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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38] 연극 ‘필로우맨’

연극 ‘필로우 맨’은 스토리를 분해하고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스토리텔러의 내러티브를 거미줄처럼 엮어내 무대 미장센으로 시각화하면서 캐릭터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스릴러와 추리극이 더해진 블랙코미디였다.

“옛날 옛날 먼 옛날에~~~” 마법 같은 그 말에 어느새 깨끗하고 순한 기대로 충만한 눈망울과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순백의 자세를 잡고, 그 이야기에 점점 빨려 들어가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거나 사르르 잠이 들기를 반복하며 천일야화를 듣는 것 같은 마법에 빠진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순수하게 이야기에 빠져들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했다.
 

그러던 어린아이가 어느새 누군가에게 똑같이 이야기에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깊은 호흡과 변색된 목소리를 이용해 캐릭터를 살리거나 과장하고 속삭이듯 이야기에 입체감을 부여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 때가 있었다.

작품을 보며 그런 개인적인 기억을 되살리기도 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서 또는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들 속에서 본래의 의도나 진실이 퇴색되거나 오염되는 것은 물론이고, 본질은 사라지고 진실이 거짓 포장되어 거짓이 진실인양 탈바꿈하거나 회자되기도 한다.

어느새 당사자는 거짓의 가면에 유린당하며 뭐라 하소연해도 되돌아오는 공허한 메아리마냥 진공의 상자 속에 갇히고 마는 답답함의 감옥 속에서 누구도 꺼낼 수 없는 깊은 수렁의 늪 속을 헤매다가 목을 놓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연극 ‘필로우맨’은 이처럼 우리 사회에 은연중에 자행되거나 만연한 사회풍토를 빙자해 오버래핑 하게 하는 현실 풍자극이기도 했다.

‘필로우맨’의 “잠깐만” 한마디에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도 하고 폭풍을 일으키던 풍랑이 잔잔한 호숫가의 은빛 물결처럼 평온한 시간의 흐름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에게 자살을 돕는 ‘필로우맨’이 될 수도 있고 현실을 직시하는 독수리의 눈을 갖게 할 수도 있으며 어둠속의 밝은 불씨처럼 햇살 같은 희망을 줄 수도 있다. 연극은 그렇게 우리에게 말을 한다. 결국 생각과 행동은 각자가 선택한다.

21세기 천재 작가 ‘마틴 맥도너’의 내러티브를 멋진 무대 미장센과 시각과 청각, 상상력의 마법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무언의 장치까지 설계한 연출가 ‘변정주’의 내러티브가 더해져 연극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자신만의 ‘필로우맨’을 키우게 했다.

2010 창단 이후 늘 진지한 작품과 실험성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의식 있는 네러티브를 무대화하고 있는 노네임시어터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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