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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는 여전히 춤추고 싶다” 박관정2014 KIMDC 그랑프리 수상자

2014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이하 KIMDC)가 7월 2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영예의 ‘그랑프리’는 현대무용수 박관정에게 돌아갔다. 박관정은 안무작 ‘When I am laid in earth’를 통해 민첩하고 세련된 움직임, 참신한 동작, 강렬한 표현력으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수상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박관정과 함께 시상식 직후 이야기를 나눴다.

“그랑프리, 1분간 멍했다”

박관정은 이 경연을 위해 오랫동안 꾸준한 준비를 해왔다. ‘대한민국에서 날고 기는’ 무용수들이 참여하는 대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그녀를 채찍질한 것은 외려 ‘꾸준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상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꽤 오랫동안 준비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고, 준비하면서 욕심도 더 많이 늘었다. 꾸준히 하자는 마음이 가장 컸다. ‘그랑프리’가 진짜인지 아직도 얼떨떨하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무용계에 발을 들였다. 춤추는 것이 좋았지만, 한편으론 오랫동안 열심히 몸담아온 무용계에서 지금까지 이름을 알리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 수상은 그녀의 오랜 노력에 대한 ‘응답’ 같은 상이다. 박관정은 “물론 지금도 알려져 있는 무용수는 아니다.(웃음) 하지만 이번 수상으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정말 감사하다. 여러 가지로 뜻 깊은 상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4 KIMDC의 수상결과는 결선이 치러진 날 늦은 밤에 공개된다. 그녀는 파이널을 치른 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밤 10시 30분이 넘자, 주최 측에서 도우미를 하던 아는 동생에게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수상 결과를 찍은 사진이었다. 처음엔 자신의 이름 옆에 쓰인 ‘금상’이라는 두 글자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10시 30분 넘어서 결과를 알게 됐다. ‘금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정말 기뻤다. 콩쿠르 도우미인 아는 동생이 ‘수상자는 갈라쇼가 있으니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대상이 가장 마지막에 한다기에 ‘대상 누구야?’라고 물었는데 동생이 ‘언니예요!’ 그러더라.(웃음) 다시 전송된 사진을 보니 ‘금상’ 옆에 ‘그랑프리’라고 쓰여 있었다. 놀라서 1분 동안 계속 화면만 봤다.”

 

“질리도록 연습했다”

박관정에게 수상의 기쁨을 안긴 작품은 ‘When I am laid in earth’다. 서글픈 아리아에 어우러진 안무는 제목 그대로 ‘내가 땅에 묻혔을 때’에 대한 감정을 담고 있다. 작품에 대해 묻자 그녀는 “처음 안무를 시작할 땐, 슬픈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야 하나 싶었다”며 잠시 뜸을 들였다. 이어 “‘질리도록 한다’고 하지 않나. 그렇게 연습을 했다. 어느 순간, ‘슬픔을 표현해야지’가 아니라 정말 자연스럽게 몸에서 감정이 흘러나왔다. 이건가 싶었다”고 그때의 감정을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연습 삼아 만들었던 약 2분 정도의 안무에 살을 덧붙인 것이다. 그녀는 콩쿠르 출전을 앞두고 어울리는 동작을 선별하고, 그 동작 위주로 연습을 이어나갔다. 음악은 전체 동작이 짜인 후에 어울릴 법한 곡들을 여러 차례 들으며 선정했다. 안무작의 제목과 같은 ‘When I am laid in earth’는 듣자마자 ‘감’이 온 곡이었다.

“음악을 선정하고 동작을 짠 게 아니었다. 동작이 거의 잡힌 상황에서 음악을 선정했다. 여러 가지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대회 출전곡을 처음 들었을 때 ‘이 음악이다’ 싶었다. 도와주신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작품의 핵심은 그녀가 무대에 등장한 뒤 이어지는 ‘적막의 30초’다. 무음 속에 절제된 워킹으로 무대에 들어선 박관정은 강렬한 움직임으로 단번에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이번 안무에 대해 “마임이나 눈빛, 손가락 하나로도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느낌을 포인트로 잡았다”고 입을 열었다.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음 속에 춤을 추다 보니 집중이 한번만 깨져도 뒷부분이 흐릿해져 버린다. 첫 부분에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이 담겨 있다. 춤을 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표정이 나오는데, 그런 것 하나에서도 의미를 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무용수로서 앞으로 이뤄나가고 싶은 꿈이 있느냐 물었다. 박관정은 “아직 내가 무용수인가 싶다”는 말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아직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해야 하는 것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손이 예쁘다’, ‘다리를 잘 찬다’는 말보다 ‘춤을 즐긴다’는 말을 듣고 싶다. 자신만의 향기가 있는 무용수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관정은 꿈이 많은 무용수다. 공연을 많이 하는 것,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것, 다른 사람과의 작업이나 외국 무용단에서 활동해 보는 것도 그녀의 여러 소망 중 하나다. 하지만 박관정의 ‘진짜 꿈’은 따로 있다.

“사람들은 당연히 석사, 박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맞나 싶기도 하다. 아직 젊고, 이제 시작인 것 같은 마음이라 얽매이고 싶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 나의 바람은 한 가지다. 그저 ‘춤을 추는 것’이다.”

박관정의 미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자 진짜배기다. ‘춤을 추는 사람’으로서 가진 그녀의 진심이 변하지 않는 한, 그녀의 행보는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뻗어 나갈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백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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