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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75] 국립무용단 ‘제의 CEREMONY 64’

2012년부터 레퍼토리 시즌제를 운영하며 매번 신작과 재공연을 통해 끊임없이 달려온 국립무용단이 2015년 4월 신작 ‘제의 CEREMONY 64’(이하 제의)를 발표했다.

‘제의’는 신을 향한 마음에 정성을 다하는 인간의 의식적인 행위다. 또한, 인간 스스로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한 암묵적 행위이기도 하고 사회에 대한 정화와 치유의 의식이기도 하다. 국립무용단의 ‘제의’는 고대에서부터 조선시대까지 내려온 제의적인 춤 의식을 소재로 하여 오늘의 춤 언어로 해체하거나 재구성했다.

‘제의’가 여러 춤 의식을 엮어내는 외형적인 틀은 인간의 탄생과 소멸의 순리를 따르는 동양의 윤회사상과 64괘의 틀 속에서 우주만물의 이치에 근간을 두는 탄생과 소멸 그리고 잉태의 삶의 순환을 순차적으로 시각화했다.

작품은 국가 제사인 종묘제례에서 줄과 대열을 맞춰 격식 있는 몸놀림을 유지하되 행과 오를 맞추며 짜임새를 탄탄히 하며 합을 맞추던 64괘의 진수를 유지했다. 국립무용단은 단지 움직임의 변형과 추가에 머무르지 않았다. 작품은 복식과 행위의 새로운 접근과 조명을 통한 공간 분할, 집중적인 가시화를 통해 새로운 전통의 계승과 동시대의 무대언어를 만들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또한 불교의식무용인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을 비롯해 살풀이, 춘앵무 등을 활용하면서 전통과는 또 다른 모던한 형식의 무대 언어로 풀어냈다.

필자는 전통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거나 재창작을 할 때는 악기나 꽃을 드는 방식의 단순화된 소품이나 소멸로 이뤄진 외형적 변화가 아닌 처음 시작했을 때 정서의 상태와 움직임의 중심, 즉 ‘제의’의 바탕이 되었던 정신과 더불어 간절한 기원과 행위의 의식, 그리고 소품을 통한 구체적 행위의 근본을 놓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버림과 축소로 인해 대체, 확장의 실험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열어둘 수 있다. 하지만 재창조 된 양식적 의식과 그 행위의 본원적 정성이 배제된 듯한 외형적 해체와 재구성은 그저 공허한 외형적 변화의 볼거리로 변해갈 수도 있으니 여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탄생과 죽음 그리고 잉태의 큰 줄기에 전통적 제의의 틀을 입혀 산 자와 죽은 자의 안녕과 평안을 강구하며, 시대를 불문하고 연연히 이어져 온 제의적 의식의 흐름들을 보여준다. 즉, 64괘를 운용한 일무에서부터 시작해 시대가 변해도 소멸되지 않은 기원과 의식적 제의들을 한데 엮어 놓았다. 여러 제의의 원형에서 모티브를 가져오되 현대적인 형식과 기호로 새로운 무대언어를 창출한 것이다. 하지만 그중 한 가지라도 더 깊이 있게 들어가 심층적인 해체와 재구성으로 확장과 해체의 자유로운 창작의 연작 시리즈로 발표하는 것이 더 좋았을 수 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누구든 전통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해석과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과 원리를 보존하고 유지하면서 동시대와 소통하는 기호나 고리로 형상화하고 시각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전통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거나 해체하는 데에는 단지 외형적 변형이 주가 아닌 자유로운 확장이나 새로운 시각적 변형이 어떻게 전통의 본양을 계승할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작품이 어떻게 현재와 동시대성을 유지하며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해 찾아 낼 지를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그런 것들이 어떻게 동시대의 관객들과 소통하고 자존감을 획득하면서 창의적인 양식으로 회자되어 새로운 전통의 결과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의’의 무대는 작품에 이입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오히려 갇혀있어 등퇴장이 자유롭지 못했다. 공연의 끝까지 무대에 변화가 없어 ‘제의’를 통한 고대와 현재의 계승, 창조 그 소통의 연결로 인한 미학적 미장센의 제시를 감지하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듯 했다. 이런 시각까지 껴안을 수 있고 참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건강한 소통을 위해 부족하지만 개인적인 소견을 보낸다.

음악적 재구성과 과감한 발상에 의한 음악적 표현의 흐름은 청각적인 새로운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판소리에 스캣창법을 도입하여 장면적 정서를 바탕으로 생동감 있는 울림의 표현 방식이 신선했다. 또한, 거문고를 활로 연주해 색다르고 풍성한 질량감과 그 오묘한 울림의 부피감을 만들어 낸 것이나, 더불어 마두금과 첼로의 합, 시김새는 전통악기의 자유로운 음색의 변화와 영역의 확장을 통해 독창성을 부여했다. 또한 보편적이면서 안정적인 음악적 브랜딩을 구축해 어느새 몸속으로 들어와 요동치게 했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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