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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 삶의 문제를 직시하는 작품” 연극 ‘즐거운 복희’ 이성열 연출8월 26일부터 9월 2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끝없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때로는 허구의 세계를 만들고 자신을 새로 쓴다. ‘리플리 증후군’이 이를 증명한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뜻한다. 8월의 끝자락에 찾아올 연극에서도 이러한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연극 ‘즐거운 복희’다.

연극 ‘즐거운 복희’는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비극을 그린다. 작품은 선과 악, 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를 묻는다. 이번 공연은 이강백 작가가 쓰고 이성열 연출이 무대로 구체화한다. 이성열 연출은 연습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간의 욕심, 이야기를 만들다

작품 소개를 부탁하자, 이성열 연출은 이강백 작가가 쓴 문장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문장은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인간을 만든다”이다. 이 한 문장 안에는 작품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인간은 어떤 이야기를 끊임없이 조작한다. 작품 속에서 펜션 주인들이 슬픈 ‘복희’를 만들어 낸 것처럼 이야기를 만든다.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인간을 잉태한다.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이야기에 맞춰 변해간다.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 이야기 때문에 인간은 규제를 받는다. 작품은 그러한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복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품 소개 중 눈에 띄는 것은 이강백 작가와 이성열 연출의 만남이다. 벌써 두 번째 연출과 작가로 호흡을 맞춘다. 다가오는 11월에는 또 다른 작품으로 함께 작업할 예정이다. 이강백 작가의 작품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자 이성열 연출은 “알레고리 수사법”이라고 답했다. 그의 대답에서 이강백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났다.

“이강백 작가의 작품은 현실에 첨예한 관심을 보이며 현실에 응답한다. 이야기는 직설적이지 않고 은유적이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 생각하며 작품의 메시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글은 보편성을 확보한다. 이강백 작가의 초기작이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공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강백 작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알레고리 기법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이성열 연출은 “이 두 가지가 우리 작품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극 ‘즐거운 복희’는 우리 삶의 문제들을 직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우화적인 틀을 잘 잇고 있다. 이 틀이 깊이 있게 내용을 관객에게 전달한다”라고 덧붙였다.

주제 전달 위한 장치들, 구성·무대·제목

작품은 본극과 몇 개의 막간극으로 구성된다. ‘본극’에서는 호숫가 펜션 주인공들이 세속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복희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막간극’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복희’의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복희’는 오로지 막간극으로만 등장한다. 이러한 설정은 작가의 의도겠지만 이를 무대로 풀어내는 것은 연출의 몫이다.

“막간극은 총 네 번 등장한다. ‘복희’는 그 시간 동안 모노드라마를 선보인다. 본극과 막간극의 구성은 독특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연극 ‘즐거운 복희’만의 매력이다. 이야기를 분리해 대립각을 만든다는 것은 놀랍다. 펜션 주인은 ‘늑대’로 표현할 수 있고 ‘복희’는 ‘늑대’가 노리는 ‘먹잇감’으로 볼 수 있다. 이 둘을 본극과 막간극으로 분리해 각자의 시간을 마련한다. 하나의 이야기를 이중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장치다.”
 
이야기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호숫가 펜션 타운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작품에는 대한제국의 백작 작위를 이어받았다는 백작과 펜션에서 사망한 장군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 자서전 대필가, 레스토랑 운영자, 전직 수학교수, 건달 등 펜션을 분양받은 7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연극 ‘즐거운 복희’는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복희’를 ‘애도 마케팅’에 이용하는 이들의 모습을 추적한다. 호수는 그만큼 “극의 주제나 줄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작품은 호숫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무대 전면에 호수를 배치했다. 호수라는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려 애를 썼다. 호수는 ‘복희’를 가두는 하나의 감옥으로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봤을 때 호수는 아름답고 한적한 시골의 풍경 중 하나다. 작품에서는 ‘복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펜션 주인들에게는 ‘복희’를 가두는 울타리이기도 하다. 이처럼 호수는 양면의 모습을 보인다. 이를 복합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작품의 제목 역시 ‘호수’의 이미지와 비슷한지 묻자 그는 “절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성열 연출은 “‘복희’는 즐거워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펜션 주인들은 ‘복희’에게 슬픔을 강요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희’는 슬픔에 젖어 있는 것이 진심이 아님을 깨닫는다. 제목이 ‘즐거운 복희’인 것은 타인에 의해 슬픔을 강요받은 ‘복희’가 즐거운 ‘복희’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연출의 설명은 흥미로운 이야기이지만, 어쩐지 어렵게 다가온다. 본극과 막간극 형식은 새로움과 동시에 낯섦을 전해준다. 연출하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현실을 어느 정도 드러내야 할지 걱정이다”라고 답했다.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빙빙 돌려 말하면 알 수가 없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현실의 이야기를 관객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할까 고민한다.”

그렇다고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연극 ‘즐거운 복희’의 줄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어렵지 않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잘 따라가도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라고 공연관람 팁(Tip)을 전했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남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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