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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반전 매력 가진 커피 같은 뮤지컬, ‘힐링하트 시즌 3 : 꼬리 많은 남자’등장인물들의 여러 경험과 그에 따른 연기 변화 지켜보는 재미

하늘의 문이 열리고 빛나는 여우가 보인다. 여우의 꼬리가 하나씩 하나씩 사라지고 결국에는 빛이 나며 사람이 된다. 여우에서 사람이 된 이의 정체는 주인공 ‘차도일’이다. 하늘의 사람들은 ‘차도일’을 축복하며 그를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보내는 의식을 치른다. 단, ‘차도일’이 계속해서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수행해야 하는 미션이 있다. 홍익인간의 정신을 받들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뮤지컬 ‘힐링하트’는 지상으로 내려온 ‘차도일’의 여정을 그린다. ‘차도일’은 여우의 능력이 아닌 진실한 마음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소통하고, 그들을 치유해 나간다. 작품은 다소 무거운 ‘자살’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여러 인물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관객에게 공감을 주고,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이를 통해 나의 도움이 필요한 주변인들은 없는지 돌아보게끔 만든다.

대학로 소규모 뮤지컬의 매력

뮤지컬 ‘힐링하트’가 공연되는 곳은 대학로 SH소극장이다. 소극장 작품임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차도일’, 친구 ‘안달환’ 외의 나머지 모든 역할을 단 4명의 배우들이 소화한다. 한 배우가 나올 때마다 옷을 갈아입고 심지어 성별도 바꿔가며 열연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각 캐릭터마다 주안점을 두는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점을 찾는 것도 재미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차도일’은 친구의 배신 등으로 좌절을 겪고 찻집 ‘지천명’에 들르게 된다. 찻집 ‘지천명’은 관객을 웃음과 감동으로 채우는 장소다. 이곳의 주인 할머니는 찰진 욕으로 관객을 빵빵 터뜨린다. 가족 간의 갈등과 꿈과 현실의 괴리로 힘들어하는 ‘은지’가 부르는 넘버는 애절하다. 작품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인물과 경험을 보여주며 웃음과 감동의 경계를 적절히 넘나든다. 그러나 동시에 캐릭터가 너무 많다 보니 개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무거운 소재, 그러나 보기 불편하지 않은

뮤지컬 ‘힐링하트’는 바리스타 주인공 ‘차도일’이 만드는 커피처럼 여러 향기와 맛을 내는 작품이다. 그저 단순히 쓰기보다는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가진 커피처럼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흥미롭고 보기 편하다.

작품은 ‘자살’이라는 소재를 다룬다. 극 중 ‘정 PD’는 자살을 택하는 이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구상한다. 그러던 중 자살하는 이들의 심정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자살 시도를 하는 장면이 있다. 작품은 ‘붉은 끈’이라는 간단한 소품 하나로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정 PD’는 붉은 끈을 목과 손에 감았다 푸는 과정을 반복하며 괴로워한다. 마치 사신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 옷을 입은 연기자들이 ‘정 PD’를 둘러싸고 압박한다. 그들은 섬뜩한 표정으로 붉은 끈을 잡아당기며 자살을 부추긴다. 이러한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살하는 이들의 심경이 어떨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다양한 캐릭터가 가진 에피소드와 유머는 무거웠던 극의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앞부분에 너무 힘을 쏟아 막상 중요한 부분인 ‘힐링’에 대한 초점이 다소 약하다고 느껴졌다. 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차도일’의 좀 더 구체적인 노력이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작품 속에서 자살하려는 이들을 구하는 것은 ‘차도일’이 가진 여우의 매력이 아니라 인간성이다. 상처받은 이들은 사람을 홀리는 여우 침이 아닌, 인간적인 대화와 소통, 화해와 용서를 통해 ‘힐링’된다. 작품을 관통하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메시지를 어떻게 실천할까. 사람이 된 여우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숙제다.

남가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쏘굿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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