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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서울무용제 대상 ‘한칠소울발레단’…“작품에 대한 신념 있었다”‘질주-G minor’로 대상 영예 안아

지난 11월 3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제35회 서울무용제의 대상이 발표됐다. 수상작은 ‘질주-G minor’, 수상자는 한칠소울발레단의 안무가 한칠이었다. 시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한칠의 얼굴은 복잡미묘했다. 회한 같기도, 기쁨 같기도 했다. 짧은 수상의 순간에 객석과 마주 선 그는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믿는 마음에서 예술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는 묵직한 수상소감을 남겨 감동을 전했다. 지난 1년간 오로지 ‘질주-G minor’에만 집중했다는 그와 함께 수상 후 짧은 인터뷰를 나눴다.

 
- 제35회 서울무용제 대상을 수상했다. 소감은?

기쁜 건 당연하다. 이번 작품은 정말 열심히 했고 노력을 많이 했다. 저 같은 경우는 오랜 시간 꾸준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타입인데, 그런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도 보인 것 같아 기쁘다. 이러한 결과가 후배들에게 많은 힘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 어디에선가 꾸준히 작품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 같아 남다른 기쁨이 있다.

- 수상을 예상했는지.

사실 3년 전에 서울무용제에 한 번 참가했었다. 그 당시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주로 활동했던 터라 한국에서 함께 춤을 추는 그룹을 형성하는 게 힘들었다. 주변에 선후배가 없다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에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여건들이 맞지 않았다. 스태프와 무용수, 안무가 모두 조화롭지 못했다. 이번 대상 수상은 그 당시에 대한 자존심 회복과 같은 심정이다.(웃음)

기대는 조금 했다. 열심히 하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하지만 두렵기도 했다. 한 번 혹평을 받았던 자리에 다시 나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경연에 참여한 안무가들 중에 나이도 제일 많았다. 그럼에도 역시 다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가게 됐다.

- 서울무용제에서 발레부문의 대상이 나온 건 오랜만이다.

창작 발레가 다른 장르와 함께 경연해서 상을 받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토슈즈를 신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면도 잘 드러나야 하고, 레퍼토리화 되어 있는 발레에서 창의성과 예술성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안무는 발레의 그러한 약점들을 보완하고 아우르면서 몰두했다. 과거에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꽤 오래 했었는데 이러한 춤의 특징도 안무에 조금씩 다 녹아있다. 다양한 장르의 춤을 배웠던 것이 안무할 때 한칠소울발레단만의 독특한 색을 내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 대상작인 ‘질주-G minor’는 어떤 작품인가?

‘질주-G minor’는 예술적인 부분에 치중을 많이 한 작품이다. 요즘은 무용에도 상업적인 음악을 많이 쓴다. 저는 감상하는 음악을 선택했고 강조했다. 주위에 반대가 많았다. 이번 작품에 사용된 ‘교향곡 40번’은 연주곡이지 춤곡이 아니다. 이 곡으로 춤을 춘 사람을 보지 못했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작품을 예술적으로 만들고 싶어 모차르트의 음악을 쓰게 됐다. 보통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사용하면 모차르트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안무를 짠다. ‘질주-G minor’는 그가 죽기 전 마지막 4년 동안의 심리상태와 음악을 주인공으로 한다. 그의 음악이 작품의 주인공인 셈이다.

- 춤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주로 받았는지.

초반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즉흥적으로 무브먼트를 만들어냈고, 리서치를 많이 했다. 춤의 언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데 주력했다. 클래식한 것, 현대적인 것, 한국적인 스텝도 들어가 있다. 장송곡에는 모차르트가 죽기 전에 쓴 곡이라 처절함이 느껴진다. 이 음악에는 한국적인 그림이 잘 어울릴 것 같아 한국무용의 스텝을 사용했다.

- 수상소감에서 “지난 1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작품만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가장 힘들었던 것은 멤버가 자꾸 바뀐다는 것이었다. 이번 공연에만 12명의 무용수가 바뀌었다. 1년이라는 기간을 연습하다보니 무용수들이 견디질 못했다. 이해하긴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할 때는 조금 힘들었다. 그 다음엔 역시 재정적인 부분이다. 한칠소울발레단이 독립단체라 후원이 없다. 모든 재정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다. 창작자의 고난 중에 하나라 생각한다.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돈을 생각하면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 일에 돈을 투자해서 건져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작품이 남지 않나. 그런 점에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

 


- 수많은 어려움 끝에 서울무용제 대상을 수상했다.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작품을 만들 때 서울무용제를 목표로 하긴 했지만, 일반 대중들의 반응도 많이 생각했다. 과연 대중들이 이 무대를 어떻게 생각해줄 것인가, 이 클래식한 음악을 잘 받아들여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대중들이 이 작품을 좋아해줬다. 초등학교 동창이 40년 만에 제 공연을 보러 왔는데 “정말 재미있게 봤고, 주제를 다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해줬다. 그때 이 작품이 ‘대중 속에 흡수가 됐구나’ 싶었다. 이 작품을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기대로 1년이란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경연을 위한 일회성 작품이 아니라 레퍼토리화 될 수 있었으면 한다.

- 앞으로 레퍼토리화를 위해 계획 중인 것들이 있나.

이제부터는 홍보마케팅 분야다. 예술가들이 제일 못하는 부분이다.(웃음) 전문가와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관객 반응을 보니 작품이 대중에게도 잘 흡수될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년이 클래식 음악과 발레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없다. 이런 부분에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모차르트’라는 예술가를 존경하고 따른다는 의미로도 이 작품을 만든 의의가 있다.

- 서울무용제에서 더 나아가 꿈꾸고 있는 미래가 있다면?

여건이 갖춰진 곳에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꿈이다. 제가 평생 해야 할 일은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좋은 안무를 만들어 내는 데 몰두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뒷받침이 필요하다. 부수적인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 충실히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한칠소울발레단이 조금 더 발전해서 주목받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 우리만의 독특한 작품을 갖고 더 많은 대중과 예술적으로 소통하는 발레단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한국무용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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