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4.10 토 16:08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유희성의 The Stage 55] 뮤지컬 ‘글루미데이’

 

1926년 08월 04일.

새로운 세상으로 갈 거야.

준비됐어?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는 관부 연락선 갑판에서 한 남녀가 서로 꼭 껴안고 현해탄 격랑의 깊은 바다로 몸을 던졌다. 격변하는 정세에 일본으로 유학 간 극작가 김우진과 미모의 음악가 윤심덕이 현세의 운명을 거스르며 새로운 운명을 만드는 극적인 동반 자살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뛰어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뮤지컬 ‘글루미데이’가 만들어졌다.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해수면 아래에서부터 오래된 추억을 인양하듯 간헐적으로 흐른다. 작품은 다소 암울하면서도 낭만이 있었던 그 시대, 격변하는 정세에 낯선 이국땅에서 청춘의 통과의례 같은 열병의 가슴앓이를 풀어낸다. 사랑의 행태로 점철된 젊은 날의 초상, 삶의 사연을 노래하며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연들의 허상과 가상을 더해 새로운 시각으로 또 다른 진실의 사연을 찾아가는 데 주목했다.

 

작품은 두 사람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 숨어있는 진실을 파헤친다. 숨 막힐 듯한 서스펜스와 가장 가까운 듯 알 수 없는 또 다른 사내와의 치밀한 두뇌 싸움, 그래도 살아가려 하는 삶과 결국 죽음으로 내몰린 긴박한 상황극으로 치닫는다. 기존의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져 새로운 모럴의 의구심과 가능성을 제기하며 새롭게 유추하고 사유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뮤지컬 ‘글루미데이’는 청춘의 우울한 덫 같은 노래 ‘사의 찬미’를 기본으로 적절하고 간헐적인 베리에이션(변주)을 시도한다. 기존의 음악적 테마를 바탕으로 극적 긴장감을 고취하거나 훈풍을 맞으며 나른한 듯 가벼운 의식적 흐름을 베이스로 깔고 심리적 긴장감의 정서를 반영한 현악기의 선율을 부각하기도 한다. 더불어 배우의 가창을 통해 내적 에너지를 극대화로 끌어내는 아리아의 선율로 드라마의 심리적이고 스릴있는 서스펜스를 유도하거나 포장하며 입체적으로 드라마의 내적 내러티브를 극대화한다. 전체적인 무대는 선체와 선실, 갑판을 배경으로 무채색과 순백의 모노톤의 의상과 더불어 오래전 신문의 사연을 읽어내는 듯한 미장센을 영리하게 구축해냈다.

 

배우들의 호연도 이 작품을 구축하는 데 커다랗게 일조했다. ‘김우진’ 역의 김경수와 ‘윤심덕’ 역의 곽선영은 캐릭터의 내면적 진실에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의 옷을 입혔다. 때론 격정적으로 또는 냉철한 듯 시크하게 극성과 극태를 유지하며 세련되게 연기했다. 이들은 진정성이 가득한 집중과 일탈을 자연스럽게 아우르며 뮤지컬 연기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특별함을 보여주었다.

 

뮤지컬 ‘글루미데이’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여러 루트를 거치며 제대로 된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여느 작품들처럼 중극장이나 대극장으로 확장하기보다는, 앞으로 소극장 무대에 적합하게 여러 측면에서 조금 더 디테일을 찾아내고 보완된 밀도를 구축해 낼 것으로 생각한다.

 

뮤지컬 ‘글루미데이’. 성종완 연출을 중심으로 한 재기발랄하고 역량 있는 차세대 의욕적인 창작진의 협업이 이 시대를 넘어 시대를 이어갈 대표적인 소극장 뮤지컬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란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주)네오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