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1.26 목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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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맨 끝 줄 소년’…누구나 한번 쯤 ‘다름’을 꿈꾼다
▲연극 ‘맨 끝 줄 소년’ 리허설 장면_예술의전당 제공

붙박이 장롱 뒤 편으로 새로운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 누구나 한번 쯤은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일 보는 익숙한 공간에서 낮선 세상에 대한 동경을 하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패턴화 되어버린 일상을 버텨내기 위한 일종의 ‘상상 일탈’이다.

 

일상 속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나간 맨 끝 줄 소년

작품 속 클라우디오는 수학과 과학 문제를 척척 풀어내야 하는 의무를 강요당한다. 그가 자신의 과업인 학교 공부에서 탈출하고자 택한 것은 ‘글쓰기’다. 교사 헤르만은 이런 클라우디오에게 관심을 갖는다. 교사 헤르만은 반복되는 학교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새로운 문학적 표현 방식을 연구하고 있었다. 연극 ‘맨 끝 줄 소년’은 클라우디오에 대한 교사 헤르만의 관심에서 시작된다. 클라우디오는 지나치게 솔직하고 과감한 문체로 친구 라파네 어른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클라우디오의 글은 강요된 틀 안에서의 삶을 벗어나고자 하는 혁명적 몸짓이다. 그는 세상을 자기 방식대로 바라보고 자기 방식대로 이야기 하려 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다르게 보기’, ‘다르게 말하기’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연극 ‘맨 끝 줄 소년’ 리허설 장면_예술의전당 제공

현실과 상상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한 무대 디자인은 신의 한수

클라우디오로 대변되는 ‘다르게 말하기’에 대한 욕망은 라파네 집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거침없는 묘사를 글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처음에는 클라우디오의 표현욕구가 강렬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작품은 교사 헤르만에게 제출하는 작문 과제로 노출되는 클라우디오의 글을 재현한다. 그 재현은 그의 글에 나오는 전사를 설명하기 위한 재현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재현된 이야기들이 현실의 공간으로 상징되는 무대 전면으로 나오면서 클라우디오의 상상 일탈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깨버리게 된다. 이 경계 허물기는 무대 전면에 반투명의 검은 유리문을 설치해 연출된다. 조명은 배우의 연기 구역에 따라 한정적으로 조명을 비춘다. 작품은 학교라는 현실의 공간에서 상상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이면의 공간을 만든다. 그 곳에서 인간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연극 ‘맨 끝 줄 소년’ 리허설 장면_예술의전당 제공
▲연극 ‘맨 끝 줄 소년’ 리허설 장면_예술의전당 제공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해 이해한 연극 ‘맨 끝 줄의 소년’

스페인 문학은 유독 벽장의 요정이 살고 있다는 동화, 나무의 정령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스페인 문학이 가진 특징인 ‘마술적 사실주의’는 이번 작품에서도 언급하지 않으면 섭섭할 사조다. 원작자는 일상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글쓰기’와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나간다. 이번 작품은 무대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현실의 공간과 상상의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연출을 통해 원작의 키워드를 확실히 살렸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연극 ‘맨 끝 줄 소년’ 리허설 장면_예술의전당 제공

과도한 친절이 부른 지루함

일상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새로움에 대한 이야기는 일상의 지루함에 찌들어 사는 오늘의 우리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한 소재다. 게다가 현실 공간 곳곳에서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을 벌리는 이 연극은 더욱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다소 설명적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상상 속의 일로 범주화 되었던 일들의 재현을 유리 벽 뒤쪽 공간에서 구현했을 때 인물 간의 대화를 대폭 줄이고 움직임 위주로 연출을 했다면 훨씬 흥미로웠을 것이다. 무대 자체도 실루엣이 보일락말락하는 연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충분히 시도해봄직한 부분이다. 인물의 전사나 심리에 대한 부분이 배우의 입을 통해 전달된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점에서 아쉽다.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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