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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 김지휘작품의 내레이터인 ‘승우’ 역 맡아

2008년 개봉한 영화 ‘비스티 보이즈’는 남성 화류계를 적나라한 시선으로 풀어내 화제를 모았다. 하정우, 윤계상의 출연으로 세간의 시선을 받았지만, 그보단 그 안에 담긴 처절한 ‘삶의 현장’이 치를 떨게 만들었던 영화다. 그리고 2014년, 그 영화가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로 다시 돌아왔다. 윤종빈 감독의 ‘디테일’한 ‘처절함’은 무대 위에서 어떻게 재탄생하게 될까.

7월 11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는 전혀 다른 색깔로 관객을 찾는다. 뮤지컬은 영화 속 주인공들을 무대에서 지운다. 대신 ‘생존’에 찌든 날 것 그대로의 남자들을 프레임 안에 잡아낸다. 배우 김지휘는 극중 내레이터인 ‘승우’ 역을 맡았다.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는 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한 그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영화 봐도 결말 모를 것”

요즘 김지휘는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 연습에 한창이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이르는 강행군이지만, 얼굴은 싱글싱글이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전혀요”라는 대답과 함께 “공연 개막 후 아픈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어요”라는 호언장담이 돌아온다.

“근데 연습 때 꼭 한 번 정도 아파요.(웃음) 데뷔작이 대극장이었는데, 목소리를 키워 노래해야 했어요. 어느 날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때 ‘내 성대가 끝났구나’ 싶었어요.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거든요. 유명한 이비인후과 가서 약 처방받고 노래를 쉬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그 이후론 작품 할 때 긴장을 해서 그런지 잘 안 아파요.”

극중 김지휘가 맡은 역할은 26살 청년 ‘이승우’다. 극의 내레이터이자, 돈이 필요해 호스트바 ‘개츠비’를 찾아드는 인물이다. 그는 “승우는 상황이 자신과 맞든 안 맞든 어떻게든 버티는 인물이에요. 그런 부분이 저와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승우가 성격적으로 강한 인물은 아닌데, 제 이미지도 세 보이진 않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이 맡은 역을 설명했다.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는 동명의 영화와 전혀 다른 작품이다. 호스트바라는 소재는 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전혀 다르다. 영화가 밑바닥 세계를 세밀하게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면, 뮤지컬은 조금 더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골몰한다.

“제목만 듣고 ‘호스트바’라는 소재 위주의 작품이 아닐까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전혀 달라요. 뮤지컬은 다섯 명의 남자가 겪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에요. 돈이 필요해 ‘개츠비’로 흘러들어 갔던 순진한 사람들이 ‘돈’과 ‘사랑’으로 인해 변질되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뮤지컬은 총 다섯 명의 남자배우가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전부 트리플 캐스팅이다. 그렇다 보니 연습실엔 다 큰 장정들로 언제나 인산인해다. 남자 배우만 있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김지휘는 ‘군대 같다’며 소리 내 웃었다. 곁에 선 홍보담당자는 ‘연습실이 남고 교실 같다’며 말을 거들었다.

“남고보다는 재미있는 군대 같아요. 남자 냄새도 나고….(웃음) 남자 배우만 출연하는 공연은 처음인데 나름 재미있어요. 쉬는 시간마다 작품 이야기하고, ‘컵 차기’로 땀 빼고, ‘인디안 밥’하고….”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 “꿈꿨던 삶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그는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 출연을 확정 짓고 본격적인 캐릭터 연구에 들어갔다. ‘호스트바’라는 특수한 배경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덕분에 실제 호스트바에서 ‘선수 체험’(?)을 할 뻔한 일도 있었다. 김지휘는 “아는 형 중에 실제 ‘호스트바’의 마담 일을 한 분이 있었어요. 하루 동안 선수로 일해 볼까 했었는데, 결국엔 못 갔어요. 손님에게 ‘제가 배우인데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하루만 이 일을 하게 됐다’고 할 순 없겠더라고요”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김지휘는 작품에 대해 ‘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의 등장인물들은 ‘천박한 사람’이에요. 누구나 내면에 품고 있는 탐욕을 가진 인물들이고요.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나도 이런 것들을 내면에 가지고 있구나’ 등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연기 포인트도 ‘생존’과 ‘변화’다. 오히려 “일부러 변화하는 모습을 안 보여주려 노력 중”이라는 그는 “결말을 알면 재미가 없다”는 말과 산뜻한 미소로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더 이상의 발설을 일축했다.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는 호스트바라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소재와 달리 묵직한 일상의 무게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그 안은 사람과의 관계, 욕망, 이상 등의 문제들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작품을 보고 나면 자신의 삶과 꿈꿨던 이상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공연을 보고 ‘뭐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완벽한 결말이 아니라 ‘물음표’를 남기는 여운이 있거든요. ‘남자 대 남자’의 생존적인 문제, 살기 위해 얼마나 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가 녹아있어요. 추하면서도, 연민이 가는 이야기예요.”

벌써 네 번째 창작 초연

김지휘는 유달리 창작 초연 뮤지컬에 많이 참여했다. 전작인 뮤지컬 ‘아가사’를 비롯해 뮤지컬 ‘미남이시네요’, ‘커피프린스 1호점’도 창작 초연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의 필모그래피 중 거의 절반이 창작 초연인 셈이다.

“창작 초연이 힘든 건 맞아요.(웃음) 라이선스는 대본, 음악, 안무가 나와 있지만 창작 초연은 모든 것을 만들어가니까요. 하지만 창작 초연은 제가 ‘오리지널’이라는 자부심이 생겨요. 그 역할을 제가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함께 만드는 사람들과도 대화도 많이 하게 되고, 더 끈끈해져요.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훨씬 성취감이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의 성종완 연출가는 배우들의 창작 열정을 십분 끌어내는 연출가다. 연습 중 나온 의견을 모아 회의록처럼 프린트를 해오기도 하고, 제기된 의견을 빠르게 피드백 해주기도 한다. 덕분에 배우들은 편하고 적극적으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성종완 연출님은 의견을 많이 받아들여 주세요. 나름의 잣대를 갖고 있으면서, 융통성 있게 배우의 아이디어를 받아주시는 거죠. 그렇게 하면서 배우와 연출님 사이의 관계도 편해졌고, 스스럼없이 아이디어를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는 7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프리뷰 티켓을 모두 매진시켰다. 창작 초연작에 대한 관심치고는 상당한 화력이다. 첫 공연 무대에 서는 김지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말했지만, 완연한 미소로 은근한 기쁨을 드러냈다.

“요즘은 항상 ‘어떻게 승우를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편하게 접근하는 캐릭터가 있고, 어렵게 접근하는 캐릭터가 있어요. 승우는 어렵게 접근해야 하는 캐릭터는 아닌 것 같아요. 내면적인 것을 제외하면 작품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어요.”

승우 말고 탐나는 캐릭터가 있냐는 질문에는 단번에 “두 가지가 있어요”라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싹싹하게 웃은 그는 “제가 조금 밝아요. 집에서 막내라 애교도 많은 편이고요. 편하게 툭툭 내뱉는 ‘민혁(민혁은 배우 지망생으로 선수 생활이 적성에 딱 맞는 인물이다)’ 같은 역할도 생각해 봤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주노’도 해보고 싶어요. ‘주노’는 ‘개츠비’의 에이스에요. 딱 봐도 선수 같고, 젠틀하고, 속을 알 수 없지만 끌리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랄까요? 제가 웃지 않으면 그 역할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싶습니다.(웃음)”

그렇다면 그가 꼽는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마지막 하이라이트일 거란 예상과 달리 “첫 장면이요”라는 짤막하고 명확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유를 묻자 그는 “저마다 개개인의 꿈과 삶이 있잖아요. 첫 장면이 그런 것들을 그리는 내용의 노래”라며 운을 뗐다.

“그 장면은 무언가를 많이 하지 않아도 전체적인 그림이 굉장히 멋있더라고요.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나가 되었다가, 흩어졌다가 해요. ‘내가 꿈꾸는 것’에 대해 갈망하는 것이 잘 표현되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배우 김지휘의 미래? ‘늘 지금 같았으면’

김지휘는 2011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한 후 성실하게 달려왔다. 4년 차 배우치고는 실하고 탄탄한 필모그라피가 그의 노력을 방증하는 결과물이다. 생각해보면, 그가 주목받는 일은 다분히 자연스럽다. ‘잘생쁨(잘생김+예쁨)’ 외모와 쾌활한 웃음도 그렇지만, 성실하게 무대에 오르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 있는 우직함도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이다.  

그가 품은 배우로서의 꿈은 소박하고도 원대하다. 앞으로 배우 생활에 대한 포부를 묻자 그는 싱긋 웃으며 “지금과 같이 꾸준히 무대에 서고 싶다”고 대답했다.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인 만큼, 꿋꿋이 배우의 길을 나아가겠다는 포부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꾸준히 작품하고 싶어요. 모든 배우들이 생각하는 것이겠지만, 창작이든 라이선스든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들 만나서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을 꾸준히 해나가는 게 목표에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해보고 싶은 역할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의 입에선 “뮤지컬 ‘헤드윅’의 헤드윅”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왜냐고 되묻자, 그는 “예쁠 것 같다”는 장난기 넘치는 웃음 섞인 말로 응대했다.

“사실 처음 뮤지컬 ‘헤드윅’을 봤을 때 충격이었어요. 콘서트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어느새 제가 정말 빠져들어 있더라고요. 시공간을 이동해서 마치 호텔 ‘리버뷰’에 온 것 같았어요. 장면도 멋있었지만, 그 안에서 울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는 점이 굉장히 매력 있었어요.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백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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