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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67] 뮤지컬 ‘러브레터’

일본의 저명한 작가 이와이 슌지의 원작 영화 ‘러브레터’가 국내 창작진에 의해 뮤지컬로 공연되고 있다. 오래전 영화를 보며 ‘오겡데스까’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 울컥했던,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 영화다.

“잘 지내고 있어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허공에 소리치며 말을 건네는 히로코의 마지막 탄식과 절규 같은 외침은 여전히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했고, 공연이 끝났어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게 했다. 뮤지컬 ‘러브레터’는 원작 영화의 내용과 정서를 고스란히 유지하며 새롭게 무대 언어로 되살려 냈다. 동시에 추억과 기억을 교차시키며 관객이 작품 속에 살포시 스며들게 했다.

작품은 사랑하는 연인 이츠키가 죽은 지 2년이 지난 추모식에서 시작되어 이츠키가 조난사 당한 설산에서 울부짖는 히로코의 외침까지 그려낸다. 고스란한 원작의 정서들이 스냅사진의 묶음처럼, 추억과 잊힌 기억의 편린들로 묶은 한 편의 소설처럼 한 페이지씩 책을 읽듯이 되살려 낸다.

뮤지컬 ‘러브레터’는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교차 병렬구조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기억해내거나, 그때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하고 깨닫게 한다. 작품은 결코 느슨하지 않게 매 장면마다 적절한 긴장감과 스릴 넘치는 사건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거나 편집한다. 원 소스를 통해 함께 또르르 웃을 수밖에 없게 하고, 연극적인 무대 미학만이 누릴 수 있는 판타지 요소까지 참 여러 가지 맛을 내는 근사한 볼거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작품은 벚꽃이 피면 기억 날 수밖에 없는 사랑, 벚꽃 향기 속에 가려진 하얀 벚꽃의 비밀, 그렇게 이츠키와 히로코의 사랑의 러브레터를 기억하게 한다. 더불어 누구나 첫사랑을 추억하게 한다.

뮤지컬 ‘러브레터’는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과 추억을 되짚어보는 정서뿐 아니라 어느 날 누군가에게 느닷없이 닥칠 수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이별만큼 큰 충격과 상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그 트라우마가 우리를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게 하거나, 때로는 역행하여 그 속 가장 밑바닥으로 침잠하게 하기도 한다. 그 고통스런 과거에서 헤어나질 못해 결국은 현실의 루저로 전락하여 손가락질당할 때도 있다.

뮤지컬 ‘러브레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히 진행된다. 하지만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아직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으로 인해 얻은, 하염없이 나락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질 못할 것 같은 자기만의 고통마저 오히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며 스스로 극복하고 소통하고 말을 건넬 수 있는 살아냄으로 변화시킨다.

특히 이 작품에는 ‘첫사랑의 화신’ 같은 소년 이츠키 역의 조상웅과 소녀 이츠키 역의 유주혜가 깔끔하고 안정적인 보컬과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수줍던 시절, 사랑스럽기만 한 첫사랑의 전령들처럼 아주 적절하고 아름답게 무대를 빛내주었다.

공연은 2014년 12월 2일부터 2015년 2월 1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린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로네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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