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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54] 국립무용단 ‘회오리’

 

2014년 국립무용단은 장르와 경계 허물기의 일환으로 1962년 창단 이래 52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안무자 초청 프로젝트를 열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무용가이자 안무자인 핀란드의 테로 사리넨과 함께 ‘회오리’를 작업했다.

 

테로 사리넨은 한국적 전통을 바탕으로 모던한 접목을 실행하는 음악 집단 ‘비빙’의 베이스에 한국의 전통 의례와 복식을 참조해 국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던한 감각과 상징으로 작품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무용수들의 춤은 자유롭고 활기찼으며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어색해하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무언가를 탐구했다. 이들은 무대에서 거침없이 자연스럽고 유려한 몸짓으로 음악을 타거나 젖어들고, 박차고, 튀어나오다 다시 잠기듯 더불어 호흡하며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의 항해를 했다.

 

작품은 1부 ‘조류’, 2부 ‘전승’, 3부 ‘회오리’라는 부제로 진행됐다.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기운과 과거로부터 현대에 전승되고 있는 원초적인 인간과 음양 내면의 탐구, 그리고 축제보다 더한 태풍의 눈인 회오리의 부활과 역사의 전진에 대한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무대는 구조물이나 대소도구 장치 없이 상·하수와 업스테이지에 긴 단을 두고 등·퇴장로로 활용했다. 최대한 색감을 죽인 조명과 부분 클로즈업으로 몸의 움직임에 대한 기류의 이미지에 집중하게 했다.

 

1부 ‘조류’에서는 무용수 송설이 소리와 움직임의 깊은 관계와 반응에 대해 외롭고 씁쓸하지만 마치 먼 길을 떠나는 순례자 같은 이미지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의 의미심장한 탄생이 오프닝으로 신비롭게 시작되고 이어 음과 양이 빚어지더니 어느새 음양의 관계와 반응 속에서 뭉치듯 흩어지며 용트림하듯이 잔잔하면서 힘찬 조류를 나타냈다.

 

 

2부 ‘전승’에서는 음과 양의 끊임없는 관계와 반응, 서로 탐구하고 공존해가는 과거와 현재의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전승되어오는 내면의 탐구를 선보였다. 국립무용단 최고의 무용수 이정윤과 김미애, 이진욱과 신예 박혜리가 숙명처럼 전승되어 오는 과거와 현재 속의 자아를 통해 두 커플의 같고도 다른, 중의적인 움직임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다른 출연진들은 무대 상·하수에 앉아 이들을 지켜봤다. 때로는 부드럽고 거친 동질성과 또 다른 공존의 관음과 이질감을 내포한 드러나지 않는 내면에 도취한듯한 이중적인 카타르시스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두 커플의 춤사위는 유려한 듯 강렬했고 밀고 당기며 끊임없이 반응하고 하나 되는 일체감으로 그들과 함께 호흡하게 했으며 내적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3부 ‘회오리’에서는 바람의 중심, 태풍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원초적인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통한 새로운 변화와 전진을 향해 새롭게 생성되는 신화의 탄생 같은 미학을 보여주었다. 무용수 송설은 한국의 주름과 부채에서 이미지를 가져와 디자인된 의상을 입고 날갯짓했다. 마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내는 신비한 이카로스와 불멸의 불사조처럼 혼자서도 대극장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를 구현했다. 자연스럽게 한 무용수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등장해 과거로부터 전해지는 현재의 맥을 같이했다. 이미지를 통해 자연의 흐름과 생성,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를 중첩하며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뉘앙스를 세련되게 구축했다.

 

국립무용단이 꼭 한복을 입고 춤을 추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없지만 한국적인 정서와 미장센의 포인트가 조금 더 묻어 있었다면 하는 작은 아쉬움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에서 기존과는 또 다른 기량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자연과 더불어 가장 원초적인 움직임의 내적 반응에 대한 표출을 보여준 이런 일련의 작업이 세계적으로 동시대성을 확보하면서도 한국적 정서가 묻어나는 차기 작품을 기대해 본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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