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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매일 매일이 감동의 연속” 송정안 연출연출 데뷔작, 연극 ‘수탉들의 싸움-COCK’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다. 올 여름, 무대 위에서 재미있는 싸움판이 벌어진다. 연극 ‘수탉들의 싸움-COCK’은 한 남자를 세 사람이 몰아붙인다. 상황은 싸움판을 연상시킨다. 관객은 ‘공연을 보는 걸까’, ‘싸움 구경을 하는 걸까’ 헷갈리기 시작한다.

 

연극 ‘수탉들의 싸움-COCK’은 영국의 젊은 작가 ‘마이크 바틀렛(Mike Bartlett)’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벤 위쇼’(Ben Whishaw)와 ‘앤드류 스콧’(Andrew Scott) 캐스팅으로 2009년 영국에서 초연됐다. 작품은 주체성과 선택이라는 인생의 거대한 주제를 풀어낸다. 주인공 ‘존’은 성정체성의 혼란으로 남성과 여성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야기는 ‘존’의 고민과 투쟁을 그려낸다.

 

이번 공연은 송정안 연출이 맡는다. ‘존’ 역은 박은석이 연기한다. 이외에도 김진원, 손지윤, 선종남이 함께한다. 이들이 만든 연극 ‘수탉들의 싸움-COCK’은 원작과 어떻게 다를까. 첫 연극 연출을 맡은 송정안 연출에게 물었다.

 

리얼한 싸움판으로 인간관계 엿보다

 

- 연극 ‘수탉들의 싸움-COCK’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번 공연은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이하 ‘노네임’)에서 제작을 맡았다. 평소 ‘노네임’의 한해영 대표와 친분이 있었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공유하고 같이 읽어보자 약속했다. 한해영 대표가 처음 작품을 읽어보라고 전해줬고 연출 제안도 했다. 작품을 읽어보니 흥미로웠다. 연출 제안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라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작품의 소재가 낯설었다. 내가 모르는 영역의 이야기인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동성애는 어떻게 보면 민감한 소재이고 동시에 예민한 이야기일 수 있다. 작품을 몇 번 읽으면서 이 같은 생각이 달라졌다. 동성애는 이야기 안에서 소재에 불과하다. 이 작품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인물들이 만들어낸 관계다. 동성애는 단지 ‘존’의 아이덴티티일 뿐이다.

 

- 작품의 제목이 특이하다. 제목을 ‘수탉들의 싸움-COCK’으로 한 이유가 있나.

 

‘마이크 바틀렛’ 작가가 이 작품을 수탉들의 싸움판을 보고 썼다고 한다. 두 마리의 수탉이 아무것도 없는 싸움판에서 피 터지게 싸우는 모습이 그에게 영감을 줬다. 그는 ‘왜 저렇게 싸울까?’ 의문을 가졌고 그 의문이 영감이 돼 작품이 만들어졌다.

 

‘COCK’은 남성의 성기와 수탉을 뜻하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원작은 ‘The Cockfight’로 공연됐다. ‘COCK’은 미국에서도 자극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제목이 ‘수탉들의 싸움-COCK’이면 ‘수탉’과 ‘COCK’으로 생각을 두 번 거쳐야 했다. 그러다보면 오해의 소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직접적으로 와 닿는 제목으로 가야하나 고민했다. 굳이 자극적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 지금의 제목으로 결정했다.

 

- 연극 ‘수탉들의 싸움-COCK’을 연출하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나.

 

일반적인 극장은 객석과 무대가 분리돼 있다. 이번 공연은 이와 다른 형태로 진행된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관객에게도 내 이야기처럼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사면 무대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인물들이 사면의 무대 안에서 싸우면 어떨까 궁금했다. 관객은 더 가까이서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게 된다. 사면 무대는 반대쪽 관객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무대는 관객들이 공연 중간 중간 서로의 표정을 보게 한다. 상대방의 표정이 자극제가 된다. 예를 들어 ‘A’라는 관객은 ‘B’라는 장면을 보고 ‘슬프다’라고 느낄 수 있다. 반대쪽에 앉은 ‘C’라는 관객은 같은 장면을 보고 ‘기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A’ 관객과 ‘C’ 관객은 같은 장면을 보고도 서로 다른 감정 포인트를 찾아낸다. 이번 공연은 보는 위치에 따라 포착되는 감정 포인트가 관객마다 다르게 연출하려 노력했다.

 

- ‘존’ 이외의 인물들은 ‘M’, ‘W’, ‘F’로 표기 된다. 또는 한 남자, 한 여자 등으로 표현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작품 안에서 ‘존’은 다른 인물에게 선택을 강요받는다. ‘M’은 맨 또는 한 남자, ‘W’는 우먼 또는 한 여자, ‘F’는 파더 또는 패밀리로 불릴 수 있다. ‘존’을 제외한 인물은 이처럼 남자, 여자, 아빠와 같은 계급으로 표현된다. 이들은 사회가 규정한 전형적인 인물 군상과 닮아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성을 살리기 위해서 이들의 이름을 지웠다. 세 사람이 ‘존’에게 요구하는 것은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존’은 작품 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키려 고민하고 투쟁한다. 이름 없는 주변 인물은 ‘존’의 투쟁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 ‘존’ 역은 박은석, ‘M’ 역은 김준원, ‘W’ 역은 손지윤, ‘F’ 역은 선종남이 캐스팅 됐다.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나.

 

박은석은 연극 ‘히스토리보이즈’에서 ‘데이킨’을 연기했다. 연극 ‘히스토리보이즈’ 연습시간이나 평소에 박은석을 보면 ‘데이킨’처럼 강한 모습도 있지만 ‘존’의 모습도 보였다. 이 생각은 한해영 대표도 인정했다. 그러한 모습이 ‘존’ 역에 박은석을 캐스팅하게 했다.

 

‘존’ 역에 젊은 배우가 캐스팅 됐으니, 주변인물은 ‘존’을 받쳐줄 수 있는 배우가 맡아야 했다. 나머지 인물은 관록 있는 배우로 캐스팅을 진행했다. ‘M’ 역의 김준원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다. 그가 보여준 연기가 연극 ‘수탉들의 싸움-COCK’의 무게감을 더해줄 거라 믿었다. ‘W’ 역의 손지윤은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 무대를 보고 이번 공연과 잘 어울릴 것 같아 함께했다.

 

‘F’ 역은 다른 역보다 캐스팅할 때 애로사항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배우의 나이가 인물의 나이와 맞아야 했다. 이부분에 맞는 배우를 찾는게 힘들었다. 더불어 관객에게 내용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줄 수 있는 배우여야 했다. 배우도 공연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야 했다. 그런 배우를 백방으로 알아봤다. 선종남 배우는 연극 ‘데모크라시’ 에서 카리스마와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의 다른 공연도 봤는데 유쾌한 연기도 가능했다. ‘F’ 캐릭터는 카리스마와 유쾌함을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한다. 선종남 배우가 이에 적합하다 생각했다.

 

- 작품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남성과 여성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우들에게 이를 위해 특별히 지시한 사항이 있나.

 

‘M’, ‘W’, ‘F’를 맡은 배우에게는 강한 캐릭터 설정을 부탁했다. 이들이 맡은 역이 ‘존’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전형적이고 강한 캐릭터가 돼야 했다. 그 외에는 작품의 템포가 빠르니 이 부분도 신경 써 줄 것을 요청했다. 대사를 주고받을 때는 ‘존’을 더 무력화 시킬 수 있도록 템포와 호흡에 주의해줄 것도 당부했다.

 

꿈의 길에 내딛은 첫 걸음 ‘첫 연출’

 

- 이번 작품이 첫 연극 연출이라 들었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것이 버겁다. 한편으로는 꼭 해내야 하는 일인 것 같아 열심히 하고 있다.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배우들을 같은 작품에서 모두 만나니 행복하다. 수줍은 고백이지만 배우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혼자 감격한다. ‘내가 이 사람들과 같이 작업을 하다니!’라고 매일 매일이 감동의 연속이다. 연출을 맡은 작품도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라 감사하다. 아직 디렉팅이 서툴러 매일 스스로 채찍질하며 배우고 있다.

 

- 처음으로 연출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이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공연을 볼 때마다 무대 뒤가 궁금했다. 연출이 되고 싶다는 꿈은 ‘배우들은 퇴장 후 무엇을 할까’, ‘어디로 갈까’와 같은 원초적인 물음에서 시작됐다.

 

그러다 보니 점점 공연을 보는 횟수가 늘어났다. 공연을 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흥미거리를 찾지 못했다. 직업을 찾아야 한다면, 공연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공연과 관련된 일은 배우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배우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하기 힘들 것 같았다. 진작에 포기했다. 다른 일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바로 연출가다. 연출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고등학교 때 처음 가졌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선배들이 연출할 때 조연출로 함께 작업을 했다. 20대는 조연출로 보냈다. 그때 경험이 이번에 많은 도움이 됐다. ‘선배들은 이 상황에 이렇게 했겠지?’, ‘나는 왜 안 될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항상 있었다. 연출을 하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선배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혜롭게 해쳐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 이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연출하고 싶은가.

 

연출을 하고 싶은 작품의 장르에 상관없이 ‘이 작품이다!’하는 공연을 하고 싶다. 관객이 봤을 때 전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작품이라면 더더욱 좋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의 연출가가 됐으면 한다.

 

10년 뒤에는 송정안이 연출했다고 하면, 쓸 데 없는 말이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 ‘송정안은 믿고 보는 연출’이 됐으면 한다. 물론 10년 뒤에도 연출 일을 하고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노네임씨어터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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