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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 ‘을’들을 통해 사는 이야기 들려주고 싶다” 소리꾼․작창가 이자람 인터뷰새로운 작품 선보인 소리꾼 이자람 인터뷰

주요섭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판소리 ‘추물’과 ‘살인’이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추물’은 흉측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여인이 남편에게 쫓겨나 서울에 올라오면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는다. ‘살인’은 창부의 짝사랑이 불러오는 비극을 다룬다. 두 작품은 소리꾼 이자람에 의해 소설에서 판소리로 거듭났다. 이자람은 이번 공연에서 작창가이자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자람은 편안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자람은 ‘예솔이’로 더 잘 알려진 소리꾼이다. 그는 1999년 최연소 춘향가 완창자로 기네스북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소리꾼의 길을 걸으며 자신만의 예술관을 갖춘 진정한 소리꾼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억척가’, ‘사천가’를 통해 작창가로도 활동하며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구김살 없는 웃음에선 작은 몸으로 ‘춘향가’를 부르던 ‘어린 이자람’의 모습이 겹쳤다. 이자람은 유명인 대신 예술가를 택했다. 대중적인 유명세에도 예술을 고집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공연 역시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라 대답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예술을 택했다는 그와 함께 ‘이자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추물’과 ‘살인’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 작품을 택한 것이 아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작품을 선택한다. ‘추물’은 느낌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살인’도 마찬가지다. 작품 선정하고 나서야 ‘우리가 왜 이 작품을 택했나’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엔 ‘갑’과 ‘을’이 존재한다. ‘추물’과 ‘살인’의 주인공은 ‘을’ 중에서도 ‘을’이다. ‘을’의 사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잊혀가는 개인의 가치들을 주워담고 싶은 욕심이 담겨있다.

-‘추물’과 ‘살인’의 구성적 특징은 무엇인가?

‘추물’은 전통적인 판소리 서사와 같다. 어떤 인물이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변해가는 이야기가 주요 내러티브다. ‘추물’은 지금까지 해오던 내러티브와 비슷하다. ‘억척가’, ‘사천가’의 연장 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살인’은 인물의 내면적 변화를 담는다. 작품 속 사건은 ‘창부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짝사랑하면서 포주를 죽였다’가 전부다. 이번 작품은 사건을 따라가지 않는다. 작품의 중심은 포주를 죽여야만 하는 심리에 있다.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니 서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판소리와 서정이 결합된 작품이 거의 없다. ‘살인’은 새롭고 실험적인 작업이다.

-작창가로서 스토리 구성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두 작품 모두 원작이 존재한다. 각색 전에 원작의 어느 부분이 나를 끌어당겼는지 고민한다.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내가 끌린 부분의 교차점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각색은 원작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이다. 처음에는 원작의 플롯을 따라간다. 그러다 특정 부분을 뚱뚱하게 만들거나 날씬하게 쳐내는 과정을 거친다. 원작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판소리로 펼칠 수 있는 부분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반면 ‘살인’은 철저한 스토리라인이 필요했다. 살인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스토리라인을 구성했다.

-소리와 극을 연결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소리와 극은 동떨어져있지 않다. ‘춘향가’는 8시간에 걸친 춘향이 이야기다. 다른 판소리도 마찬가지다. 전통 판소리 안에는 내러티브가 존재한다. 판소리를 배우면서 노래만 배운 것이 아니다.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 구조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도 전술 받았다. ‘추물’은 판소리의 연장선에 있어 작업이 수월했다. 반면 ‘살인’은 연결고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전의 작창과 달리 새로운 방식을 통해 만들어 낸 작품이 바로 ‘살인’이다.

-이번에 김소진, 이승희 소리꾼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어떤 소리꾼인가

‘추물’의 김소진 소리꾼은 20살에 처음 만났다. 김소진는 예쁜 모범생으로 자라온 친구다. 무대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소진는 무대 위에서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만개한다. 달콤한 사탕을 주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어린아이 같다. 이 친구는 가진 원천이 대단해 어떤 무대를 만나느냐가 관건이다. ‘살인’의 이승희 소리꾼은 처음 보는 유형의 소리꾼이다.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들은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소리꾼 역시 마찬가지다. 이승희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항상 정갈하고 정제된 상태로 무대에 오른다. 덤덤한 매력으로 극을 이끄는 친구다. 두 사람은 매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작품에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은 ‘판소리만들기 자’로서 만든 작품이다. ‘판소리만들기 자’는 어떤 단체인가?

‘사천가’를 시작으로 만들어진 공연집단이다. 판소리 공연을 만들면서 몸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소리만들기 자’는 판소리 공연에 있어 몸체 같은 단체다. 소속된 단원과 이야기를 판소리로 재창작하는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한마디로 판소리를 창작하는 집단이다. 동시에 젊은 관객과 판소리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카페를 중심으로 작은 공연을 계속 올리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는다. 앞으로 전통과 현재를 잇고 소통하는 단체가 되고자 한다.

-작창가, 밴드,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고 있다

많은 장르를 아우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극을 좋아하다 보니 판소리와 연극의 닮은 점을 빠르게 찾는다. 닮은 점을 찾아 판소리와 극을 엮는 작업이 재밌다. 모두 재밌어서 시작한 작업이다. 다양한 기회가 생겨 이런저런 작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장르를 접한 경험을 양분으로 지금이 완성된 것이다.

-아티스트 차원과 동시에 국악의 대중화와 공공성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하지 않나?

대중화와 공공성에 이바지하기 위해 특별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금처럼 창작 작품을 계속 무대에 올리면 대중화와 맞닿을 것이라 믿는다. 관객들이 판소리의 참맛을 깨닫도록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대중화를 이끄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단기적인 대중성보다는 장기적인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2015년 향후 계획은?

작품을 계속 창작하고 싶다. 작품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판소리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소리꾼의 실력을 구분하기 힘들다. 공연을 많이 봐야 어떤 판소리가 명품 공연인지 알아챌 수 있다. 뛰어난 실력의 소리꾼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박은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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