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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Flashback. 33] 익숙함을 익숙하게 즐기는 법, 뮤지컬 ‘카르멘’

지금까지의 ‘카르멘’은 ‘호세’의 이야기였다. 원작은 치명적 매력의 ‘카르멘’에 의해 파멸하는 한 남자를 통해 복잡한 인간 내면을 빼어나게 그려냈다. 당연히 모든 이야기의 초점도 ‘호세’다. 반추해 보면, 우리는 이제껏 ‘호세’의 눈에 비친 ‘카르멘’을 보아온 셈이다.

뮤지컬 ‘카르멘’은 다르다. 이번엔 ‘카르멘’이 진짜 ‘카르멘’의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이다. 이번 공연은 전형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카르멘’의 탄생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대중적 멜로디를 뽑아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 화려한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줄로 표현하자면, 뮤지컬 ‘카르멘’은 화려한 캐스팅과 익숙한 이야기 구조가 만들어낸 한 편의 즐거운 대중작이다.

‘카르멘’ 순정파가 되어 돌아왔다

‘호세’는 순결한 여인 ‘카타리나’와 약혼한 사이다. 그는 서커스단과 함께 건너와 마을에 소란을 일으킨 집시 여인 ‘카르멘’을 이송하던 중 그녀의 유혹에 동요한다. ‘카르멘’ 역시 처음으로 자신을 강경하게 대한 이 남자에게 호감을 느낀다. 끊임없이 흔들리던 ‘호세’는 그녀를 보호하려다 살인 누명을 쓴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되고, 점점 위험이 도사리는 열정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뮤지컬 ‘카르멘’은 신파다. 기존작에서 자유를 울부짖었던 집시여인 ‘카르멘’의 모습은 없다. 뮤지컬 속의 ‘카르멘’은 사랑에 울고, 사랑에 다치며, 사랑에 구원받는 ‘여인’이다. 원작 속 자신을 죽이려는 연인 앞에서도 고개를 치켜들던 ‘카르멘’의 오만한 매력은 함몰된 대신 사랑에 빠진 애틋한 여인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새롭게 설정된 다른 캐릭터의 성격도 ‘신파’에 힘을 더한다. ‘카르멘’에 의해 파멸하는 남자 ‘호세’는 주체 의지를 가진 강인한 남성이 됐다. 호세는 순결한 사랑을 버리고, 불타는 사랑의 정열에 몸을 던진다. ‘이 사랑 앞에서 후회하지 않겠다’는 호세의 절절한 고백에 ‘이번만은 사랑을 하고 싶다’고 울부짖는 ‘카르멘’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신파는 중독성이 강하다. 스토리만 보자면 ‘최루성 멜로’라 해도 무방하다. 이 익숙한 멜로물에 힘을 싣는 것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다. 플라멩코의 리드미컬한 리듬을 담은 ‘비바’는 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카르멘’의 절절한 솔로 ‘그럴 수만 있다면’은 대중을 공략하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진가를 잘 보여줬다.

뮤지컬 ‘카르멘’의 무대는 먹거리가 많은 상차림처럼 푸짐하다. 플라멩코의 감각적인 리듬과 곳곳에서 등장하는 마술, 서커스, 실크액트, 저글링은 충만한 오락적 재미가 넘친다. 특히, 2막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서커스단의 오프닝은 ‘쇼’로서 뮤지컬에 충실히 기여한다. 숨결이 살아있는 플라멩코와 군무 장면도 객석의 흥을 돋워내기에 넉넉했다.

뮤지컬 ‘카르멘’의 미덕은 ‘익숙함’이다. 안정적인 이야기 플롯, 운율적인 음조와 율동적인 리듬을 고루 갖춘 대중성 높은 멜로디, 호화로운 무대는 보는 즐거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호세’와 ‘카르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개연성이 고르지 못하고, 마술과 서커스 등의 볼거리가 촘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배우들은 찬연하다. 자칫 길게 느껴질 수 있는 3시간의 러닝타임은 배우들의 열정으로 맹렬하게 버무려진다. 바다는 이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보여줬던 관능적이고 자유분방한 매력을 치명적으로 ‘카르멘’에 덧대어냈다. 대사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디바’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그녀는 찰나의 시간이 얼마나 화려하고 매혹적일 수 있는지를 흔들리지 않는 춤과 노래로 관객에게 진하게 증명했다.

 

정지혜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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