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계에서는 한동안 브로드웨이 초 매머드급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를 두고 얘기가 분분했다. 어떤 제작사에서 언제쯤 들여올 것이며,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은 과연 성사될 것인지, 그리고 ‘엘파바’와 ‘글린다’ 두 마녀 역은 누가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들이었다.

뮤지컬 ‘위키드’는 개막 후 10년째 브로드웨이 뮤지컬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현재까지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품 중 하나다. 2012년에는 설앤컴퍼니가 블루스퀘어에서 오리지널 투어 팀 공연을 이끌었다. 작품은 2013년 11월 22일 샤롯데씨어터에서 역사적인 한국어 공연을 개막해 지금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작품은 그동안 오랫동안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세대를 넘어 전 세계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던 ‘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한다. 브로드웨이 창작진의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기존의 정서와 캐릭터를 유지한 채 새로운 시각으로 유쾌하게 비틀고 뒤집어놓았다. 뮤지컬 ‘위키드’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며 현재 공연되는 뮤지컬 중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가장 핫한 뮤지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뮤지컬 ‘위키드’는 ‘초록마녀 엘파바는 사악하고 나쁜 마녀였다’는 통설을 뒤집을 뿐 아니라 천사 같은 착한 마녀 ‘글린다’를 내숭 덩어리로 한 번 더 비튼다. 또한, 늘 경쟁구도였던 두 마녀를 통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친구 이상의 끈끈한 우정과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배려를 통한 변화는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더불어 세월이 지나가도 쉬이 변해가지 않는 좋지 않은 기억들의 행태마저도,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담은 정성으로 새롭게 변하게 할 수 있는 인간애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번 공연은 엄청난 제작비와 부럽기만 한 뮤지컬 제작시스템으로 화려하기 그지없는 무대 미장센을 선보였다. 세련되고 환상적인 무대 메커니즘과 원활한 무대 운영의 기술력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무대예술을 만들었다.

얼마 전 내한한 뮤지컬 ‘위키드’의 오리지널 작곡/작사가인 스티븐 슈왈츠는 지금 당장 브로드웨이 공연과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나지 않으며 모든 무대 운영과 배우들의 기량이 뛰어난 무대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도 이번 프로덕션과 오리지널 투어 팀의 진행과 운영을 비교해 봐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음악적 해석과 연주는 물론이고 한국의 모든 진행 스태프나 배우들의 기량도 그동안 브로드웨이에서 봤던 유수한 다른 어떤 팀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두 주역을 맡은 ‘엘파바’ 역 옥주현과 ‘글린다’ 역의 정선아의 맹활약이 돋보였다. 이들은 국내 최고의 뮤지컬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입증하고 뮤지컬 ‘위키드’의 세계 어떤 배우보다도 뛰어난 기량과 가창력으로 작품을 기대 이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일조했다. 캐릭터 해석과 연기, 가창력만으로도 듣고 보는 재미가 있었고 많은 이들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열정과 의지를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옥주현과 정선아는 오리지널 투어 팀에서도 끌어내지 못했던 연기적 순발력과 유니크한 대사 어투로 시시때때로 객석과 무대를 하나로 만들었다. 객석에서는 끊임없는 박수와 아낌없는 환호가 터져 나오고, 무대 위 그들은 중력을 타고 날아오르며 반짝이는 여신의 풍모를 선보였다. 마치 그들을 따르는 신도들에게 세례를 주듯이 경건한 의식을 행하는 숭고한 사제들 같았다.

두 사람은 무대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깊고, 극 중 인물로 거듭나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이 세상 그 누구라도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눈빛으로 서로를 응시했다. 인간과 인간으로서 주고받는 최선의 미덕 같은, 지극하고 간절한 정성 가득한 내적 에너지의 활기찬 밸런스를 만들어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하모니의 충만한 브랜딩을 이루어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 경외감이 들었고, 마치 지친 영혼이 정화되고 새로운 의지가 솟아나는 듯한 뜨겁고 투명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했다.

이번 공연을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오즈의 마법사’가 현대적인 무대 메커니즘의 진수로서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뮤지컬 ‘위키드’로 태어난 것에 동참할 것을 추천한다. 가족의 화합과 친구 간의 우정, 그리고 참되고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되새기며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품이다. 화려하고 놀라운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 와 함께 2014년, 올 한해가 행복해지길 바란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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