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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춤으로만 도전하라”…문영철 서울무용제 총감독올해 첫 총감독직 맡아

제35회 서울무용제의 막이 11월 10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올랐다. 서울무용제는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순수무용 분야가 한데 모여 경연을 펼치는 ‘무용계 축제의 장’이다. 무용제는 1979년 발족해 35년간 꾸준히 한국 무용계를 묵묵히 이끌었으며, 실력파 안무가의 등용문으로 굳건히 자리해 왔다. 올해는 한양대 문영철 교수가 총감독을 맡아 한층 더 풍성한 무대를 마련했다. 서울무용제 총감독 자리에 대해 “무한한 영광”이라 말하는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 제35회 서울무용제의 총감독을 맡게 됐다

개인적으로 서울무용제와 이런저런 인연이 있었다. 1983년도 제5회 서울무용제 때 출연해 연기상을 받고 군대를 면제받았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서울무용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행사였다. 대학생이 나오기 어려울 정도의 대회였다. 지금까지도 학생 시절에 품었던 서울무용제에 대한 환상이 있다. 이후 교수가 되면서 제 작품으로 제25회 서울무용제의 대상, 미술상, 연기상 등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서울무용제는 매년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감사하게도 먼저 총감독 제안을 주셨다. 마침 학과장 자리를 마무리한 터라 의미가 있겠다 싶어 부족하지만 총감독으로 합류하게 됐다.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 서울무용제는 무용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행사인가

서울무용제는 무용인에게 안무자로 나설 수 있는 등용문이다. 서울무용제 경연은 예선부터 시작해 힘들게 본선에 진출한다. 지원서를 내고 몇 차의 심사를 거쳐야 비로소 경연이 시작된다. 상을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 무대에서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안무가로서 인정을 받는 일이다. 경연대상부문에 선정된 8개 안무작은 장르를 막론하고 뽑힌 작품들이다.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의 장르에 주어진 자리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르인가를 불문하고 뽑는다. 그래서 더욱 ‘등용’의 의미가 크다. 서울무용제는 워낙 역사가 깊은 축제다. 심사위원들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권위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적극 지원도 한다. 다른 어떤 축제보다 질이 높다.

 

- 총감독직을 맡으면서 서울무용제에 대해 느낀 점이 있을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이 있나

예산이다. 서울무용제가 더욱 커지려면 비용이 필요하다. 올해 문체부의 예산이 줄었다. 예산이 적어진 상태에서 큰 축제를 열려다 보니 환경이 열악했다. 바깥에서 보는 것과는 굉장히 많이 다르더라. 우리나라에서 권위 있는 무용제는 서울무용제가 거의 유일무이하다. 예산이 충분하면 무용인들도 조금 더 좋은 무대에 설 수 있지 않겠나. 주변에서 들리는 말이 예산이 적어서 ‘너무 힘들다’ 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안무자들이 투자하는 개념으로 축제가 열리고 있는 것 같다. 더 좋은 작품을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하게 예산을 지원 받았으면 한다. 굉장히 절실한 문제다. 서울무용제의 경우 춤의 질은 높은 데 리셉션이 약하다. 무용계에 걸맞지 않아 초라하게 보일까봐 걱정이다.

- 올해 서울무용제에서 변화를 주려고 한 부분들이 있다면

서울무용제가 경연단체 무대로만 끝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무용제의 뜻이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무용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직접 발품을 팔고, 홍보도 많이 하면서 다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강동아트센터와 공동주최한 청소년과 전통명인들의 무대다.

‘다함께 춤춤춤’은 청소년들이 4일 동안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서 선보이는 공연이다. 서울에 있는 예중, 예고 오디션을 통해 8개 학교가 선정됐다. ‘청소년 페스티벌’의 첫 시작이다. 서울무용제의 축하무대이자, 무용계 꿈나무들이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춤 향기 전통을 찾아’는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4일간 공연한다. 우리나라의 볼만한 전통 춤을 선보인다. 저명한 전통춤 명인들을 모셔서 하루에 8팀씩 공연할 예정이다. 이러한 행사들이 어우러져서 올해 서울무용제가 조금 더 큰 행사가 됐다. 앞으로는 저변확대를 통해 더 많은 극장과 공동주최하는 일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이것이 이번 축제에서 제가 했던 일 중 가장 큰 일은 이것이 아니었나 싶다.

- 서울무용제가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과거 서울무용제에 출품된 작품들은 순수예술 그 자체였다. 요즘은 모든 예술이 융복합이지 않나. 지금 경연에 오르는 작품들을 보면 ‘저게 발레인가? 한국무용인가?’ 싶을 정도로 장르의 문턱을 자유롭게 넘는다. 훨씬 무용제다워졌다고 생각한다. 이 축제는 ‘서울발레제’, ‘현대무용제’가 아닌 ‘서울무용제’다. 출품작들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제 색깔을 내기 때문에 굉장히 재밌다. 발레도 맨발로 하고, 한국무용도 저고리를 벗어던진다. 대중적으로 가고 있는 단계라 생각한다.

- 총감독직을 맡으면서 부담을 느꼈을 것 같다

잘해야 하는데.(웃음) 제가 부자였으면 필요한 것들을 다 해주겠는데 그게 아니지 않나. 계속 예산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제가 올해 일을 많이 벌였다. 고생하는 스태프들에게라도 잘해주고 싶은데 참 어렵더라. 그들이 해준 만큼 대가를 돌려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운영이 부족해서 참여자들이 작품에 소홀하게 될까봐 걱정스럽다.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늘 아쉬움이 있다.

- 서울무용제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예산이나 후원이 확보되어 더 확산되었으면 한다. 외국은 재벌기업의 후원을 많이 받는 편이다. 저는 일본에서 춤 공부를 했다. 일본은 대부분 큰 기업들이 축제의 뒷받침이 되어준다. 한국도 조금씩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러한 후원을 통해 세계적인 무용제가 되었으면 한다.

- 참여하는 이들이 무용계 후배이기도 한데,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긍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서울무용제의 타이틀을 달고 하는 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서 무대에서 춤을 춰주길 바란다. 서울무용제의 경연은 자신의 기록으로 남는다. 그만큼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질 높은 작품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앞으로 서울무용제 무대에 오를 사람은 아주 많을 거다. 서울무용제에 걸맞은 높은 질의 작품을 선보여 줬으면 좋겠다. 무용제에 나오는 것이 다가 아닌, 더 깊이 있고 심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무용제 안무작들은 판매되는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이기 때문에 더 큰 열정을 쏟아 만들 수 있다. 진짜 나만의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무용제다. 아무 생각 없이 춤으로만 도전했으면 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한국무용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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