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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린 미치지 않았어,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

 

죄(罪)와 시(詩)처럼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 있을까. 뮤지컬계의 ‘운명 전도사’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라면, 그리고 그 주인공이 강도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문학소녀이자 갱단 ‘보니앤클라이드’의 두목 ‘보니 파커’와 그녀를 사랑한 진짜 두목 ‘클라이드 배로우’라면 더더욱.

 

사랑하니까 괜찮아, 네가 나쁜 놈이어도!

 

미국 대공황 시기, 막 탈옥에 성공한 ‘클라이드’는 웨이트리스 ‘보니’의 차를 훔치려다 그녀와 마주친다. 첫눈에 서로에게 빠져든 두 남녀는 세상의 눈을 피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경찰에 발각된 ‘클라이드’가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지만 ‘보니’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그를 보살핀다. ‘클라이드’는 동료 죄수의 괴롭힘에 다시 탈출을 결심하고, ‘보니’가 전해준 권총으로 총격전을 벌인 후 빠져나온다. 이들은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하며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대담한 범죄 행각을 벌인다.

 

작품은 1930년대 실존했던 남녀 2인조 갱단 ‘보니앤클라이드’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다. 이들은 당시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을 정도로 유명했으며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범죄자’가 아닌 ‘영웅’으로 인식되었다. 1967년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대중을 먼저 만난 뒤 2009년 뮤지컬로 재탄생해 지난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불필요한 과장 대신 기본 플롯을 재현하는 데 충실하다. 할리우드 대스타에 버금가는 갱단이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윤리를 상실하게 되는 인간 본연의 모습까지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겉으로 드러나는 범죄 동기는 세상을 바꾸자는 거창하고 진보적인 외침이 아니라 세상에 기억되고 싶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춘기 청소년과 흡사하다. 이러한 대목은 ‘클라이드’가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 호소하는 당혹감과 죄책감에서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참회는 없다. ‘보니앤클라이드’의 범죄 행각이 점점 대담해지고 그 이름이 더욱 빛을 발할수록 인지상정(人之常情)은 점점 옅어진다.

 

 

차곡차곡 쌓이는 사건들, 강력한 ‘한 방’ 아쉬워

 

작품은 ‘보니’와 ‘클라이드’가 만나고, 사랑하고, 비행(卑行)하고, 함께 죽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쌓아나간다. 언뜻 지루할 수도 있는 전개지만 처음부터 객석을 향해 선전포고한다. 첫 장면은 ‘보니’와 ‘클라이드’가 수십 발의 총을 맞고 차 안에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강렬한 인상을 풍기면서도 결말이 되는 부분을 맨 앞으로 당겨와 긴장감을 갖고 출발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보니앤클라이드’의 최후는 ‘그래서 이렇게 되었다’는 설명적 화법보다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실시간 갱스터 무비 같은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는 누아르(Noir) 특유의 서스펜스를 쉽게 놓치지 않는다. ‘한 건’이 끝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무섭게 귀를 찢는 듯한 총성과 폭발음이 심장을 울려댄다. ‘보니’와 ‘클라이드’의 행동반경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해지는 후반부에는 제3의 조직원이 기다리고 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속죄하고 평범한 삶을 꿈꾸던 형 ‘벅’ 내외가 이들과 함께하며 ‘더 큰 건’을 터뜨린다.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는 긍정적 의미의 쇼맨십에는 성공했지만, 반복되는 패턴으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나열되는 사건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상적인 한 방이 없어 ‘과연 희대의 사건’이라며 혀를 내두를 만큼은 아니었다. 작품이 사실을 기초로 하기에 ‘보니’와 ‘클라이드’가 백악관을 털지는 못하더라도, 삼엄한 경비를 뚫는다거나 경찰의 수색망을 미꾸라지처럼 피해 다니는 재미를 선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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