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의사가 되고 나서 지금까지 수많은 환자를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의과대학 시절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경우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크게 느꼈던 것들은 바로 ‘면역력’에 대한 것이다. 많은 질병이 면역력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고, 또는 예방될 수도 있다. 즉 좋은 면역력은 많은 병을 예방해 주는 우리 인체의 수호자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해지면 여러 가지 병들에 걸리기 쉬워진다. 특히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들은 우리를 많이 힘들게 한다. 그러나 나의 몸에 면역이 아주 훌륭하다면 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수없이 많은 바이러스와 세균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로 인해 질병에 걸리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로 면역력의 차이 때문이다. 똑같이 감기에 걸린 사람과 함께 있어도 면역력에 따라서 그 감기가 옮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문제없이 감기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진료실에는 아주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이 찾아온다. 특히 입술주위에 생기는 물집은 그 사람의 면역력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한 번쯤은 입술주위의 물집 때문에 고생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물집은 ‘헤르페스’라고 하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생긴다. 주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진료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헤르페스’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헤르페스가 생긴 걸 보니 요즘 많이 힘드시고 피곤하신가 봐요.”

즉 이 말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많이 피로하든가, 또는 너무 바빠서 잠도 잘 못 자고 피로한 경우에 인체의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헤르페스’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이 잘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환자는 회사일 또는 집안일 때문에 너무 바쁘고 피로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가끔 상반되는 대답을 하는 환자들이 있다.

“전 요즘 전혀 피로하지 않은데요. 잠도 많이 자고 피로할 일이 전혀 없는데도 이런 병이 자꾸 생기네요….”

초보의사 시절에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환자들을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런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피로하지 않아도 원래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차차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새로운 공부는 바로 우리의 마음이 면역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마음과 신경 그리고 면역의 연결성에 대한 학문이 바로 ‘정신-신경-면역학’(PNL:Psycho-Neuro-Immunology)이다.

‘정신-신경-면역학’은 우리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신경에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를 통해서 증명하고 집대성한 학문이다. 아직은 많은 의사가 이러한 학문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1975년 로체스터대학의 로버트 애더 교수는 신경체계와 면역력이 연관된 것을 증명하는 실험을 했다. 이것은 ‘정신-신경-면역학’의 기초가 되는 실험이 되었다. 로버트 애더 교수는 생물학자 파블로프가 개에게 종을 치면서 음식을 주다가 나중에는 음식을 주지 않고 종만 쳐주어도 침을 흘리는 조건반사의 실험처럼, 쥐들에게 사카린을 섞은 물을 주었다. 사카린을 섞은 물은 면역력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주입했다. 나중에 그 쥐들이 면역력이 떨어진 사실을 검사를 통해서 확인했다. 그리고 이렇게 조건반사를 만들어 놓은 쥐들은 나중에 약물주입을 하지 않고, 사카린을 섞은 물만 주어도 면역력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실험은 신경계가 면역력과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 후 더욱더 많은 실험이 이루어지면서 우리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경계와 면역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신-신경-면역학’을 공부하고 나서,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증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전혀 피로할 만한 일이 없고, 잠도 많이 자고, 육체적으로 편안한 환자들도 면역력이 떨어질 때 생기는 여러 가지 질병들이 생겨서 진료실을 찾아오게 되면, 이렇게 질문한다.

“요즘 신경 많이 쓰는 일이 있으신가요?”

그러면 백발백중 환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네. 요즘 며칠 동안 신경을 바짝 쓸 일이 생겼더니 이렇게 병이 생기네요.”

그렇다. 우리가 면역력을 잘 유지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건강관리도 아주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관리’인 것이다.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고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당신은 정말 건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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