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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어 더 뮤지컬’…우리는 어디에서 파격을 찾아야 하는가

▲'베어 더 뮤지컬' 프레스콜_박민희 기자

 

 

한국인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한국에는 막장 드라마가 유행한다.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한국 세태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한 ‘파격’이라는 단어는 오늘의 시의성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어떤 파격이 오늘날과 가장 가까운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무엇이 시의성인지 정확히 하자

 

거대한 십자가가 무대 전면에 걸려 있는 이 공간은 누가 봐도 성당이다. 그런데 이런 신성한 공간에서 두 소년이 격렬한 키스를 나누고 있다. 이 장면은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에 빈번히 등장하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은 파격적인 소재와 감각적 무대 연출을 화두로 삼는다고 홍보한다. 성당이라는 신성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금지된 사랑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청춘의 엇갈리는 마음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동성 간 결혼이 합법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청춘의 동성애를 다루는 것이 현재를 사는 관객에게 파격적인 소재로 다가올 것인가.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무대 연출은 얼마나 새로웠으며 드라마와 얼마나 유기적이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베어 더 뮤지컬' 프레스콜_박민희 기자

 

“열여덟, 금지된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 이런 건 이제 그만

 

작품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준비를 하는 고등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과 질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실제 갈등 상황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상황과 비슷하게 끌고 간다. 이미 많은 청춘의 사랑 이야기가 로미와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오버랩되어 표현되었고 이런 작품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이러한 금기된 청춘의 사랑을 ‘동성애’라는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 다르다.

 

근래 동성애에 대한 인지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신분제나 계급이 철폐된 현대 사회에 남은 금기는 동성애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과 함께 이 작품의 소재선정이 주는 시의성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만한 지점이다. 하지만 요즘 미국 고등학생들의 엇갈린 사랑과 갈등을 드러냈다고 하기에는 너무 고전적인 구도로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동성의 사랑이라는 장벽 앞에 높인 피터와 제이슨의 아슬아슬한 관계, 아이비를 좋아하는 맷과 제이슨을 좋아하는 아이비 사이의 관계, 맷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비를 싫어하는 나디아까지 결합된 청춘들의 엇갈림은 사랑의 작대기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도록 설계된다. 이러한 인물 간 갈등 구도는 그 배치만 보아도 셰익스피어 시대에 있었을 법한 멜로물의 전형이다. 게다가 제이슨과 나디아는 쌍둥이 남매인데 남성스러운 외모와 말투를 구사하는 여동생 나디아와 남자치고 섬세한 성격의 제이슨를 대비시킨다. 그런데 이들 남매의 뒤바뀐 성 역할의 대비가 극 요소에 얼마나 재미있는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돌출 무대가 만들어낸 엇갈림, 인물들의 엇갈린 마음을 그리다

 

무대 장치를 통한 인물 동선 연출은 이러한 갈등을 부각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돌출 무대를 오가며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인물들의 동선은 좌우로 엇갈린다. 이는 인물 간의 관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된다. 피하려고 해도 엇갈리게 장치된 이 작품의 무대 동선은 인물 간 조성된 갈등의 안타까움을 증폭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 연출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출은 쇼적인 분위기의 장면들을 걷어내고 인물의 말과 정서에 집중한 2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또한 이렇게 연출된 장면들에서 핀 조명을 통해 인물 사이의 연기 구역을 확연히 구분하여 현재 흐름이 어떤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지 뚜렷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몰입도가 더욱 상승한다.

 

조명을 활용한 연기 공간의 확장이 가져온 정서의 확장 효과

 

작품에는 조명을 활용해 장면의 정서를 변화하도록 유도한 장면이 있다. 이는 핀 조명을 활용하여 연기 구역을 확실히 구분한 점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다. 그 장면은 2부 후반의 제이슨의 사랑 고백이 이어지는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는 조명을 객석으로 확대하여 배우가 객석까지 내려가지 않고도 연기 공간이 확장된다. 관객은 넓어진 조명의 구역 안에 편입되어 공연에서 전달하는 정서에 이입하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연기공간의 확대가 불러일으킨 정서의 확대가 관객에게 제대로 된 감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다수의 장면이 이러한 구성으로 진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베어 더 뮤지컬' 프레스콜_박민희 기자

 

 

영미 뮤지컬이 가진 스펙터클의 공식,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1부는 정서 위주의 2부와는 달리 많은 앙상블이 선보이는 군무와 쇼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과 화려한 색채의 조명이 주를 이룬다. 영미 뮤지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스펙터클의 공식이다. 아마도 청춘들의 사랑과 열정, 갈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연출일 것이다. 비슷한 소재와 분위기가 충만한 영미 뮤지컬 ‘렌트’나 ‘그리스’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에서는 이러한 스펙터클이 너무 빈번하게 등장한다. 1부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따라서 스펙터클로 점철된 1부는 드라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인물의 말이 잘 전달되지 않을뿐더러 여러 인물이 너무 한꺼번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니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할 지 모를 지경이다. 비주얼로 점철된 장면들의 반복이 작품 본연의 목적성을 떨어뜨린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뻔함’에서 끝나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
 
비주얼 중심의 표현과 빠른 전개, 잘 아는 작품과의 오버랩을 통한 인물의 갈등 구도를 표현한 이 작품은 ‘뻔함’이라 하는 말로 대변된다. 하지만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맥락에 어울리게 동성 키스신 여과 없이 드러나고, 여배우의 노출이 무대에 드러나는 등의 과감한 표현을 통해 종래의 작품들에 없는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이러한 새로움이 아직은 보수적인 정서가 팽배한 한국 정서에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새로움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표현으로 이끌지 못하고 끝나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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