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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것이야말로 축제!…발레 ‘호두까기 인형’이동훈-이은원 탁월한 기교 돋보여

설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객석을 메운다. 동화 속으로 찬찬히 빠져드는 어른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하다. 막이 오르면 객석에는 탄성과 박수, 환호가 터져 나온다. 무대는 스노우볼의 눈 내리는 마을처럼 순식간에 환상의 세계로 변신하고, 관객은 부지불식간에 동화 속 세계에 빠져든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커튼콜의 여흥에 들썩이는 사람들의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매년 연말을 장식하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현장은 그야말로 축제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화려하다. 송년 발레에 걸맞은 화려한 동작들과 유려한 군무들의 움직임이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더해진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판타지로 구현해낸다.

 

1막은 어린이 무용수들의 활약이 압권이다. 어린이 무용수들은 극의 초반부 감정 연기는 물론 차분한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어린 마리 역의 박다인은 성인 무용수 못지않은 감정연기와 차분한 발레 실력으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1막의 신스틸러는 단연 ‘호두까기 인형’으로 등장한 어린이 무용수 권나연이었다. 이 역할은 다른 버전에서는 나무인형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에서는 몸집이 작은 어린이 무용수가 맡는다. 근육이 다 자리 잡지 않은 어린이 무용수가 소화하기에 어려운 동작도 척척 소화해내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마리가 꿈속에서 성인이 된 후는 고난도 테크닉의 연속이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동작이 이어진다. ‘호두까기 인형’은 송년 발레라는 타이틀 때문에 어린이 공연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실제론 여타 작품보다 높은 고난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춤을 추는 무용수의 체력적 부담도 여느 때보다 크다.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과 성인 마리는 등장부터 화려한 점프와 도약으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1막의 절정은 ‘스노우’ 장면이다. 마리와 왕자는 크리스마스 랜드로 떠나기 전 마법의 눈송이를 만나 춤을 춘다. 이때 무대의 높이를 꽉 채우는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한다. 관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오는 지점이다. 마리와 왕자는 고난도의 점프를 눈송이 같은 나풀거림으로 소화하며 무대의 사방(四方)을 모두 오가는 활력적인 춤을 선사한다.

‘스노우’ 장면은 군무가 절정에 이른다. 눈꽃송이를 양손에 들고 나타난 ‘마법의 눈송이’ 군무들은 흰색 튀튀를 입고 순식간에 대열과 동작을 바꾸며 경쾌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송이들을 체현해낸 군무의 일사불란한 움직임도 유려하다.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군무의 ‘생동감’이다. 군무는 단순히 주역들을 위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주체로 움직인다. 이들은 다채로운 동작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고, 끊임없이 대열을 바꾸며 또 하나의 무대 장치로 살아 움직인다.

 

2막은 볼거리가 더욱 많아진다. 플라잉 장면과 디베르티스망(춤의 향연)은 놓칠 수 없는 명장면이다. 플라잉 장면은 마리와 왕자가 배를 타고 크리스마스 랜드로 이동할 때, 드로셀마이어의 마법 장면에 걸쳐 펼쳐진다. 플라잉 장면은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극의 화려함에도 일조한다.

디베르티스망은 스페인춤, 인도춤, 중국춤, 러시아춤, 프랑스춤이 등장한다. 각 나라의 민속적 분위기를 살린 안무도 안무지만, 각 국가의 민속성을 살리면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백미인 장면이다.

‘호두까기 인형’의 참된 매력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에서 발산된다.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음악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그의 음악은 간결하면서도 웅장한 맛을 잃지 않는다. ‘천사의 소리’라 불리는 ‘첼레스타’는 극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송년 분위기를 만드는 발랄함과 음률을 만지듯이 그려낸 선율은 매혹적이다.

2막의 하이라이트는 결혼식 장면이다. 주역의 솔로 바리에이션 전에 펼쳐지는 꽃의 왈츠는 푸른빛, 분홍빛, 흰색이 어우러져 찬연했다. 이후 등장한 두 주역, 이동훈과 이은원은 비주얼부터 테크닉까지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이동훈은 정확하고 체공시간이 긴 점프, 흔들리지 않는 회전, 트램펄린 위에서 뛰어오르는 듯한 탁월한 탄력으로 화려한 기교를 마음껏 선보였다. 이은원은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모으는 탁월한 자질을 갖춘 무용수다. 솔로 바리에이션에는 오르골의 인형이 살아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나비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마리의 설렘을 무대 위에 그려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마지막 파드되는 화룡점정이다. 이들은 빠른 스텝을 리드미컬하게 소화하며 작품의 화려함에 정점을 찍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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