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극 ‘데스트랩’은 1978년 극작가 아이라레빈(Ira Levin)의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작품은  초연 이후 4년 동안 1,890회에 걸쳐 무대에 올랐다. 1978년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된 연극 ‘데스트랩’은 1982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작품은 다양한 국가에서 재창작되어 무대에 올랐다.

연극 ‘데스트랩’은 ‘시드니 브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시드니 브륄’은 한 때 이름을 알렸던 극작가다. 그는 성공 이후 계속되는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드니 브륄’은 자신의 제자인 ‘클리포드 앤더슨’이 보낸 희곡 대본을 읽는다. 희곡의 흥행 가능성을 엿본 ‘시드니 브륄’은 질투심에 휩싸이고 그를 집으로 초대한다.

감춰진 그들의 욕망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시드니 브륄’의 모습은 시종일관 예민하다. 아내의 말 한마디에 화를 내다가도 한없이 상냥하다. 연극 ‘데스트랩’은 ‘시드니 브륄’이 가지고 있는 욕망에 초점을 맞춘다. 관객들은 극 초반 ‘시드니 브륄’에게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욕망을 읽는다. 관객들은 직설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욕망을 통해 다음 상황을 예측한다. ‘시드니 브륄’의 불안정한 모습에 관객들은 ‘클리포드 앤더슨’이 등장하기도 전에 긴장한다.

다행히도 작품은 관객의 예상을 벗어난다. ‘시드니 브륄’의 계략으로 아내는 숨을 거둔다. 이야기는 여기서 반전을 맞이한다. ‘시드니 브륄’과 ‘클리포드 앤더슨’은 내연관계였다. 그들은 ‘시드니 브륄’이 만든 대본을 토대로 살인을 위한 연기를 펼친 것이다. 감춰져 있던 욕망이 드러난 순간이다. 후반부에서 ‘시드니 브륄’과 ‘클리포드 앤더슨’은 서로가 다른 욕망을 품고 있음을 깨닫고 서로를 위협한다.

코믹에 가까운 스릴러

연극 ‘데스트랩’은 코믹 스릴러 연극을 표방한다. 서늘한 이야기에 비해 캐릭터는 코믹하다. 덕분에 관객석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극 중반에 등장하는 심령술사 ‘헬가텐 도프’는 아예 코믹 연극이라 쐐기를 박는다. ‘헬가텐 도프’는 저택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부부에게 접근하는 인물이다. 그는 등장부터 강렬하다. 마구 엉켜있는 머리에 촌스러운 의상, 머리에 쓰고 있는 물안경까지 우스꽝스럽다. 그가 엉뚱한 대사를 내뱉을 때마다 관객들은 즐거워했다. ‘시드니 브륄’과 ‘클리포드 앤더슨’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두 인물은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과정에서도 서늘한 모습과 코믹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며 관객들을 긴장시켰다.

연극 ‘데스트랩’ 속 대사처럼 좋은 스릴러 연극은 ‘적당한 웃음’도 있어야 한다. ‘적당한 웃음’이란 관객들이 스릴러의 본질을 잊지 않을 만큼의 유머를 말한다. 작품은 관객들에게 적당함이 아닌 과한 웃음을 선사했다. 코믹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사실 코믹에 가까웠다. 스릴러 특유의 서늘함은 제쳐놓고 웃음을 꽉 잡은 느낌이었다.

20대 여성 객석 점령, 배우를 향한 뜨거운 반응

이날 객석에서는 남성 관객을 찾기 힘들었다. 관객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었다. 관객들은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공연 내내 즐거워했다.

객석에는 ‘시드니 브륄’이 ‘클리포드 앤더슨’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동안 긴장감이 감돌았다. 관객들은 불안한 ‘시드니 브륄’의 모습에 ‘클리포드 앤더슨’의 죽음을 예상했다. 극중 ‘시드니 브륄’은 벽에 걸려있는 무기들을 장난스럽게 집어 들며 관객을 위협한다. 느닷없이 죽은 줄 알았던 ‘클리포드 앤더슨’이 들이닥치는 장면에서는 몇몇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폭풍 같았던 초반부와 달리 두 남자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객석 분위기는 사뭇 바뀌었다.  관객의 호응은 두 사람이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더욱 뜨거웠다. 극 중 ‘시드니 브륄’은 ‘클리포드 앤더슨’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한다. ‘시드니 브륄’을 맡은 김도현은 그의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했다. 그는 ‘클리포드 앤더슨’의 손을 잡고 껴안거나 입을 맞추는 등 사랑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애정표현이 진해질수록 관객들은 박장대소했다. 극 중 두 인물이 연기하는 장면에서는 애드리브 대결이 벌어졌다. 객석에서는 ‘클리포드 앤더슨’역을 맡은 김재범과 ‘시드니 브륄’역의 김도현이 실제와 구분되지 않는 농담 던질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극 ‘데스트랩’은 9월 21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무대에 오른다.

박은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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