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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포드 앤더슨’에 변화 주고 싶었다” 김재범 인터뷰연극 ‘데스트랩’, 작가의 명성에 눈먼 ‘클리포드 앤더슨’ 역

 

*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편의 희곡이 핏빛 그림자를 불러온다. 희곡의 제목은 ‘데스트랩’이다. 연극 ‘데스트랩’은 희곡 ‘데스트랩’을 손에 넣기 위한 인물들의 치열한 공방전을 긴장감 있게 풀어낸다. 작품은 유명한 극작가 ‘시드니 브륄’과 그의 제자 ‘클리포드 앤더슨’,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욕망으로 가득 채워진다. ‘욕망’의 밑바닥을 담고 있는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연극 ‘데스트랩’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작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올여름을 시원하게 나아가 서늘하게 물들이고 있다. 배우 김재범은 극 중 젊은 신인 작가 ‘클리포드 앤더슨’ 역을 맡았다. ‘클리포드 앤더슨’을 작가의 명성을 쫓는, 욕망에 눈먼 인물로 표현한 그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재범이 ‘클리포드 앤더슨’이 되기까지

 

연극 ‘데스트랩’은 코미디 스릴러다. 작품은 1978년 극작가 아이라 레빈이 쓴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2014년 여름, 한국 초연돼 관객과 만나고 있다. 초연되는 공연일수록 이를 연기하는 배우의 어깨는 무겁다. 캐릭터를 잡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는 “좋게 생각하면 백지 상태다”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초연인 작품은 비교 대상이 없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대신 동명의 영화가 많은 도움이 됐다. 작품은 1982년에 크리스토퍼 리브, 마이클 케인 주연의 영화로 제작됐다. 그는 영화를 보며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을 잡아갔다. 영화는 대본을 보면서 ‘이건 뭐지?’라고 의문이 들었던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해줬다.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김재범은 “영화를 봤을 때 캐릭터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을 많이 봤다. 이야기의 흐름과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영화의 활용법을 설명했다.

 

캐릭터 해석은 배우의 중요한 소임 중 하나다. 캐릭터는 어떻게 구체화했는지 그 과정을 묻자 김재범은 “‘클리포드 앤더슨’은 대본을 읽는 순간 이미 머릿속에 그려졌다”고 답했다. 그가 처음에 생각했던 ‘클리포드 앤더슨’은 누구보다도 미친놈처럼 보여야 했다. 그가 그린 미친놈 ‘클리포드 앤더슨’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재범과 함께했다.

 

“‘클리포드 앤더슨’은 이성적이기보다는 자기 안에 빠진 인물이다. 약간 과대망상증도 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신이 나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와! 이거 대박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성공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사람도 죽이고, 게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드니 브륄’과 잠을 잔다. ‘보통’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보통 사람 이상의 작가로서 성공하고 싶어 하는 집착을 보인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못할 게 없다.”

 

연극 ‘데스트랩’은 젊은 신인 작가 ‘클리포드 앤더슨’이 희곡 ‘데스트랩’을 쓰면서 시작된다. 그는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시드니 브륄’에게 자신이 쓴 희곡 ‘데스트랩’을 보낸다. ‘시드니 브륄’은 희곡 ‘데스트랩’을 읽고 제자의 작품을 빼앗을 음모를 꾸민다. 두 사람의 관계는 무엇일까. 아리송한 관계는 단 한마디로 정리됐다. 김재범은 “‘시드니 브륄’은 ‘클리포드 앤더슨’을 사랑했고, ‘클리포드 앤더슨’은 ‘시드니 브륄’을 이용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클리포드 앤더슨’은 ‘저 사람이 나를 도울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시드니 브륄’을 이용한다. 저는 ‘클리포드 앤더슨’이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자부한다. 그는 ‘시드니 브륄’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접근한다. 성공을 위해서 접근했지만 그 안에는 작가로서의 존경심도 있었다. 그 존경심은 얼마 못 가 무너진다.”

 

 

 

세 명의 ‘클리포드 앤더슨’, 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

 

‘클리포드 앤더슨’은 ‘작가로서의 명성’을 욕심냈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재범을 비롯해 윤소호, 전성우가 ‘클리포드 앤더슨’을 연기한다. ‘클리포드 앤더슨’ 역은 한참 어린 배우들과 트리플 캐스팅이다. 부담스럽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트리플 캐스팅 소감을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부담스럽다”라고 답했다. 단호함 속에는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연출에게 속은 거다. ‘클리포드 앤더슨’ 역은 소호와 성우보다 제가 먼저 캐스팅됐다”라며 캐스팅 비화를 털어놨다.

 

대본 속 ‘클리포드 앤더슨’은 누가 봐도 어린 역할이었다. 김재범은 선뜻 출연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캐릭터 나이대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연출은 ‘나이는 상관없다’로 일관하며 그를 설득했다. 설득에 넘어가자 반전이 펼쳐졌다.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들은 나이가 어렸고 상대역의 배우 역시 생각보다 나이가 많지 않았다. ‘나이 상관없이 갑시다’라고 말했지만 홍보문구는 ‘젊은 작가 지망생’이라 적혀있었다. 여기저기서 뒤통수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재범은 한순간에 어린 역할을 욕심낸 배우가 됐다. 오해는 쓰라린 생채기를 냈지만 그만의 ‘클리포드 앤더슨’을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그는 “일단, 외모로 봤을 때 두 사람의 젊음과 기럭지를 내가 따라갈 수는 없다”라며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성우와 소호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참고한 부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처음부터 생각하고 분석했던 ‘클리포드 앤더슨’을 관객들이 믿고 공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무대 위에서 나만의 ‘클리포드 앤더슨’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세 배우가 생각한 ‘클로포드 앤더슨’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는 작은 디테일에서 비롯됐다. 그가 선보인 디테일은 ‘클리포드 앤더슨’을 독보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김재범은 “남들 앞에 있을 때의 ‘클리포드 앤더슨’, ‘시드니 브륄’과 단둘이 있을 때의 ‘클리포드 앤더슨’, 모든 계획이 탄로 나고 나서의 ‘클리포드 앤더슨’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마지막에는 ‘클리포드 앤더슨’이 양아치 같은 모습을 보인다. 저는 그가 곱게 자라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자기를 계속 숨겨 왔는데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터트린다. 그 순간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단계를 나누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데스트랩’은 묘미는 반전이다. 관객은 반전을 예측하고 작품은 그들의 예측을 뒤엎는 반전을 선사한다. 반전을 사이에 둔 작품과 관객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연극 ‘데스트랩’의 감칠맛을 돋운다. 배우는 여기에 밑간을 더한다. 솜씨 좋은 배우는 관객에게 사건을 풀어갈 단서를 제공하고, 관객은 단서를 모아 이야기의 빈틈을 꼼꼼히 채운다. 한 편의 이야기가 완성되면 관객은 반전과 마주하고 소름끼치는 1분을 경험한다.

 

“극 중 인물들은 저를 보고 있지 않지만 관객들은 저를 보고 있다. 그것이 일종의 단서가 된다. ‘클리포드 앤더슨’은 관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계획한 일을 꾸민다. 물론 배우 김재범은 관객에게 단서를 주고 있다. ‘클리포드 앤더슨’이 숨기기 위해 한 행동이 무엇이며, 어떤 것이 미끼인지 대본에 다 나와 있다. 연습한 단서들을 관객에게 살짝 전해줄 뿐이다.”

 

반전은 예상치 못하기 때문에 흥미롭다. 예측 가능한 반전은 관객의 피로감을 더한다. 작품의 롱런을 결정짓는 것은 첫 관람의 신선한 충격이 두 번째 관람에도 이어지느냐다. 김재범은 “작품을 여러 번 보면 ‘그 장면에서 쟤가 저래서 얘기 이렇게 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러 번 봐도 이번 공연은 인물들이 풀어 놓은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관람 때는 ‘반전’에 중심을 두고 보기보다는 인물들이 계획한 것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흐름을 보는 것이 좋다. 장면 중간에는 인물들이 연습했던 대본이 있을 것이고, 연습 외에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도 있을 것이다. 서로를 자극하기 위한 말들을 찾으면 미묘하게 바뀌는 상대방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고 관람 팁을 귀띔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을 넘어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진다. 연극 ‘데스트랩’ 중 좋아하는 장면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죽은 줄 알았던 ‘클리포드 앤더슨’이 다시 나타나고, ‘마이라 브륄’이 심장마비로 죽고, 마지막에 ‘시드니 브륄’이 일어나는 장면이 있다. 첫 번째 반전이 나오면, 관객들은 ‘헉’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때가 제일 좋다.(웃음). 이 장면은 배우 김재범으로서 좋은 거다”라고 말했다.

 

배우 김재범은 반전을 준비하고, 그 반전이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낼 때 희열을 느꼈다. 배우 김재범이 아닌, ‘클리포드 앤더슨’은 어떤 장면을 마음에 들어할까. 김재범은 “모든 일이 끝나고, ‘클리포드 앤더슨’이 총을 듣고 ‘시드니 브륄’을 위협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클리포드 앤더슨’은 굉장히 자유로운 모습이다. 그 모습이 진짜 ‘클리포드 앤더슨’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는 계속 숨기기만 했다. ‘시드니 브륄’을 설득하고, 그의 모든 것을 ‘우쭈쭈’하기 바빴다. 마지막 장면에서만큼은 ‘시드니 브륄’에게 욕을 하고, 기분 더러웠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라고 캐릭터 입장을 대변했다.

 

 

 

배우 김재범의 유연한 자기 변주

 

 ‘클리포드 앤더슨’과 ‘시드니 브륄’는 숨 막히는 두뇌전을 펼친다. ‘시드니 브륄’ 역에는 박호산, 김도현, 윤경호가 캐스팅됐다. 이 세 배우는 저마다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그들이 연기하는 ‘시드니 브륄’과 만난 김재범의 ‘클리포드 앤더슨’ 역시 그것에 맞게 자기 변주를 꾀했다.

 

박호산과 김재범은 오래된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지냈지만 한 번도 연기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없었다. 인간 박호산과 김재범은 더없이 친한 형·동생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무대 위에서 박호산은 김재범에게 한없이 어렵고 어려운 선배였다. 김재범은 박호산과의 관계를 작품에 이용했다. 그는 “선배인 호산이 형을 대하는 데 있어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선배와 후배 사이의 어려운 관계를 ‘시드니 브륄’과 ‘클리포드 앤더슨’ 관계에 적절히 이용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두 사람의 관계를 “미묘한 밀당”이라고 표현했다.

 

김재범은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김도현과 한차례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와 김재범은 학교동문이기도 하다. 김도현은 김재범에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숭고한 믿음을 줬다. 그는 “내가 어떻게 하든 형은 받아줄 거라 믿었다. 그런 믿음 때문에 형이랑은 연습량이 많지 않아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다. 호산이 형과는 ‘밀당’이 있었다면 도현이 형은 웃겨야 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웃겨 주는 호흡이 자연스럽게 맞았다”라고 고백했다.

 

윤경호 역시 김재범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함께한 시간만큼 두 사람 사이는 두터운 믿음이 생겼다. “내가 어떻게 하든지 경호는 다 받아주겠지 생각했다. 친한 사이에서 생기는 특유의 믿음이 있다. 걱정하지 않고 연습했다. 경호는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 즐겁게 연기했다”고 호평했다.

 

세 배우와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김재범은 “호산이 형은 신경질적이고 작가적인 면이 강하다. 도현이 형은 인간적인 면이 더 도드라진다. 도현이 형의 ‘시드니 브륄’은 허당끼가 다분한 작가다. 경호는 신경질적인 면도 있고 인간적인 면도 있다. 그는 ‘클리포드 앤더슨’에 대한 사랑 때문에 약해지고, 작아지고 무너진다”라고 세 배우의 매력으로 ‘시드니 브륄’을 설명했다.

 

 

눈에 띄는 배우보다 부지런한 배우

 

김재범은 캐스팅 단계부터 작품 출연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연극 ‘데스트랩’을 선택했다. 작품을 선택한 기준을 묻자 그는 “탄탄한 대본”이라고 말했다. 배우이기 때문에 그는 대본을 읽을 때 작품의 재미보다 자신이 연기해야 할 캐릭터를 중심으로 본다. 이번에는 캐릭터보다 작품의 힘이 더 크게 작용했다. 김재범은 “첫 번째 반전에서는 저도 모르게 ‘헉’하고 소리쳤다. 두 번째 반전에서도 ‘헉’하게 되고 대본을 계속 읽게 됐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도 대본의 몫이 가장 컸다. 대본을 읽으면서 뒤통수 맞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은 ‘우리는 이렇게 갈 거야’라고 밑밥을 깔아놓고 나중에는 다른 반전이 나온다. 그런 것들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클리포드 앤더슨’이라는 역할이 나이를 떠나 해본 적 없는 역할이었다. 누구도 그런 역할을 제안하지 않았다. 미친놈 같고 누가 봐도 악역인 역할이 잘 안 들어온다. 워낙에 선한 이미지여서 여리고 울고불고, 죽는 역할만 들어왔다.”

 

예전에는 ‘의리’로 작품을 선택했다. 그는 제일 먼저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작품에 의리로, 감사한 마음으로 출연했다. ‘의리’를 외치던 김재범은 이제 ‘의리’를 버리고 자신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는 “작품을 선택 안 하는 기준이 생겼다”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동생애 코드가 있으면 ‘제가 동성애 이미지가 있어서 이 작품은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라고 정중히 거절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 역시 동성애 코드가 녹아 있다. 처음에는 대본상에 동성애 코드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동성애 코드는 연습하면서 늘어났다. 김재범은 “작품을 위해서는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성애 코드가 들어 가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좋지만은 않다”라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물론 동성애 코드 작품을 하고, 그런 연기를 하는 게 저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미지가 그렇게 박히는 것은 아직 불편하다. 배우의 캐릭터가 아니라 김재범의 캐릭터가 돼 버릴 것 같아 그게 걱정된다.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은 저만의 욕심이 아니다. 모든 배우가 갖고 있는 마음이다. 출연 제의가 들어온 작품이 동성애 코드가 있고, 하필이면 연약하고 유약한 캐릭터라면 조금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재범은 꽤 오랫동안 연약하고 유약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는 자연스럽게 반대되는 이미지의 역할에 끌렸다. 특히 “남성적이고, 악랄하고, 안 우는” 역할에 관심이 많았다.그의 고민은 여기부터 시작됐다.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지만 왜소한 체격과 여린 이미지, 남자답지 않은 생김새는 도전을 멈칫하게 했다. 외모적인 한계에 부딪힌 김재범은 좀처럼 한계에 굴복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무모한 도전, 또는 쓸데없는 오기는 결국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클리포드 앤더슨’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작품 초반에 보인 ‘클리포드 앤더슨’의 모습이 제가 하고 싶었던 역할에 가깝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악역!”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고 묻자 그는 “부지런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계획을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 것이 중요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김재범은 “예전에 인터뷰하면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지만 이를 위해 열심히 한 것이 없더라”라고 자신을 되돌아봤다.

 

“나중에 든 생각은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 부지런해지자는 것이다. 내 시간을 쪼개서 어떻게 해서든 나를 준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제의가 들어와도 다 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져야 했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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