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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실 인정하는 순간, 희망이 찾아온다” 연극 ‘래빗홀’ 김제훈 연출8월 21일부터 9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토끼굴에 빠져 현실과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이 토끼굴을 ‘래빗홀’이라 부른다. ‘래빗홀’은 이후 ‘미지의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8월에는 연극 ‘래빗홀’이 관객을 찾아온다.

연극 ‘래빗홀’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모든 것이 뒤바뀐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평범했던 그들의 삶에 일어난 사고는 그 자체가 하나의 ‘래빗홀’이 된다. 커다란 상실과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전해준다. 작품의 연출은 연극 ‘가을반딧불이’, ‘겨울 선인장’ 등을 연출한 김제훈 연출이 맡는다. 그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희망, 상실감 극복하면 찾아온다

연극 ‘래빗홀’은 아이를 잃은 부부가 상실을 극복하고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담는다. 이는 곧 작품의 주제와도 연결된다. 김제훈 연출은 “상실을 인정하는 순간, 삶의 희망이 보인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상실감은 생각보다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특별한 연출 기법은 사용되지 않았다. 이미 대본상에 꼼꼼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신발, 비디오테이프 등은 이미 작품의 주제를 보여주는 훌륭한 연출 장치다.

“작가가 지문 상에 명확하게 표현해놨다. 예를 들어, 친정엄마가 손자의 신발을 정리하다 신발을 보고 울컥 눈물이 흐른다. 그 순간 친정엄마는 ‘아이가 정말 떠났구나!’라고 느낀다. 또 다른 예로는 아이 아버지가 아이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실수로 다 지워진다. 그 순간 아버지는 물밀듯 밀려오는 상실감을 경험하고 아이의 부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순간이 대본상에 나와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배우들이 그러한 지점을 잘 표현돼 관객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실이 주는 슬픔은 내 이야기가 아님에도 무겁게 다가온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에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연극 ‘래빗홀’은 슬픔을 다루지만 마냥 무겁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그 안에는 슬픔을, 상실을 극복해 나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관객은 그들을 바라보고 삶을 살아갈 또 다른 희망을 엿보게 된다. 작품은 명대사와 명장면으로 슬픔을 치유할 준비 중이다. 작품의 가치는 얼마만큼 섬세하게 슬픔을 치유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좋아하는 장면을 꼽으면 다섯 장면 정도가 된다. 부부가 상실을 경험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맞이한 마지막 순간이 인상적이다. 이 장면에서 아내와 남편은 부엌에 앉아 짤막하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때 아내가 ‘자, 이제 무엇을 할까’라고 남편에게 묻는다. 이 대사가 참 좋다.”

‘자, 이제 무엇을 할까’. 이 대사는 그 자체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전해준다. 지나온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다시 시작할, 앞으로 부부를 기다리고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김제훈 연출은 상황을 구체화 시키며 이해를 도왔다. 그는 “아이를 잃고 부부의 삶은 일상과 거리가 멀었다. 부부는 한동안 뜸했던 친구들을 만나고 파티를 열어 신나는 시간을 즐긴다. 파티가 끝나고 집에 들어와 부부는 둘 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때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언제나처럼. 그렇게 살아가겠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먹먹하게 다가온다”라고 설명했다.

이 순간은 연극 ‘래빗홀’이 관객에게 전해 주고 싶은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작품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을 강조한다. 상실감을 인정하는 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김제훈 연출은 “그 마지막 장면이 굉장히 따뜻하면서도 슬프다. 슬프면서도 희망적이다”라고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관객과의 공감, 언제나 어려운 일

작품을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 그는 “아직도 한창 연습 중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김제훈 연출은 평소 갖고 있던 고민을 하나, 둘 씩 털어놓았다. 그의 고민은 연출이기에 한 번쯤 앓고 넘어가야 하는 열병과도 같았다. 그의 고민 안에는 더 잘하고 싶은, 관객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연출의 욕심이 녹아있었다.

“작품 속 장면에 대한 해석이 나름대로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놓는다. 그 그림을 배우들과 함께 공감하는 것이 어렵다. 공감되더라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므로 해석도 조금씩 상이하다. 모든 것을 일치시키는 것은 항상 어렵다. 이번 작품은 출연한 배우들이 워낙 실력이 좋아 이야기가 잘 전달됐고 잘 어우러지는 부분이 많았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완벽하다 싶은 순간 부족한 부분이 더 크게 눈에 띈다. 김제훈 연출은 “일종의 자기반성 같은 것을 하게 된다. 하면 할수록 ‘과연 내가 연출을 할 수 있을까’ 자꾸만 의구심이 든다. 하면 할수록 늘 모르는 부분이 생긴다. 이것은 내가 더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할수록 쉬워지지 않고 어려워진다”라고 고백했다.

연극 ‘래빗홀’을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나도 큰 아픔을 다루고 있다.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작품은 왁자지껄한 소동극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과 아픔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 어려웠다”라고 답했다.

작품은 8월 21일부터 9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 기간은 2주 안팎으로 짧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짧은 공연 기간은 아쉬울 법도 하다. 김제훈 연출은 “공연이 길어도 아쉽고, 짧아도 아쉽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는 “연극 ‘래빗홀’은 다른 공연에 비하면 공연 기간이 상당히 짧다. 객석 수도 많지 않아 아쉽다.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고 위안과 위로를 얻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작품을 연출하는 연출가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김제훈 연출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일상적인 소소한 부분을 끄집어내는 작품을 연출하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공감하고, 일깨워주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작품이면 좋겠다. 삶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전해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조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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