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2.6 금 13:52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인터뷰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이야기” 뮤지컬 ‘사랑꽃’ 윤정인 대표

대구산 뮤지컬 ‘사랑꽃’이 9월 17일 드디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지역 공연장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꽤 탄탄한 불씨가 되어 더 큰 시장으로 나선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뮤지컬 ‘사랑꽃’은 ‘2013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에서 해외권, 수도권 작품을 모두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대구 지역의 설화를 바탕으로 따뜻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다뤄 대구 공연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학로 공연은 ‘대구의 감동’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돌아온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는 맥씨어터의 윤정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13 딤프’ 대상 “십수 년의 뮤지컬 삶, 돌이켜 봤다”

- 지난해 수도권, 해외권 작품들을 제치고 대상 수상했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기분 좋았다. 지나간 십수 년의 뮤지컬 삶이 돌이켜지더라. 지방에서 뮤지컬 작곡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지방에 있다 보면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해도 드러나는 게 별로 없다. 예를 들어, 누군가 무언가를 아무리 잘해도 줄을 못타면 잘 올라서지 못하지 않나. 딤프 대상은 지방에서도 뮤지컬 작곡가이자, 극작가로서 이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한 발을 내디딘 느낌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 대상을 수상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뮤지컬’이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 한국의 뮤지컬 원조를 찾는다면 아마도 판소리나 마당놀이가 나올 거다. 뮤지컬 ‘사랑꽃’은 판소리나 마당놀이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한국적인 향기를 낸다. 대구는 창작뮤지컬 지원 사업이 다른 곳보다 좋다. 맥씨어터는 10년 이상 한국뮤지컬을 만들기 위해서 애써왔다. 정서적으로 한국적인 냄새를 낼 수 있었던 것이 요인인 것 같다. 그 점에 많은 집중을 했다.

- 이 작품만의 특색이 있나.

올해 마흔이다. 얼마 전 방영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내 나이 대의 이야기다. 과거와 미래의 딱 중간에 서 있는 세대랄까. 이 세대는 6.25와 일제시대를 살진 않았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부모님을 둔 세대다. 중간세대의 입장으로 한국적인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어머니들의 시대를 가장 가까이 느낀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를 바라봐야 하는 사명감이 있는 세대인 것 같다.

- 그 시대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나?

요즘 20~30대 초반과 우리 세대는 조금 다르다. 우리 세대는 다시는 없을 세대 같다.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도 향수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이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할머니 캐릭터도 지금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조금 있으면 사라질 모습들을 잡아내려 했다.

 

“‘대구의 감동’ 그대로 유지하려 애썼다”

- 뮤지컬 ‘사랑꽃’이 서울 공연을 준비하면서 달라진 점들이 있나?

달라진 것은 많이 없다. 오히려 대구 공연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이번 공연은 작은 예산에도 대구 공연과 똑같이 라이브 밴드를 무대 위에 올린다. 예전의 감동만 유지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뮤지컬은 배우 예술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진다. ‘유지’라는 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이번 공연은 서울에 거주하는 배우들이 아니라, 대구에서부터 함께했던 배우들이 출연한다.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생기는데 그것들을 해결하고 거치면서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 공연의 목표가 ‘대구의 감동’을 그대로 보여줘 보자는 것이다.

- 대구 배우들에 대한 마음도 특별할 것 같다.

여관 인생이다.(웃음) 호텔에서 자고 좋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게 아니다. 창작진이 가족 같은 분위기이긴 하지만 여러 상황에 부딪히다 보면 얽히는 게 생긴다. 모두 다 다른 상황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모인 것이지 않나. 하지만 작품을 하다 보면 또 풀어진다. 뮤지컬 ‘사랑꽃’으로 사람들의 끈이 맺어진 것 같다. ‘지키는 사랑’이라는 작품의 감동을 이 속에서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 대구 공연 당시 라이브 밴드가 인상적이었는데 올해도 참여하게 됐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음악감독의 의지가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돈 문제가 가장 걱정이었다.(웃음) 하지만 MR로 가면 대구의 감동이 유지가 안 될 것 같았다. 딤프에서 상 받았을 때의 감동 그대로 가져가 보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기에 결정할 수 있었다.

- 관객들이 이 작품의 이런 점을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나?

공연예술의 ‘날 것’을 보아주셨으면 좋겠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아니라 현장 자체, 공연 예술 자체를 보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현장의 느낌, 라이브 밴드의 연주, 배우들의 땀, 소극장의 열정 등을 그대로 보시면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이 연기를 위해 가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뮤지컬 ‘사랑꽃’이란 작품 속에서 그들이 흘리는 땀, 노력, 정성들이 있다. 그 밀도가 굉장히 강하다. 그것을 봐주시길 바란다.

 

뮤지컬 ‘사랑꽃’…서양 멜로디지만 한국적 정서 있어

- 윤정인 대표는 뮤지컬 ‘사랑꽃’의 작곡을 극작과 동시에 맡았다. 음악적으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나?

서양 음계를 써서 멜로디를 만들면서 어떻게 한국적인 색을 낼 수 있을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뮤지컬 ‘사랑꽃’의 음악은 누가 들어도 서양 음악이다. 하지만 한국적 정서가 담겨 있다. 전래 동요 같은 느낌도 있다.

- 멜로디가 입에 굉장히 잘 붙는다.

뮤지컬 작곡가로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그것이었다. 이번 작품은 소소한 것에서 정서를 찾아서인지 구전가요 같은 단순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화성적인 쓰임새나 테크닉은 뒤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 작곡을 할 때 직접 연기를 한다고 들었다.(웃음)

뮤지컬 작곡이기 때문에 캐릭터별로 흉내 내면서 한다.(웃음) 예쁜 멜로디를 찾아서 쓰진 않는다. 내가 이 캐릭터면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쓴다. 그렇게 하면 말하는 것이 정말 멜로디가 된다. 말에 억양과 음률이 있다. 예를 들어, ‘Let it go’의 경우 특유의 영어 음률이 있어서 가사가 잘 붙는다. 하지만 한국어로 번역하면 조금 낯설어진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사람 억양을 음악과 같이 놓아야 좋은 가사와 멜로디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공연은 대구 사투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곡과 극작이 가능했던 것 같다.

-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

뮤지컬 ‘사랑꽃’은 섹션이 세 개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섹션인 ‘목련’이 가장 마음에 든다. 두 번째 섹션인 ‘몽고반점’은 지안 작가가 썼다. 극이 지루해지지 않게끔 정리를 해준 부분이다. 세 번째 섹션은 ‘목련’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고, 지안 작가가 도움을 줬다. 지금은 다문화 세대의 아이들의 딱 사춘기가 오는 시기다. 이 시기가 바로 다문화 가정이 한국에 적응하는 시기인 것 같다. 이러한 이야기도 우리 세대가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 작품을 만드는 철학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애쓴다’는 말을 좋아한다. ‘노력한다’는 뜻도 있지만 ‘사랑 愛’를 사용해서 ‘애쓴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없으면 이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곡 쓸 때도 캐릭터에 사랑을 담아서 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랑’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대학로 공연을 찾을 관객에게 한 마디.

뮤지컬 ‘사랑꽃’은 픽션이지만 우리네 삶과 사랑을 정공으로 전달한다. 우리의 한과 우리네 사람 자체가 투영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화려할까, 얼마나 재밌을까라는 생각보다 오면 자연스럽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무대 위의 ‘날 것’을 즐겁게 봐주시길 바란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박민희 기자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