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4.13 화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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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in] 기막힌 남자 수녀들의 합창, 들어보실래요? 뮤지컬 ‘넌센스 A-men’성령 충만 수녀님들, 이번엔 ‘개성 충만’이다!

세상과 차단된 어느 수녀원, 이곳에는 조금 특이한 다섯 수녀가 살고 있다. 최초의 ‘남자 수녀’인 이들은 수녀원에서 터진 식중독 사고로 죽은 동료들의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깐깐하고 엄격한 원장 수녀가 장례비용 일부로 최신 노트북을 사는 바람에 52명 중 48명의 장례만 치러 낸다. 남은 수녀 4명의 영혼은 천국으로 갔지만, 이들의 몸은 무사히 장례를 치를 때까지 수녀원 냉동고 신세를 면치 못한다. 살아남은 수녀들은 이들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전대미문의 장기자랑 쇼를 펼치게 된다.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운 다섯 수녀들의 매력 속으로

레지나 수녀는 ‘호보켄’ 수녀원에서 원장을 맡아 엄격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로 살아간다. 그녀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수녀원의 중심 추를 맡으며 나머지 수녀들을 돌본다. 하지만 이런 그녀에게도 반전이 있다. 몰래 최신 노트북을 질러 버린다거나, 정체불명의 약을 발견하고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냄새를 맡고 해롱거리는 품이 익살스럽다. 레지나 수녀의 반전 매력은 비슷한 패턴의 반복으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극의 형식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객에게 예상치 못한 웃음을 전달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호보켄’의 이인자 휴버트 수녀는 세례명을 남자 이름으로 받아 버린 비운의 여인(?)이다. 레지나 수녀를 돕는 조력자이지만 그의 말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는 장기자랑 쇼를 이끌어 가는 사회자 역할을 하면서 레지나 수녀가 미처 보지 못하는 것까지 챙기는 섬세한 면이 있다. 휴버트 수녀는 재능과 개성 가득한 수녀들이 엄격한 생활에서 꿈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 심리적 매개체다. 인물들의 깊은 속내와 말 못할 갈등까지도 누구보다 먼저 이해하며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엠네지아 수녀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는 귀여운 인물이다.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를 깨닫는 일이 그녀와 다른 수녀들의 숙원 사업이다. 시한폭탄 같은 엠네지아 수녀의 캐릭터는 극에 적당한 긴장감을 더하고 작품의 목적성을 분명히 하는 장치다. 동시에 그녀가 기억을 되찾으면서 수녀원의 장례 문제가 해결되는 열쇠가 된다. 자연스럽게 작품의 서사를 책임지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호보켄’의 악동 로버트앤 수녀는 가장 활발하고 세상 물정에 밝다. 장기자랑 쇼에서 멋들어지게 한 곡 뽑고 싶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과감함 탓에 언더스터디(대역)로 밀려나고 만다. 소년원 출신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가진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역경에 굴복하지 않는 의연함의 대명사다. 작품은 로버트앤 수녀를 통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작품의 대명제를 보다 극적으로 표현한다.

막내 리오 수녀는 발레리나를 꿈꾸는 예비 수녀다.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해 세상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기도 하지만 끝까지 순수함을 잃지 않는 귀여운 철부지다. 리오 수녀는 인생의 향방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우리네 모습과 가장 닮아 있다. 관객은 그녀의 갈등을 지켜보며 각자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인물의 이러한 특성은 배우가 관객에게 대사나 액션으로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내면까지 꺼내 보이며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뮤지컬 ‘넌센스 A-men’은 브로드웨이와 국내에서 대히트를 친 뮤지컬 ‘넌센스’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넌센스’의 여자 수녀들이 좌충우돌 소동을 벌이며 노래와 춤으로 즐거움을 주었다면, ‘넌센스 A-men’은 기막힌 발상의 전환으로 ‘남자 수녀’를 내세워 색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배우들은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게 관객을 매료시키며 웅장하고 장엄한 질감의 남성 5중창을 맛깔나게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개성 넘치는 배우들로 들뜬 연말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레지나 수녀로 분하는 송용태는 뮤지컬 ‘넌센스 A-men’으로 제5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휴버트 수녀 역에는 방송계 스타인 홍록기와 손진영이 낙점됐다. 엠네지아 수녀는 김재만, 리오 수녀는 홍석천과 박준혁이 각각 분한다. 로버트앤 수녀 역에는 송용진과 김남호가 캐스팅됐다. 이들은 수줍음과 능청, 웃음과 감동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이제껏 보지 못한 ‘넌센스’의 새로운 바람을 이끌어 가고 있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팍스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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