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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76] 뮤지컬 ‘쿠거’

‘쿠거(cougar)’는 북미 지역에서 고양이과 동물인 퓨마를 부르는 다른 말이다. 뮤지컬에서는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떠나는 ‘쿠거’의 습성처럼 커뮤니티를 통해 먹잇감인 젊은 남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중년여성을 속칭하는 말이다.

뮤지컬 ‘쿠거’는 2012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4,50대 중년 여성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뮤지컬이 한국에선 어떤 반응이 있을까 궁금했던 작품이다. 뮤지컬 ‘쿠거’는 중년의 세 싱글 여성들의 삶을 다룬다. 주인공은 이혼 후 무너질 것 같은 자신의 새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는 ‘릴리’와 인생을 쿨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내적 심리를 애써 숨긴 채 살아가는 ‘클레리티’ 그리고 ‘쿠거 바’를 운영하며 완벽한 쿠거를 꿈꾸는 ‘메리-마리’다.

세 여성은 젊은 남자와의 사랑과 연애를 위해 대상자가 나타나면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포획하고 작업한다. 작품은 그 결과로 세 여성이 진정한 각자의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며 홀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기분 좋은 여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나이 듦에 따른 사랑과 대처, 성적 욕망, 그리고 끈끈한 우정에 관한 솔직하고 발칙한 장면들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뮤지컬 ‘쿠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차마 드러내지 않았지만 어쩐지 가려웠던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극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객석은 통쾌한 환호로 응답하고 각자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즉, 관객들은 무대 위 타인을 보며 느끼는 대리만족을 넘어서 어느새 자신들이 이제부터라도 ‘세이 예스’를 외치며 작품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삶의 활력을 되찾고 당당히 설 수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작품은 관객이 자신만의 특별한 자존감으로 우뚝 서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뮤지컬이다.

공연은 개막 전부터 뮤지컬 판 ‘섹스 앤드 더 시티’를 표방했다. ‘만 19세 이상 관람가’, ‘여자들이 꿈꾸는 은밀한 로맨스’, ‘눈치 보지 말고 솔직하게, 감추지 말고 당당하게’ 라는 문구들로 자극적인 호기심을 유발했다. 또한, 과연 얼마나 발칙하고 야하길래 하는 호기심과 더불어 무릇 충동적인 야릇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김선경 배우가 브로드웨이에서 직접 보고 적극적으로 한국에 소개하고자 했다는 후일담에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심지어 박해미, 김선경, 김희원, 최혁주 등 국내 뮤지컬계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탁월하고 독보적인 여배우 군단이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관극에 대한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발칙한 소재와 구성, 위트 있고 화끈한 무대는 속 시원하고 짜릿한 에너지가 폭죽처럼 터져 싱그러운 활력이 넘실댔다. 여기에 인정이 넘치고 훈훈한 미담도 있는 스토리라인 덕에 때로는 감동을 넘어 벅찬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세련된 3인조 라이브 밴드와 후끈한 배우들의 가창과의 합이 찰지게 어우러졌다. 넘치지 않은 적절한 안무 또한 작품에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예견했던 여배우들의 짜릿한 매력과 시시때때로 터져 나오는 명불허전의 폭풍 가창력, 캐릭터에 날개를 달게 한 기막힌 연기력이 돋보였다. 극성과 극태를 모두 갖춘 특급 여배우들의 화려한 캐릭터의 성찬 덕에 방전되었던 기운마저 차고 넘쳤다. 비록 남자지만 당장에라도 함께 ‘세이 예스’를 부르짓게 만드는 활기 충천한 무대였다.

 

또한 화려한 가창력의 지존들 사이에서 전혀 꿀리지 않고 수줍은 듯 당당한 매력의 소유자, ‘벅’과 ‘멀티맨’ 역을 제대로 해 낸 청일점 ‘조태일’의 발견도 반갑다. 작품의 전체 틀과 합을 일궈 낸 노우성 연출의 노력과 미학적 발현이 좋았다.

뮤지컬 ‘쿠거’는 중년 여성들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욕망속의 자아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작품은 화끈하고 속 시원하게 수위를 넘나들면서도 결코 부끄럽지 않게 동의할 수 있는 정서와 상태의 이야기, 솔직한 고백과도 같은 당당하고 밝은 용기와 위로, 더불어 위안이 되는 무대다. 비록 사회적 편견에 불편해 하더라도 사랑에 관한 바람직한 선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며 당당함의 자존감과 더불어 성숙한 지혜와 식견까지 쟁취할 수 있게 한다.

‘릴리’가 ‘벅’에게 이별을 고할 때 하는 말은 인생을 살아 본 사람들만이 할 수 있고 이해 할 수 있는 삶의 지혜에서 나올 수 있는 성숙한 말이다.

“나이든 여자가 사랑을 하면 뭐가 좋은지 알아? 두 사람 모두에게 가장 좋은걸 선택할 수 있다는 거야.”

 

공연은 4월 10일부터 7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의 무대에 오른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마케팅컴퍼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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