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건강칼럼] 나만의 ‘행복 열쇠’ 찾기…앵커링 기법

▲이동환 원장

아주 오래전 일이다. 어느 방송에서 마음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정말 믿지 못할 장면이 나왔다. 오이를 먹지 못하는 여학생이 출연한 것이다. 그 여학생은 오이의 냄새에 극심한 과민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된 지는 약 10년쯤 되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오이 냄새 때문에 10년째 오이를 전혀 먹지 못했다고 했다.

제작진이 그 여학생에게 김밥을 건네자, 그녀는 김밥 안에 든 오이 냄새 때문에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그 여학생 앞에서 오이를 반으로 부러뜨렸더니, 다시 심한 기침과 함께 구토를 일으키려 했다.

제작진은 아주 전문적인 고도의 심리 기법을 이용해 그녀의 상태를 바꿔 보기로 했다. 심리치료 전문가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시간이 지난 후 제작진은 그 여학생에게 다시 오이를 가져다주는데,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종전과는 다르게 오이를 피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녀가 오리를 집어 들더니 아작아작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신기하게도 오이한테서 나던 나쁜 냄새가 없어졌어요. 냄새만 안 나면 먹을 수 있어요.”

믿지 못할 이 광경이 전해주는 분명한 의미는 바로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상황을 대하는 그 학생의 마음이 바뀌면서 오이에 대한 거부 반응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오이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외부 환경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즉 가정환경이 갑자기 바뀌거나 직장에서의 골치 아픈 문제들이 갑자기 변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여학생이 오이에 대한 마음을 바꾼 것처럼, 자신을 힘들게 하는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을 바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어려운 현실을 대하는 자신의 감정이 달라지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마음의 작용에 대한 연구를 해왔던 필자는 그 방송에서 사용했던 심리 기법을 찾아 공부하기로 했다. 그 기법은 ‘NLP(Neuro-linguistic programming)’라는 아주 강력한 심리 기법이었다. 그 공부를 통해 마음을 바꾸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누구나 쉽게 배워서 사용할 수 있는 앵커링 기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저서 '굿바이 스트레스'

‘앵커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먼저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을 찾아야 한다. 여러분의 생활 속에서 최근 가장 기쁘고, 행복하고, 편안한 감정을 느꼈던 적은 언제인가? 대부분의 환자들은 기쁘거나 행복했던 일이 없었다고 답하지만, 로또라도 당첨되어야만 행복한 일로 여기는 것 자체가 큰 착각이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기쁘고, 편안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행복하고 편안한 감정, 혹은 감격스럽고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면 ‘앗! 지금이다’라고 외친다. 바로 행복한 감정에 휩싸인 순간이 찾아온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맞대어 동그랗게 만든 상태로 행복한 감정을 마음 깊이 느낀다. 시간이 좀 흐른 뒤 행복한 마음이 수그러들면 손가락을 뗀다.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면, 왼손의 엄지와 검지가 맞닿았던 손가락의 감각과 근육 움직임에 ‘조건’이 걸리게 된다. 마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개가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게 되는 이치와 같다.

엄지와 검지를 붙였다 떼는 아주 단순하고 쉬운 동작이지만, 기쁘고 행복한 감정이 들 때마다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조건’의 강도는 점차 강해진다. 이렇게 행복한 감정과 신체 일부의 감각 또는 근육패턴을 꾸준하게 조건화시킴으로써 우리는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자기 자신만의 ‘행복 열쇠’를 갖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 또는 기분이 축 처지고 우울할 때, 그 감정을 빨리 바꾸고 싶은 감정에서 헤어나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바로 이 ‘행복 열쇠’가 필요하다.

먼저 눈을 감고 여러 번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기존에 만들어놓은 조건대로 엄지와 검지를 맞댄다. 그러면 손가락 감각과 근육 패턴에 각인된 행복한 감정이 조건반사처럼 서서히 일어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 그 과정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부정적 감정을 한번 물리치고 나면, 우리는 더 큰 성찰을 경험하게 된다. 불과 몇 분 만에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그전에 자신이 느꼈던 어려움과 힘든 감정들이 훨씬 더 작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불안, 우울, 분노의 파도 속에서 스스로 건져 올려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보게 하는 통찰과 혜안, 바로 이 앵커링 기법이 당신에게 선사하는 ‘행복의 열쇠’인 것이다.

저서_<굿바이, 스트레스>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 이동환 원장 rivers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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