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더 데빌’은 명작인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파우스트’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대표작으로 르네상스기 실재한 마법사의 전설을 바탕으로 쓰인 희곡이다. ‘파우스트’는 악마와 구원을 주제로 ‘존 파우스트’의 고뇌를 담으며 몇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 공연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뮤지컬 ‘더 데빌’의 주인공인 ‘존 파우스트’는 월스트리트에서 알아주는 주식 브로커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이 그를 덮치고 여파로 그는 모든 것을 잃는다. ‘존 파우스트’는 그의 연인 ‘그레첸’의 위로에도 신을 원망하다 결국엔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더 이상 신을 믿지 않는 그의 앞에 달콤한 사과를 손에 쥔 ‘X’가 나타난다. ‘X’는 ‘존 파우스트’의 가장 아름다운 심장을 조건으로 스카우트를 제안한다. ‘존 파우스트’는 검은 유혹에 잠시 고민하지만 이내 계약을 수락한다. 작품은 ‘존 파우스트’가 선을 지키는 ‘그레첸’과 ‘X’의 계략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풍요와 선함, 결핍과 악함의 상관관계

작품은 ‘과연 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꾸준히 질문한다. 뮤지컬 ‘더 데빌’은 이러한 물음으로 인해 딜레마에 빠진 ‘존 파우스트’를 그려낸다. ‘존 파우스트’는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주식 브로커다. 그는 연인인 ‘그레첸’과도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부족함 없는 삶 속에서 ‘존 파우스트’는 선한 모습을 유지한다. 그는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쳤을 때도 직원들의 안위를 걱정한다.

극 초반 위기에 빠진 그는 ‘신’에게 구원을 기도한다. 기도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그는 절망에 빠진다. 깊은 절망은 ‘X’에게 있어 ‘존 파우스트’를 악으로 밀어 넣는 좋은 빌미가 된다. 결국 ‘존 파우스트’는 오직 ‘그레첸’만이 곁에 남은 상황에서 악마인 ‘X’의 손을 잡는다. ‘존 파우스트’는 ‘X’의 도움으로 원래의 자리를 찾지만 선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에겐 더 이상 약자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다. 결국 ‘존 파우스트’는 신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고 탐욕스런 ‘X’와 하나가 된다.

결핍의 씁쓸함을 맛본 ‘존 파우스트’는 결국 악을 택한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물질만능주의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다. 가난한 자가 타인을 구원하고 풍족한 자는 타인을 짓밟는 아이러니는 사회에 만연하다. ‘존 파우스트’의 변화는 관객들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현대적 ‘장식품’의 활용

작품 속 노래는 락으로 꾸며진다. 전자 바이올린과 전자기타, 키보드의 만남은 ‘존 파우스트’가 휘말리는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현란한 전자음악은 현대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데 일조한다. 특히 화려한 변주는 주인공인 ‘존 파우스트’의 심리적 동요를 극대화 시킨다. 무대 역시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보통 무대는 극의 주 무대인 장소로 꾸며진다. 뮤지컬 ‘더 데빌’은 특정 장소 없이 계단을 활용한 무대로 구성된다. 검은색으로 통일된 무대는 어두운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뮤지컬 ‘더 데빌’은 현대판 ‘파우스트’라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명작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현대적인 설정은 아쉬움을 남긴다. 작품에는 주식 브로커라는 직업 이외에 현대적인 설정을 찾아볼 수 없다. ‘현대적 해석’이라 칭하기엔 음악, 무대 외에는 원작과 다를 바가 없다. 작품은 ‘존 파우스트’의 직업인 ‘주식 브로커’마저 전개를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하면서 ‘파우스트’의 원형을 그대로 따라 아쉬움을 남겼다.

여성 관객의 압도적 점유율, 배우를 향한 뜨거운 호응

이날 관객석은 작품을 보러온 관객으로 꽉 찼다. 관객은 대부분 20~30대의 여성이었다. 관객들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진지한 모습으로 작품을 감상했다. 어려운 대사에 몇몇 관객은 난해한 표정을 지었다. 객석은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소리 없이 고요했다.

관객의 뜨거운 호응은 마지막 무대에서 터져 나왔다. 작품은 커튼콜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 뒤로 들어가면서 끝나는 듯했다. 다시 연주가 시작되고 ‘존 파우스트’ 역의 윤형렬이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면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워졌다. 윤형렬의 노래가 끝나고 이어 ‘그레첸’ 역의 차지연이 등장했다. 차지연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그레첸’의 마지막을 그리는 노래를 불렀다. ‘X’로 열연한 한지상 역시 자신이 맡은 넘버를 열창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 같이 부르는 마지막 곡에서는 배우들이 무대를 뛰어다니며 관객과 호흡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깜짝 팬 서비스에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뮤지컬 ‘더 데빌’은 8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박은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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