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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불’의 이미지, 박영수의 ‘주몽’ 기대해 주세요”서울예술단 가무극 ‘소서노’ 주몽 役 박영수 배우 인터뷰

 

지난해 서울예술단 가무극의 인기를 실감했던 사람이라면 단번에 이 배우를 알아볼 것이다.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푸른 눈 박연’ 등에서 서정과 낭만의 윤동주, 한껏 비뚤어진 고종, 순박하고 귀여운 덕구로 변화무쌍한 매력을 선보인 박영수 배우다. 섬세한 연기력과 탄탄한 가창력으로 주목받은 그가 이번에는 가무극 ‘소서노’에서 ‘주몽’ 역으로 새로운 옷을 입는다.

 

서울예술단 정기공연부터 외부 작품까지, 지난해부터 쉴 틈 없이 달려온 그는 올해도 바쁘다. 10년짜리 여권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했다. 이번 서울 공연이 끝나면 천안에서 또 한 번 무대에 오르고, 서울예술단 대표 레퍼토리인 가무극 ‘바람의 나라’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연습을 앞두고 마주한 그의 얼굴에는 만만치 않은 훈련량에 피곤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작품과 연기 이야기를 꺼내니 눈빛에 생기가 고였다.

 

서울예술단 6년 차 박영수, 언제나 ‘창작자’의 마음으로

 

박영수 배우는 2009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했다. 5~6년을 이곳에 몸담았으니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와는 환경도, 마음가짐도 모두 달라졌다.

 

“‘어느 위치에 올라가야지’, ‘누구처럼 돼야지’ 이런 목표보다는 항상 ‘창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놓지 않으려고 해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작업하면서도 계속 소스를 찾으려고 움직여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도 한몫하고요.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전체적인 것을 바라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배우의 입장이지만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연출자, 스태프 등 다른 입장이 되어보는 거죠. 그러면 ‘나를 어떻게 그려야겠다’는 윤곽이 잡혀요.

 

서울예술단의 가무극은 한국적 소재,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된다. 최근작인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푸른 눈 박연’은 각각 윤동주, 명성황후, 박연(조선 최초의 귀화인)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번 작품 역시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설화를 끌어온다.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역사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현대극은 인물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만, 시대극은 좀처럼 그렇지 않아요. 시대극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죠. 고유의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고 해요. 거창한 세계관이나 철학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당장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이요. 사물이나 옷 같은 거죠.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소품이 나오기 전에는 생각하기 힘드니까, 저 나름대로 인물의 심리가 활동하는 공간을 만들고 마음껏 움직여 봐요.”

 

서울예술단은 무용팀, 사물놀이팀 등으로 세분화된다. 물론 대사를 하는 배우가 춤과 노래도 하지만, 군무나 전문 연주는 각 팀에서 맡는다. 한 작품 안에 여러 장르의 예술이 공존하면서 독립성도 갖춘다. 박영수 배우는 서울예술단만이 가진 장기를 ‘힘’에 빗대어 설명했다.

 

“팀마다 잘하는 게 다르지만 그 안에서 물들어가요. 무용팀 선배님들은 노래도 하세요. 마이크는 없지만, 오랜 시간 항상 합창을 해 온 거죠. 드라마가 있는 안무는 대부분 가사 속에 춤이 녹아 있잖아요. 춤을 추면서도 기합처럼 노랫말을 외치는 거예요. 같은 환경에 있다 보면 흉내도 내게 돼요. 저희가 타악을 하진 않지만 손바닥을 구르며 그 박자를 따라할 수 있는 것처럼요. 서울예술단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깊이가 있어요. 한 작품을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 이상으로, 하나의 단체에서 올린다는 게 서울예술단의 힘이죠.”

 

 

같은 듯 다른 느낌,

‘잃어버린 얼굴 1895’ VS ‘소서노’ VS ‘바람의 나라’

 

‘주몽’ 캐릭터는 박영수 배우가 지난해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열연했던 ‘고종’과 닮은 구석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펼치며, 역사에서 기록하는 남성 권력자는 잠시 뒤로 물러난다. 박영수 배우에게 두 사람의 차이를 물으니 명쾌한 답변을 꺼내놓았다.

 

“대규모의 공연을 만들다 보면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 속에서도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장 과정이 다 달라요. ‘고종’은 왕이 될 운명이 아니었지만 아버지로 인해 왕이 된 인물이에요. 힘든 일도 많았고, 아버지와 아내 사이에서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죠. ‘주몽’은 달라요. 자기가 왕권을 차지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미련 없이 떠나 다른 나라를 세우거든요. 긍정적이고 밝은 인물이죠. ‘소서노’가 물의 이미지라면, ‘주몽’은 불의 이미지에요. 색깔이 달라서 표현도 많이 달라질 거예요. ‘고종’처럼 억압돼서 비틀어진 모습이 아니라 끊임없이 표출해요. ‘소서노’와 함께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요.”

 

가무극 ‘소서노’는 백제와 고구려의 창업에 관한 영웅적 이야기를 담는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대표작인 ‘바람의 나라’ 역시 고구려를 무대로 한다. ‘소서노’ 속 주몽은 고구려의 1대 왕, ‘바람의 나라’ 무휼은 3대 왕으로 두 작품의 시대적 차이가 크지 않다. 배우로서 느끼는 무대나 의상의 차이는 어떨까.

 

“아직 무대를 못 봤어요. 굉장히 화려할 것 같다는 추측만 하고 있어요. 신화적인 요소가 있어서 무대 높낮이도 다양해질 것 같고요.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거의 ‘공백의 미’에 가까웠어요.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보다도 더 미니멀하고 심플한 무대였죠. 처음 보셨던 분들은 ‘응? 뭐야 이게?’ 하셨을 거예요. 당시 이지나 연출님은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스토리텔링이 아닌 이미지로 풀기 원하셨던 것 같아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될 수 있게 말이죠. 작품이 다루고 있는 시기는 비슷하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다르고 스태프도 달라서 가무극 ‘소서노’만의 무대가 나올 것 같아요.”

 

그가 이번에 가장 공을 들이는 장면은 따로 있다. 바로 ‘주몽’이 자객들을 만나는 부분이다. 박영수 배우는 이 장면으로 칼싸움에 처음 도전한다. 칼싸움은 자세가 규격화된 펜싱과 달리 검을 들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박영수 배우는 칼싸움 장면의 매무새나 분위기에 대해 먼저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안무자와 무술감독 역시 그의 바람대로 ‘아주 멋있는’ 동작을 만들어 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소서노’로 분하는 조정은 배우는 서울예술단 출신의 객원배우다. 박영수 배우에게는 선배지만, 몸담은 시기가 달라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춘다. 그를 포함한 다른 배우들과의 협업은 어떨까.

 

“저희끼리 계속 합을 맞춰요. 창작극이니까 끝없이 바뀌기도 하고요. 하나의 호흡, 질감을 찾기 위해 노력해요. 작품을 위해서는 스스럼없이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해요. (조)정은 누나와도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많이 친해졌어요. 객원으로 작업하다 보면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 같아서 어려울 수 있거든요. 다행히도 정은 누나는 10년 전 서울예술단에 있었고, 그때 선배들도 아직 계셔서 더 빨리 동화된 것 같아요. 말도 빨리 놓게 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연습하고 있어요.”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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