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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Flashback. 42] “경쾌하고 사랑스럽다” 뮤지컬 ‘풀하우스’

경쾌하고 사랑스럽다. 동시에 부담스럽지 않다. 뮤지컬 ‘풀하우스’의 첫 느낌이다.

뮤지컬 ‘풀하우스’는 동명의 만화와 드라마를 원작으로 2009년 첫 창작을 시작한 후 꾸준한 개발 과정을 거쳐 왔다. 오랜 창작 기간, 유명 원작의 압박은 던져버린 듯 발걸음이 산뜻하다. 작품은 대한민국 톱스타 ‘이영재’와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운 여인 ‘한지은’이 우연한 계기로 한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연출은 뮤지컬 ‘싱글즈’, ‘뮤직 인 마이 하트’, ‘뮤직박스’ 등 톡톡 튀는 작품에서 힘을 발휘했던 성재준이 맡았다. 그동안의 연출작에서 보여주었던 그만의 ‘밝음 에너지’는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빠른 무대 전환은 극에 속도감을 입혔고, 만화적 상상력을 입힌 장면 구현은 ‘명랑 만화’를 보는 듯한 유쾌함을 안겼다.

‘오글거림’은 뮤지컬 ‘풀하우스’의 미학이다. 두 사람이 기자회견장에서 첫 만남을 꾸며내는 장면은 영재와 지은의 수줍은 눈빛 교환과 살랑이는 멜로디에 설렘이 실려 사랑의 시작을 예고한다.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아기자기한 장면에선 절로 ‘광대가 승천’한다. 사랑의 밀어가 객석을 향해 날아들 땐 목을 움츠리며 ‘으아~’하고 외치게 되지만, 입가엔 절로 미소가 그어진다.

 

뮤지컬 ‘풀하우스’는 이야기의 밀도가 세진 않지만, 톡톡 튀는 재미가 있다. 특히, 지은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장면이 압권이다. 그녀가 시나리오를 구상하면 ‘풀하우스’의 앞마당에는 그녀의 상상이 고스란히 구현된다. 말도 안 되는 줄거리에 감탄사를 내뱉는 지은의 모습이 마치 ‘명랑 만화’의 주인공을 보는 듯 사랑스럽다.

캐릭터 간의 쫀쫀함은 아쉬움이 남는다. 영재를 짝사랑하는 혜원과 지은을 짝사랑하는 민혁의 은밀한 거래는 ‘풀하우스’에 긴장을 불어넣는 주된 축이다. 하지만 혜원의 캐릭터가 비교적 가볍게 그려지고, 민혁의 캐릭터가 깊이를 잃으면서 이들은 주변인으로 남고 말았다. ‘풀하우스’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도 감정의 ‘쌓음-풀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작품 전반에 긴장을 주는 축들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명확한 절정에 이르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서하준, 곽선영의 ‘케미’도 반전이었다.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순정파 로맨시스트를 연기했던 서하준은 무대 위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빠르게 주고받는 대사 호흡은 민첩했고, 장난기 많은 영재의 웃음 코드도 매끈하게 뽑아냈다. 반면 노래는 깔끔하지 못했다. 그는 허스키한 보이스로 남성다운 매력을 터뜨렸지만, 고음에서 힘이 받쳐주지 않아 종종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은 역의 곽선영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힘, 연기적 폭도 다채로워 ‘곽선영’만의 ‘한지은’을 명확히 연기했다.

작곡가 하광석은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된 멜로디로 이번 무대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영재와 지은이 기자회견에서 부르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사랑의 싹 틔움을 세밀하게 음표로 그려냈고, 민혁이 부르는 ‘영화 속에서처럼’ 넘버는 여성 관객의 설렘 지수를 높였다. 뮤지컬 ‘풀하우스’가 오래된 콘텐츠임에도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세련된 음악의 힘이 컸다.

무대는 간략하면서도 빈틈을 잘 활용했다. 무대 뒤쪽은 2층 구조의 ‘풀하우스’가 단면으로 드러난다. 너른 무대 앞 공간은 군무나 지은의 상상신 등이 주로 펼쳐진다. 흔히 생각하는 대형 뮤지컬의 웅장함, 무대를 가득 메운 옹골찬 세트의 화려함은 없지만 빈틈도 전혀 없다. 허전함이 없도록 군무와 인물들의 감정선을 적절히 이용해 넓은 무대가 꽉 차 보이는 효과를 준 것이 인상적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스토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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