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에르’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늘 비교됐다. 그에 대한 평가는 ‘모차르트’의 음악적 재능을 질투하고 시기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만큼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관계는 경쟁을 넘어 ‘모차르트’ 아래 자리 잡은 궁정 악장 ‘살리에르’로 그려진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살리에르’의 음악과 삶을 재조명한다. 작품은 다수의 작품이 1인자 ‘모차르트’를 다뤘던 것과 달리 궁정악장인 ‘살리에르’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공연에서는 ‘살리에르’와 ‘모차르트’ 사이에 나타난 낯선 인물 ‘젤라스’를 통해 인간 본성의 감정인 열등감과 질투를 표현한다.

고상하지 않은 세상에서, ‘노력한다면’

뮤지컬 공연을 보고 나면 뮤지컬 넘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공연을 볼 때는 ‘이게 뭐야?’ 싶었던 넘버도 공연이 끝나고 나면 자꾸 맴돈다. 그러면 다시금 ‘이건 뭐지?’ 싶어 당황스럽다. 뮤지컬 ‘살리에르’를 본 날도 이와 같았다.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저 인물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저토록 분노하는지’ 해설자가 옆에서 말해주듯 생생하게 전달한다. 뮤지컬 ‘살리에르’에는 다양한 넘버로 채워지지만 그 중 ‘노력한다면’이 뇌리에 강하게 꽂힌다. 이 곡은 ‘살리에르’의 신념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보여준다.

장면은 황제 취임식 준비 도중 한소리를 듣고 시무룩해 있는 ‘카트리나’를 위로하는 ‘살리에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살리에르’는 ‘카트리나’와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린다. 그는 “빈 최고의 가수가 되겠다고 찾아왔지. 그러나 연습은 뒷전이었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카트리나’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인상적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살리에르’가 들려준 노래다. 대화가 끝나고, 이어 뮤지컬 넘버 ‘노력한다면’이 흘러나온다. 넘버는 ‘노력한다면, 노력한다면 이 세상에 안 되는 것은 없어’, ‘연습한다면, 연습한다면 그 무엇도 두려울 것 없어’, ‘노력한다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어. 포기 하지마’ 등 직접적인 가사로 ‘노력’의 힘을 노래한다.

뮤지컬 넘버 ‘노력한다면’은 ‘살리에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그 자리에 오른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살리에르’는 그 마음을 ‘카트리나’에게도 전해준다. ‘카트리나’는 ‘살리에르’의 용기에 힘을 얻고 다시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고 나니 괜히 씁쓸해졌다. 그동안 사람들이 왜 ‘살리에르’를 질투의 화신이라 불렀는지 의문이 들었다. ‘살리에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그 노력의 결과 영광스러운 빈 최고의 궁정 악장 자리에 어떻게 앉을 수 있었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던 ‘모차르트’가 그만큼 원망스러웠다. 노력한다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천재’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살리에르’는 고집스러웠다. 그는 제 몸에 상처가 나는 줄도 모르고 더욱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타고난 천재는 이길 수 없는 최강 상대인 걸까.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관계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노력하면 돼’라고 말하던 어른들은 정말로 그렇게 믿었는지 궁금하다.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노력’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만, 간혹 노력이 이기지 못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천재, 혹은 운은 이길 수 없는 상대다.

뮤지컬 ‘살리에르’를 보고, ‘노력한다면’을 듣고 나니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살리에르’처럼 순도 100%의 노력만을 갖고 살기에는 이 세상이 그렇게 고상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살리에르 vs 모차르트’ 대결보다 인간 ‘살리에르’

뮤지컬 ‘살리에르’는 ‘살리에르’의 음악적인 재능을 표현하기 보다는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강조한다. 누구나 노력을 하기에 ‘살리에르’의 질투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이와 관련해 김규종 연출은 프레스콜에서 “아마도 인간의 이면적인 모습일 것 같다. 내면의 자아와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이 걸어가야 할 외로운 길을 ‘살리에르’가 대신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의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닮아 공연을 본 분들은 그가 밉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살리에르’ 역은 최수형과 정상윤이 맡는다. ‘모차르트’ 역은 박유덕과 문성일이 분한다. ‘카트리나’ 역은 곽선영이, ‘테레지아’ 역은 이민아가 연기한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7월 22일부터 8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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