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랑꽃’은 창작뮤지컬로 큰 의미를 가지는 작품이다. 작품은 ‘2013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에서 대상으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딤프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뮤지컬이 참여하는 축제다. 여기서 소극장 공연이 대상을 차지하기란 쉽지 않다. 뮤지컬 ‘사랑꽃’은 창작지원작으로는 역대 처음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품은 수상 당시 탄탄한 플롯과 단단한 캐릭터, 감성적인 멜로디로 호평을 받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사랑’ 꽃

작품은 세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을 띤다. 작품은 ‘몽고반점’, ‘골목길 18번지’라는 에피소드를 ‘목련’으로 관통하며 꼼꼼하게 바느질된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목련’은 대구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한목련’을 주인공으로 한다. ‘한목련’은 극 초반 소녀티를 벗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보인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김영웅’ 앞에서 한 없이 사랑스럽다. 행복도 잠시, ‘김영웅’은 ‘한목련’과의 결혼을 기약하며 타지 개성으로 떠난다. 이후 6·25 전쟁의 비극이 한반도를 덮치지만 ‘한목련’은 꿋꿋하게 ‘김영웅’을 기다린다. 극의 후반부로 가면서 ‘한목련’은 ‘소녀’에서 ‘여성’으로 탈바꿈한다. 그렇다고 ‘한목련’이 특별한 인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그저 풍파를 겪은 ‘평범한 여성’으로 무대에 남아 목련 나무를 지킨다.

‘몽고반점’ 속 인물들도 평범하긴 마찬가지다. 성공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입국하지만, 상상과 딴판인 현실에 좌절한다. 베트남 노동자 ‘김영웅’ 역시 ‘돈’을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공장이 망하고 실업자가 된 그는 우연히 한국 여성 ‘윤화’를 만나고 ‘몽고반점’에 입성한다. ‘김영웅’이 ‘윤화’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사랑에 빠진 ‘평범한’ 남성으로 비친다.

‘골목길 18번지’의 ‘황필만’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한목련’을 짝사랑하던 인물이다. ‘황필만’은 ‘김영웅’만을 기다리는 ‘한목련’ 곁을 오랜 시간 머문다. ‘골목길 18번지’에서는 ‘황필만’ 할아버지가 버리지 못하고 있던 못난 과거가 드러난다. 부끄러운 과거 속에서도 ‘황필만’은 평범한 사람으로 보인다. ‘황필만’은 공산당이라는 말에 두려워하고 강자 앞에서 초라해진다. 이는 ‘황필만’만의 면모는 아니다. 우리 역시 권력에 굴복하고 두려워한다. ‘황필만’은 영웅처럼 멋지지도, 악당처럼 비굴하지도 않다. 그는 여느 평범한 사람처럼 과거를 후회할 뿐이다.

뮤지컬 ‘사랑꽃’ 속 인물들은 능력이 뛰어나거나 잘난 사람들이 아니다. 모두 거리를 걷다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작품은 평범한 캐릭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꽃 피우는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 논한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들이 만들어요. 멀리서 찾지 말아요’라는 넘버 가사처럼 아름다운 사랑은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에서 피어나는 꽃임을 이야기한다.

사투리지만 괜찮아

작품은 대구출신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대구’ 뮤지컬이다. 뮤지컬 ‘사랑꽃’은 대구 극단인 ‘맥씨어터’가 제작했다. 무대의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연출 역시 대구 출신의 정철원이 맡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뮤지컬 ‘사랑꽃’은 ‘대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대사에 구수한 사투리가 그대로 녹아있다. 대구 출신 배우들은 사투리 대사를 맛깔스럽게 살려낸다. 할머니 ‘한목련’ 역을 맡은 장은주를 제외하고 모든 배우가 대구 출신으로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이는 ‘대구 토종 뮤지컬’이라는 작품의 특성을 살리는데 큰 몫을 한다.

이번 공연은 서울 관객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다. 작품의 주 배경인 ‘대구’라는 지역적 색이 강한 작품이지만 관객들은 대사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코믹함으로 중무장한 ‘몽고반점’에서는 작은 사투리 대사에도 큰 호응을 보였다. 특히 40대 여성 관객들은 배우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극 후반에 다다르자 관객석 여기저기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주 관객층이었던 여성들은 ‘한목련’의 대사에 집중하며 극에 몰입했다. 극의 절정에서 ‘한목련’이 내뱉는 ‘고마우이’라는 사투리 대사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관객들은 이야기가 끝난 이후에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박은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백초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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