 어떤 여행지에서도 롯데를 지워내지도, 결코 잊지도 못한 베르테르는 다시 발하임으로 돌아온다. 지난 번에 발하임에 머물며 알게 된 ‘카인즈’가 솔직한 고백으로 사랑을 얻었던 것처럼, 자신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롯데를 향한 솔직한 감정을 꺼내놓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뮤지컬 ‘베르테르’ 공연 장면_CJ E&M 제공

초연때부터 ‘금단의 꽃’이나 메인테마를 부각한 현의 선율은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르게 심금을 울리더니 올해는 더 과감한 음악으로 관객을 만났다. 선율은 각 인물의 상황적 정서와 감정에 집중하며 때로는 리드하고 때로는 더 깊게 침잠하게한다. ‘정민선’ 작곡의 음악은 피아노 한 대와 10대의 현악기로만 구성한 체임버오케스트라의 실내악으로 변화해 특별한 음악적 향연을 펼친다. 때로는 바이올린 단선율로 애잔함을 부각하고 때로는 실내악의 황홀하고 풍성한 음악적 깊이로 캐릭터와 극을 껴안거나 이끌어가는 진하디 진한 음악의 향기를 내뿜으며 작품의 중심을 잡아줬다.  

무엇보다 ‘구소영’ 지휘자의 지휘는 자유롭고 유연하게 각 장면의 정서와 상태를 이끌어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배우들의 호흡을 함께 따라갈 수 있게 리드해줬다. ‘구소영’ 지휘자의 연극적 호흡과 감정은 어느새 배우들과 함께 매장면마다 딱 맞는 옷을 입힌 듯 보기에, 듣기에 매우 적합하게 모두 함께 어우어지게 했다.

제작과 스탭 부분이 한층 세련된 옷을 입고 찾아왔다면 배우들 또한 당당한 품격과 배우다운 우아함으로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뮤지컬 ‘베르테르’ 공연 장면_CJ E&M 제공

특히 13년 만에 베르테르로 돌아온 ‘조승우’는 순수한 열정에 뒤틀리는 육신과 영혼이 혼연일체가 되어 사랑의 포로가 된 베르테르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그의 몸태, 시선과 몸짓, 음성과 노래까지 모든 것이 괴테가 표현하고자 한 베르테르의 현신의 모습을 무대에 올렸다.  

그가 만들어 낸 소리는 예전보다 울림과 깊이가 더해져 묵직한 감동으로 돌아왔다. 꾸미지 않은 순수한 열정은 유약한 듯 하지만 깊은 잔향으로 돌아와 오래토록 그가 부른 노래 ‘그대는 어쩌면 그렇게 해맑을 수 있는지~’를 되내이게 한다. 

더불어 다시 만난 롯데 ‘전미도’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누구나 한번보고 들으면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청아한 목소리와 순수한 몸짓, 매 장면마다 캐릭터로서의 적합한 호흡 안배와 감정표현으로 사랑의 여제로 거듭 난 ‘전미도’의 존재감과 아우라는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구축해냈다.

▲뮤지컬 ‘베르테르’ 공연 장면_CJ E&M 제공

뮤지컬 ‘베르테르’는 베르테르와 롯데의 연기적 호흡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구든 위로와 축복을 동시에 받는 행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송년과 신년에 따듯한 감성과 훈훈한 안식을 강구하는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2016년 1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대구, 부산, 창원 등 지방공연도 예정돼있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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