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4.20 화 13:02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리뷰 Flashback 63] “뭉근한 감동”…뮤지컬 ‘러브레터’

왜 우는지도 모른 채 우는 눈물이 몇 년 만인지. 이제 겨울이 되면 뮤지컬 ‘러브레터’가 떠오를 것 같다. 벅차오른 추억은 아련하고 뭉근하며, 작품에 담긴 감성은 ‘툭’하고 심장을 내려놓게 만든다. 무대언어로 되살아난 뮤지컬은 탄탄한 구성과 원작영화의 감동 그대로 객석을 촉촉하게 적신다. 

원작 감동 그대로, 뮤지컬만의 개성으로 태어나

히로코는 2년 전 사랑하는 연인 이츠키를 조난 사고를 통해 산속에서 잃는다. 그녀의 곁은 아키바가 지키지만 이츠키를 향한 그리움은 끝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우연히 얻게 된 이츠키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내고, 그와 이름이 같은 여자 ‘이츠키’로부터 답장을 받게 된다.

원작 영화의 힘을 이토록 고스란히 담은 뮤지컬이 또 있을까. 뮤지컬 ‘러브레터’는 여타 ‘무비컬’처럼 원작의 아우라를 벗어나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작품만의 개성을 주장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영화가 절제된 영상미와 여백의 미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면, 뮤지컬은 무대언어의 맛을 살린 비범한 각색이 인상적이다.

뮤지컬 ‘러브레터’의 최대 강점은 출중한 구성력이다. 원작 영화는 갈등구조가 크게 없다. 무대 안에서 드라마틱한 감정의 흐름을 담아야 하는 뮤지컬에 어울리는 이야기 구조가 아닌 것이다. 작품은 이야기의 굴곡 살려내기 위해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두 여인의 모습에 더욱 집중한다. ‘히로코’는 사랑했던 연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첫사랑의 그림자’라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여자 ‘이츠키’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별’이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이를 이겨내기 위한 두 여인의 상처 극복기는 남자 ‘이츠키’를 추억하는 과정을 통해 극대화되며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를 빚어낸다.

 
작품은 ‘성장’이란 첨가물을 통해 이야기에 맥박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다채로운 분위기의 뮤지컬넘버를 더해 영화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는 무대로 윤색했다. 특히, 작품은 무대 위에서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병렬하거나 혼합하면서 추리적 뉘앙스까지 묘사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결말임에도, 객석이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영화 속 명장면을 찾는 재미도 알알이 박혀있다. ‘히로코’가 떠난 연인을 향해 ‘오겡키데스까(잘 지내나요?)’를 외치는 장면도 영화의 감동 그대로다. 물론 영화의 백미인 ‘설산’의 미장센은 없지만, 앞서 쌓아온 충분한 감정의 상승으로 영화에 비견하는 울컥임을 자아낸다. 바뀐 영어 시험지를 확인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자전거의 빛을 밝히는 영화 속 장면도 뮤지컬에서 그대로 구현된다. 뮤지컬은 사랑스러운 앙상블과 풋풋한 뮤지컬넘버의 조화를 통해 감성의 포물선을 더 멀리 던진다.

출연진은 구멍이 없다. ‘히로코’와 여자 ‘이츠키’ 1인 2역을 맡은 김지현은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를 섬세하게 직조한다. 소년 ‘이츠키’ 역의 조상웅은 여러 배역과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조응하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아키바’ 역의 윤석원은 넉살 좋은 연기로, 소녀 ‘이츠키’ 역의 유주혜는 순박한 청초함으로 작품에 일조한다. ‘할아버지’ 역을 맡은 이서환과 ‘엄마’ 역의 강정임은 찰진 호흡으로 작품의 메시지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짝사랑녀’ 역할의 권소현은 천연덕스러운 ‘광녀’(?) 연기로 자칫 평이할 수 있는 극의 리듬을 살려내는 데 제 역할을 해냈다.

“긴 겨울 견디고 피어난 벚꽃 밤낮으로 환한 미소와 향기. 내 맘을 두드려 내 안에 쌓이고 바람에 날리면 가슴이 떨려와.”

뮤지컬 ‘러브레터’의 감동은 ‘사랑 이야기’에 있지 않다. 두 여인이, 할아버지와 엄마가 이별의 상처를 극복할 때 울림은 더 크고 깊어진다. ‘극복과 성장’은 우리 삶의 영원한 과제다. 뮤지컬 ‘러브레터’는 상처의 흉터에 길게 바른 연고와 같다. 긴 겨울을 견디면 벚꽃은 또 핀다. 겨울과 봄 사이면 언제고 뮤지컬 ‘러브레터’가 떠오를 이유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로네뜨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