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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86]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0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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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_서울예술단 제공

2015년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985’는 최근 활발한 활동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서울예술단의 ‘정체성찾기’ 일환이다. 근대물의 가무극을 표방하는 이번 공연은 을미사변 120주년을 맞아 비운의 황후이면서 ‘민자영’이라는 지독히 고독한 여인인 명성황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작품은 조선의 국모였으면서도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명성황후의 미스테리에 작가적 상상력으로 탄생한 새로운 가설을 더했다. 작품은 ‘민자영’이라는 한 여인이 황후가 되고 시해당하기까지의 과정을 역사적 사실에 허구성을 가미한 팩션으로 꾸몄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틀에 박힌,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시각에 입체성을 부여해 접근 형식에서부터 차별화를 두어 당시 명성황후와 그 주변 인물들과 사건을 엮어냈다. 당시 봉건적이고 절박한 환경에 처한 황후로서의 모습과 여자로서 맞게 되는 기구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있던 ‘민자영’의 고독한 생은 가무극으로 새롭게 탄생됐다.

가무극은 명성황후의 행적을 찾으려는 ‘민영익’이 허구적 인물인 ‘휘’를 만나면서 진행된다. 두 인물의 기억 속 사건들에 위태로운 줄다리기 같은 삶을 살아야했던 명성황후와 당시 그 주변 인물들을 들춰내는 이중 시각이 더해진다. 극은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과 굿을 통한 빙의로 진행되는 부분을 더한 더블 액자식 구조로 풀어진다.

작품에는 당시 시대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입장과 인간애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 및 분열과 다툼이 있다. ‘휘’와 ‘선화’라는 유쾌하고 사랑스럽지만 비운의 희생양으로 진한 페이소스를 선사하는 등장인물들은 작품을 감동으로 다가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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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사진_서울예술단 제공

궁궐 밖에서는 삼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의 투사 ‘김옥균’의 열혈사건과 ‘전봉준’의 동학혁명이 등장해 시대를 대변하는 혁명들이 들끓는 사회적 환경을 표현한다. 궁궐 안에서는 대원군과 고종 사이의 경계에 선 황후의 고독하고 인간적인 고뇌가 평행선을 긋듯 배치된다. 그 가운데 등장인물들은 국모였던 명성황후의 사진이 한 장도 남아있지 않은 것에 대한 미스테리를 풀어간다. 액자식의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작품은 당시 열강들이 호시탐탐 자국의 이익을 노리며 가면을 쓰고 웃음으로 손 내미는 국내외 정세를 표현한다. 이는 오늘날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정세를 표현한다.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정국 속에서 명성황후는 황후로서, 또한 여자로서 나라를 보존하려한다. 작품은 구국의 본질과 인간적 고뇌를 병치시키며 묻혀있던 명성황후의 인간적 정체성을 찾아간다. 새롭게 동시대성을 확보한 치밀한 구조적 접근이 흥미롭다.

가무극은 이러한 구조적 접근을 돋보이게 하고 불안정한 시대적 긴장감과 현실과 과거의 교차를 현과 타악 리듬의 변화로 표현했다. 드라마의 진행과 함께 적절한 악기구성과 리듬의 안배, 어쿠스틱하고 아날로그적 단선율의 대비를 통한 음악적 강약의 조화로움은 때로는 스릴을, 때로는 로민틱한 향기를 입혔다. 적재적소의 음악적 향연의 쫄깃한 성찬은 작품을 한층 풍성하게 했다.

구조적으로 차별화된 텍스트의 접근과 영상을 통한 근대와 현대의 동시대성은 유니크한 컬러의 대비와 부분적으로 일체화시키는 맵핑, 불안한 정서와 시국을 드로잉하듯 가늘거나 꼬인 선을 통해 비정형으로 이미지화된다. 미디어아트를 연상시키는 삼면의 벽체와 사진 액자 프레임을 활용한 변화무쌍하고 세련된 미학적 접근, 실사의 색 바랜 사진등은 조명과 함께 세련되고 독특한 무대 미장센을 일구어 냈다.

각 파트 스태프들과 함께 근대사를 또다른 시각으로 흥미롭게 진두지휘한 연출의 스타일리쉬함은 에너지 가득한 무대를 만들었다. 배우들의 역량 또한 작품을 안정감 있고 튼실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혼신을 다해 고군분투하며 명성황후역을 소화해 낸 ‘차지연’의 열연과 사랑스럽고 안타까운 커플인 휘역의 ‘정원영’, 선화의 ‘김건혜’, 대원군의 중추적인 역할을 무게감 있게 소화 해 낸 ‘금승훈’, 진령군 역의 ‘고미경’과 휘 어머니 역의 ‘정유희’의 확실하고 안정적인 존재감, 고종의 ‘박영수’와 김옥균 역의 ‘김도빈’의 매력적이고 매끄러운 가창이 극 전체에 조화를 이뤘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합을 맞춰 탄탄한 앙상블의 힘을 발휘한 서울예술단 배우들의 저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무대였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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