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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독립된 에너지, ‘서울연극제’로 모은다”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 인터뷰예술지향성 보전하며 연극 영역 확대…해외 교류 첫 결실까지

 

4월 14일, 연극계의 가장 큰 잔치인 ‘2014 서울연극제’가 막을 열었다. 올해로 35회를 맞은 서울연극제는 유구한 역사만큼 한국 연극의 발전과 신진예술가 배출에 공적이 두텁다. 대한민국 연극의 산실이었던 대학로가 ‘상권’으로 변하고, 수준을 논하기 힘든 이벤트성 연극이 소극장을 점령하고 있지만 묵묵히 그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올해 서울연극제는 특별히 서울연극협회와 서울시가 공동주최한다. 무대를 대학로에서 서울시 전역으로, 연극인들의 축제를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서울연극제 집행위원장이자 서울연극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장렬 회장을 만나 이번 축제와 연극계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나눴다.

 

- 2010년부터 서울연극협회를 이끌고 있다. 4~5년간 협회 안팎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외양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서울연극협회는 설치극장 정미소, 예술공간 서울, 예술공간 SM 총 세 개의 공간을 운영 중이다. 올 8월 재개관을 앞둔 서울스튜디오까지 포함하면 네 개의 극장을 운영하는 성장을 이루었다. 재정적으로도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서울연극협회 3대 회장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소통이다. 연극계가 더욱 발전하려면 정책과 소식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매년 협회에 새로 등록하는 회원 수가 3~4백 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연극인이 협회의 기능과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번 서울연극제의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처럼, 연극은 사회성을 갖춰야 한다. 연극이 관객들과 소통하며 슬픔과 희망을 나누는 것과 같이 연극계 안에서의 교류도 중요하다. 협회의 기능이 커지면서 연극계의 전반적인 인식도 개선됐다. ‘연극적 정치’, 다시 말하면 연극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 이번 서울연극제의 슬로건인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말은 대학로의 ‘진리’라고도 통한다. 누가 어떤 의미로 만들었나?

 

제가 만든 카피인데 옛날부터 연극의 사회성에 관심이 컸다. 연극에는 개인의 마음을 정화하는 사적(私的) 기능도 있지만 사회의 정신적 복지를 담당하는 공적(公的) 기능도 크다. 요즘 최고의 화두가 복지다. 우리나라는 복지와 안보가 같이 가는 구조인데, 나라에 별일이 없을 때는 복지가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이러한 색채가 짙어졌다.

 

연극은 오랜 시간 시민들의 정신적 복지를 담당해 왔다. 전 세계인의 80% 이상은 상대적으로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낀다. 인류가 무언가를 개선하고 바꿀 수 있는 동력 중 하나가 예술이다. 이중에서도 연극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만들어내고, 매체가 아닌 라이브로 배우의 몸과 언어, 호흡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 인간이 모여서 ‘물질’과 반대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꼭짓점이다. 이러한 에너지를 통해 연극이 정신적 복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 변방연극제, 젊은연극제 등 서울에서만 다양한 연극제가 있다. 올해로 35회를 맞은 서울연극제만의 정체성과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이름은 ‘서울연극제’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일 크고 오래된 연극 잔치다. 이번만 해도 한 달간 53개 작품과 15개 행사가 준비된다. 우리 민족이 추석이나 설, 1년에 한 번이라도 고향을 찾듯 서울연극제도 ‘연극인의 고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서울연극제는 창작극의 발전에 무게를 둔다. 경연, 비경연, 초청, 기획 부문이 있는데 경연에서는 창작극만 참가할 수 있다. 서울연극제가 35회를 거치는 오랜 세월 동안 대한민국의 많은 작가와 연출가를 배출하고 소개해 왔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창작극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의 연극인들도 서울연극제에서 느끼는 연대감이 강하다.

 

이번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8편은 예술지향적인 작품을 위주로 선정했다. 지금 대학로의 생태계는 예술지향, 대중예술지향, 아마추어, 쇼비즈니스 4개로 나눌 수 있는데 예술지향적인 작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면서 작품의 메시지나 소재가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슬로건과 맞닿아있는지도 살핀다. 작품을 내놓는 연극인들 역시 서울예술제의 정신을 알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 이번 서울연극제는 서울시와 공동주최로 열렸다. 공동주최 의의와 경위, 앞으로의 발전성을 예측한다면.

 

서울연극제 공동주최는 서울시와 청책토론회를 하는 과정에서 제안했고 시에서 이를 받아들여 추진하게 됐다. 맨 처음 서울연극제는 ‘대한민국연극제’로 시작해 ‘서울공연예술제’로 장르의 범위를 넓혔다. 이후 여러 개선점이 발견돼 다시 연극만 독립했고, 지금의 서울연극제가 됐다. 변화가 많았던 만큼 서울시와의 협업이 진작 필요했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첫 공동주최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내년부터는 더욱 안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동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연극협회가 대학로 밖의 지부를 만들고 있다. 현재 12개의 지부를 세웠고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대학로가 가지는 공간성을 넓힐 필요성이 생겼고 서울시 전체를 연극으로 채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적인 계획을 위해서라도 서울시의 도움이 필요하다.

 

- 그렇다면 올해 서울연극제의 특징을 ‘확장성’으로 볼 수 있나?

 

일부러 확장을 목표로 했다기보다는, 때가 되어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이다. 개막식 개회사를 통해서 이야기했지만, 3억이 안 되는 예산을 가지고 이 정도 프로그램을 하는 것은 기적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 연극계가 끈끈하기도 하고 한 울타리에서 서로의 정서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게 계속 해왔던 것들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연극계 각처의 독립된 에너지들이 연극제를 통해 시너지를 발산하고, 이를 품을 그릇을 만드는 것이 집행부의 역할이다.

 

서울연극제에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은 ‘창작공간연극축제’, ‘서울시민 마을연극축제’ 두 가지다. ‘창작공간 연극축제’는 공간을 극장이 아닌 곳에서 해보자는 의미다. 프로 연극인들이 무대가 아닌 공원, 카페, 동네 놀이터 등 여러 공간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서울시민마을연극축제’는 연극쟁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같이 작품을 만들어 각 지역에서 공연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가지 모두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연극의 범위를 넓히자는 취지다. 연극을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이 옅어지면서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 개막식에서 각종 시상식이 함께 열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서울연극제는 경연의 의미도 있지만, 봄꽃이 피는 계절에 연극인들이 모여서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 처음 개최한 서울연극인대상은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1년 동안 오르내리는 수많은 작품과 창작 안팎의 노고를 기리는 시상식이다. ‘작품’에만 치중한 상이 아니라, 창작 안팎의 모든 노고를 기리자는 뜻으로 준비했다.

 

서울연극인대상은 항목별로 전문가, 연극인, 시민들이 골고루 점수를 매겼다. 대상, 연기상, 연출상 등과 이전에 없던 번역상, 제작상도 마련됐다. 원만한 창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대학로 상인들과 공무원들에게도 ‘연극나눔 공로상’, ‘연극희망 공무원상’을 드렸다. 풍성한 시상식 덕분에 2시간 내내 행복한 개막식이었다. 지금껏 어떤 개막식보다 따뜻하고, 재미있고, 품위 있는 분위기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 ‘한·일 신진연출가 작품 초청전’으로 한국과 일본의 연극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추진 배경과 성과는 어떤가?

 

우리 연극계의 모순 중 하나가 ‘해외 교류’다. 외국의 좋은 작품을 들여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우리 작품을 밖으로 들고 나가는 일은 굉장히 힘들다. 해외 교류는 한 번 물꼬를 트면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지속성이 높다. 하지만 나라에서 이러한 정책적 접근이 전무한 실정이다. 여러 공모에 힘들게 뽑힌 작품들도 창작과 공연(국내)을 거치면 그다음 스텝이 없다. 예를 들어 체육은 전국대회, 국가대표, 세계선수권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고 그에 따른 기금이나 연금 등의 단계도 정해져 있다. 반면 연극계는 민·관을 막론하고 이러한 스텝이 전혀 없다. 어떻게 보면 꿈이 없는 것이다. 창작자가 어떻게 이 모든 행정 루트를 개척하고 뛰어다닐 수 있겠는가?

 

서울연극협회는 고심 끝에 4년간 여러 나라와 교류를 시도했고, 그 첫 열매가 이번 서울연극제의 ‘한·일 신진연출가 작품 초청전’이다. 그야말로 감개무량한 첫해다. 협회가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젊은 극단이 상을 타면 자연스럽게 일련의 시스템, 준비된 스텝 안으로 들어오게 하자는 것이었다. 지난해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작품상 수상작인 연극 ‘끔찍한 메데이아의 시’(극단 가변)가 올 3월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에서 초청된 작품은 ‘젊은 연출가 콩쿠르’(일본연출자협회) 선정작인 연극 ‘친애하는 우리 총통’(극단 초콜릿 케익)이다. 보낸 작품에 대한 현지 반응도 굉장히 좋았고, 오는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해외 교류를 위해 러시아도 물망에 올랐지만 올해 그쪽에 정치적인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아쉽게도 불발됐다. 이것만 보더라도 해외 교류는 절대로 한 개인이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오랜 기간 충분한 신뢰를 쌓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민·관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등한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 일반 대중이 서울연극제를 더욱 가깝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음식의 맛과 가격이 다양하듯 서울연극제라는 그릇 안에 초, 중, 고급이 다 들어있다. 쉽고 재미있는 작품도 있고, 예술지향적인 작품도 있다. 약간 소화하기 힘들더라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저런 세계도 있구나’, ‘이런 소재로도 연극을 만드는구나’ 하며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소위 멜로, 코미디, 연애물이 아니라서 소재나 주제가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연 자체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다.

 

연극은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실시간으로 보면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장르다. 한두 시간 안에 엑기스를 담다 보면 생략도 있고, 압축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형식이다. 연극 특유의 화법과 에너지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몇 번 경험하시면 연극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가 생겼지만 여전히 연극이 존재하는 이유는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극제에 오시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작품에 대해 알아보고 고르시면 더 좋다. 우리가 맛집이나 여행을 갈 때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지 않나. 이처럼 최소한의 수고와 노력만 있다면, 그만큼 맛있고 풍요롭게 연극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3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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