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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에게 빚을 남기고 떠났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제작사 ‘LP STORY’ 박성진 프로듀서와 나눈 진짜 김광석 이야기

 

“바람이 불어오는 곳/그곳으로 가네/그대의 머릿결 같은/나무 사이로”. 김광석이 쓰고 노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한 소절이다. 이 노래는 국내 유수의 뮤지션과 인디 그룹까지도 다시 부르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금 ‘김광석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공연계도 예외가 아니다. 1월 26일 앙코르 공연을 마치는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대극장도 달성하기 힘들다는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결코 화려하거나 작위적이지 않다. 무대도 아담한 콘서트 부스와 몇 개의 테이블, 배경 영상 몇 개가 전부다. 배우들은 있는 그대로의 김광석을 추억하고, 객석도 전설의 가객을 그리며 웃음과 눈물을 쏟는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말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공연을 만든 새내기 제작사 ‘LP STORY’의 박성진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나눴다.

 

- 제작사인 ‘LP STORY’의 이력과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소개를 부탁한다.

 

‘LP STORY’는 대학로에서 처음 작품을 만드는 신생 제작사다. 제작사 대표인 이금구 프로듀서가 영화계에 몸담았던 것을 시작으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같이 출발한 단체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일종이다.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지고, 최초로 김광석이 부른 명곡들을 테마로 한 뮤지컬이다. 소극장 고유의 문화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도록 드라마도 새로 썼다.

 

- 최근 1~2년 동안 복고 열풍이 불면서 김광석을 비롯한 8090세대 가수들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제작 과정에 영향을 끼쳤나?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제작은 상업적으로 시대의 유행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작업이었다. 초기 단계에는 영화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공연 장르로 기획을 바꾸게 되었다. 작품의 테마가 음악이라 뮤지컬이 제격일 것 같았다. 제작자나 스태프들이 모두 김광석을 좋아하고 그에 대한 열정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20~30대에 김광석의 노래를 즐겨 듣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사회의 중추에서 일을 해내는 세대가 되어 감회가 새롭다.

 

문화소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자면 1960~197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던 사람들, 이른바 386세대의 영향이 크다. 이들이 현재 문화소비층으로 부상했고, 자녀들까지도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교감한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제작 주체와 소비 주체의 연령대가 얼추 맞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인위적으로, 시장의 요구에 따라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다.

 

 

- 시즌1 공연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대본도 새로 쓰고 뮤직넘버도 약간 다르게 구성했다. 핵심이 되는 넘버 중에서는 ‘이등병의 편지’가 빠지고 다양한 곡들이 추가됐다. 새로운 캐릭터로 ‘멀티녀’를 만들고 캐스팅도 늘었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의 이름도 바꾸었다. 나머지는 거의 비슷하다.

 

- 주연으로 출연 중인 최승열 배우가 얼마 전 ‘히든싱어2’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는데,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최승열 배우는 대구 초연부터 함께한 원년 멤버다. 김광석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던 중에 공연 관계자의 추천을 받아 캐스팅했다. ‘이 친구다’ 싶었지만 원래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끌어내기 위해 깊은 트레이닝을 거쳤다. 혼자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을 넘어 합주 연습을 많이 했다. 배우에게 캐릭터를 억지로 투영시킨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과 연습 때 만들어진 것을 함께 녹여냈다. 최승열 배우는 공연을 하면서 점점 자기 색깔을 찾은 케이스다. 다른 배우들도 악기를 처음 만지는 사람, 능숙한 사람이 고루 섞여 있다. 다들 기본기가 있어 금방 따라왔다.

 

- 공연에 관객이 참여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연에 배우들이 진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있다. 배우가 관객에게 술을 권하는 액션도 있는데 무대로 올라온 관객분이 한 잔 더 달라며 분위기를 달궜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많은 양을 마시지는 않지만 배우에게 취기가 오르면 공연이 더 흥겨워지기도 한다. 대구 공연 때는 대극장이었는데도 콘서트 장면에서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와 함께 춤추고 노래한 적도 있다.

 

- 다른 수식어 없이 ‘김광석’ 세 글자가 주는 느낌은 어떤가.

 

두 가지다. 하나는 ‘현대의 고전’이라는 의미다. 고전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땅을 파고 또 파도 끊임없이 뭔가가 나온다. 다른 하나는 ‘시대적인 채무 의식’이다. 김광석과 동시대를 살았던 80년대 후반 학번 세대는 그에게 빚을 진 사람들이 많다. 함께 살았으나 먼저 가 버린 이에 대한 황망함이 겹쳐 있다.

 

김광석의 목소리, 그의 노래는 서글프고 애절하다. 한 마디로 ‘술 땡기게 하는 음악’이다. 그의 열렬한 팬이 아닌 사람도 그를 싫어하거나 미워할 수 없다. 좋은 작사가, 작곡가들을 만나 가창자로서의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한 사람이다. 독특한 발성에 삶에 대한 진솔한 태도를 녹여낸다. 생전에 그의 공연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체구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는 편안함이 있고, 삶의 진정성이 묻어난다.

 

- 2012년 대구 초연부터 이번 앙코르 공연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는데, 공연을 마무리하는 소감이 어떤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게 돼서 기분이 좋다. 물론 ‘히든싱어2’ 덕분이기도 하지만 종합적으로는 스태프와 배우의 노력까지 합쳐져 일구어낸 성과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도 있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공연을 마무리하면 푹 쉬고 싶다. 이후 서울·경기, 광역시, 지방 소도시를 돌며 다시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LP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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