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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40] 국립무용단 신작 ‘윈터드림’

‘윈터드림’은 국립무용단의 수석단원으로서 10여 년간 무대에서 주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정윤의 안무라 해서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다.

이정윤은 무용수로서 보기 드물게 멋진 몸을 타고났으며 춤집이나 춤태 또한 특출했다. 그러기에 그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고의 춤꾼인 그가 전하는 춤의 또 다른 언어는 어떤 것일까 궁금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의 춤은 현실을 버티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끈기와 에너지가 샘솟는 춤의 맛있는 언어와 구성으로 기분 좋은 에너지를 향유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국립무용단의 신진 인턴 단원들에게도 또 다른 비전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이자 먼저 발을 디뎠던 선배 아티스트들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했다. 그는 전설 같은 무용수로서 황금 같은 귀한 감동을 함께 나눴던 뮤즈를 떠나보내고 절망 속에서 까만 재처럼 타들어 간다. 생기를 잃어가며 낙엽 같은 브라운으로 변해가는 그. 그는 심장이 멍들다 까맣게 타들어 가며 밑도끝도없는 나락으로 침잠한 채 지쳐 선 꿈을 꾸게 되는데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뮤즈와 해후하며 믿기지 않은 꿈같은 춤을 춘다. 그것은 또 다른 현실 속의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꿈속의 꿈’같은 축제의 판타지를 춤추게 하는 것이었다.

화려했던 금빛 무대의 황금 액자에 묻어있는 꿈속 감동의 정령들은 원형의 무대에서 몸부림치며 뒹굴고, 발버둥 치듯 잠든 기억을 일깨운다. 그의 뮤즈는 꿈속에서 그린으로 나타나 그와 함께했던 아름답던 황금 같은 숨결을 기억해 내며 나락으로 자맥질하던 그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생명수 같은 힘을 심어 준다. 급기야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레드와 화이트를 만나 새로운 생기를 찾고 더 깊고 힘찬 에너지로 뛰어오르며 자신과 함께 춤의 축제를 열 수 있게 된다.

쓸쓸한 겨울을 느끼게 하는 사각거리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잃어버린 기억을 순간적 이미지로 표현해내는 스토리를 담은 무대 미장센, 익숙한 비발디의 사계를 재해석 한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음악과 정유리의 피아노는 적절하게 합을 맞춰 운용됐다. 피아노의 정서적 리듬 안에 젖어들다 어느 순간(MR이긴 하지만) 들려오는 화려한 오케스트라 선율은 꿈과 현실의 청각적 이미지를 구축하며 작품으로 전하려는 메시지의 동질성과 일체감으로 서로 합을 맞추어 나갔다.

여기에 춤을 미학적으로 완성시킨 것은 김태영의 무대와 이상봉의 의상이었다. 무대는 원형극장에 맞게 무용수의 움직임과 작품의 메시지를 잘 영글게 만든 미니멀 하면서도 상징적이었다. 현실과 삶의 경계는 날카로운 유리조각 같으며, 위험해 보이는 삼각 파편이 어느새 번져 원형의 무대로 연결 짓는다. 이는 무용수들이 바람처럼 넘실대며 넘나드는 유려한 춤의 형태를 구체화 시키는데 적절했다.

이상봉의 의상은 무용수들의 춤태를 도드라지게 운용하며 맘껏 매력을 발산하게 했고, 유려하고 활기찬 춤으로 보일 수 있게 했다. 꿈과 현실을 리버시블(뒤집어 입을 수 있는)로 순간적으로 변형하며 자칫 단순한 동작의 나열로만 흐를 수 있는 춤태에 입체감과 상큼한 시각적 컬러를 통해 작품에 통통 튀는 생명력을 더해 주었다.

‘윈터드림’의 주역 무용수들은 차가운 겨울 같은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태어난 생명 같은 순수의 희망으로 다시 춤을 추는 그들처럼, 구름 낀 현실을 벗어난 맑은 달처럼, 우아하고 열정이 넘쳐난다. 인턴 무용수들은 순수하고 맑은 에너지의 춤으로 멈추지 않은 생명력의 시냇물처럼 유려하고 힘찬 에너지를 보여줬다. 또 다른 세상으로의 새로운 기운과 에너지를 발산하며 극장을 가득 메웠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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