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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56] 가족오페라 ‘어린 왕자’

 

2001년부터 시작된 예술의 전당 가족오페라 퍼레이드는 그동안 클래식인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시작으로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공연했다. 그리고 2014년 세 번째로 현대 오페라인 레이첼 포트만의 ‘어린 왕자’를 선보였다.

 

가족오페라 ‘어린 왕자’는 세계적인 대문호 생텍쥐페리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2003년 미국 휴스턴의 그랜드 오페라단이 초연한 후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무대는 아시아 및 국내 초연작으로 관객을 만났다.

 

이번 공연은 원작이 그렇듯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서 세대를 아우른다. 서로에게 배우고 깨우치며 삶과 죽음, 인간관계와 존재의 의미, 눈으로 직시하는 것만이 아닌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세상과 사물을 느끼며 바라볼 수 있다. 순수하고 소박한 혜안과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대한 것들과 삶에 대한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는 보물섬과 같다. 자연스럽게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하고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보편적 상식과 인간애에 눈 뜨게 한다. 볼수록, 또는 곱씹을수록 새로운 것에 눈 뜨게 하며 보약이 되는, ‘바른 세상 살아가기’의 교과서와도 같은 가족 모두를 위한 작품이다.

 

가족오페라 ‘어린 왕자’는 원작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가득한 은유와 상징을 유지한다. 레이첼 포트만의 클래식한 음악적 구성과 메타포로 드라마가 지니고 있는 내러티브를 보다 풍성하고 깊이 있게 표현한다. 우아하고 서정적인 선율의 우아하고 편안한 작곡을 바탕으로 한 오케스트라 구성과 각 캐릭터의 특성을 배려한 아리아가 돋보인다. 때로는 관조자 같은 정령들처럼 내레이트하는 아이들의 합창 조성을 통한 음악적 브랜딩은 세상과 사물에 대한 사유와 관찰을 통한 은유를 선보인다. 이는 상징적인 악기의 조성으로 계산되어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고 사납게, 그리고 가끔은 유머러스하고 유니크한 리듬과 음계로 드라마의 정서에 어울리게 하거나 새롭게 리드한다.

 

 

꼭 맞는 옷을 입힌 듯한 이병욱의 지휘는 매끄럽고 유려했으며 변정주 연출의 전체적인 밸런스는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캐릭터라이징을 통한 가창자들은 전반적으로 레가토로만 노래하는 듯했다. 조금 더 극적인 상태와 각 캐릭터의 특성을 표현하며 드라마틱한 가창이 되었더라면 하는 개인적 아쉬움이 있었다.

 

마리아 비욘슨의 세련되고 미니멀한 무대 디자인은 무엇보다 상징과 은유가 가득 배어있고 우주적인 천체와 사막을 직시하며 유추할 수 있었다.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는 다분히 기능적인 무대였다. 유니크한 소품과 의상,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공간의 변이를 구체화하는 조명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환상적인 무대 미장센을 일구어내며 매우 세련되고 품격 있는 무대를 창출해 냈다.

 

평소 국내에서 공연되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이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무대나 의상, 조명 등이 전체적으로 보기 민망할 정도의 조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을 늘 안타깝게 여겼다. 하지만 이번에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가족오페라 ‘어린 왕자’ 정도라면 아이들이나 청소년 그리고 이 세상 어른들, 누구에게나 ‘강추’할 수 있는 기분 좋은 무대였다.

 

또한 예술의 사회적 역할도 이번 무대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작금의 현상을 뛰어넘어 위로가 될 수 있고 작지만 큰 위안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구원할 수 있는 상징이 되었다. 내적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감동의 카타르시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커다란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언젠가 밤하늘의 별을 보게 되면 우리는 웃고 있는 금발의 소년, 어린 왕자를 기억하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소박하고 정직한 눈과 그를 닮은 미소로 화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가족오페라 ‘어린 왕자’는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앙코르 무대를 기획하기를 바라며, 예술의전당에서 주관하는 가족 오페라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매우 크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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