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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35] 국립무용단 ‘묵향’

 

다양하고 신선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국립무용단이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신작 ‘묵향(墨香)’을 선보였다.

‘묵향’은 생전 늘 무대에서나 평소 모습에서도 훤칠한 키에 정갈하고 품격 있는 한국 춤을 보여 주셨던 1993년 故최현 선생님의 유작인 ‘군자무’를 바탕으로 2013년 윤성주 안무자의 해석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자칫 사라져 갈 수 있는 춤의 향기를 안무자의 예술혼을 이어받은 제자의 기억과 예술관에 의해 전통의 재창작으로 이어진 것은 굉장히 의미 있고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은 옛 선비들의 덕과 학식을 가진 인물을 ‘사군자(四君子)’라 칭하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이미지를 몸의 언어로 구체화한다. 각 꽃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이미지와의 교합을 통해 고고한 선조의 품성과 인품을 잘 펼쳐진 화선지에 붓으로 글자를 써 내려가듯 환 획 한 획 정성 들여 조심스러운 디딤새로 시작해 열정 가득 온몸으로 그려 내었다.

무대 위에 펼쳐진 4개의 화폭 위로 세상을 보는 군자의 시선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대표하는 꽃들을 힘 있거나 정제된 소박함으로 아주 소담스럽고, 고요하고 은은한 묵향(墨香)처럼 오롯이 극장을 채워 나간 것이다.

무대 위로 흐르는 산조와 우아하고 청아한 정가의 선율에 선비의 정갈하고 우아한 춤사위의 미덕에 어느새 홀린 듯 빠져들었다. 단아한 화폭에 세련된 정제미로 무대는 깨어나고 빛을 발했다.

마치 故최현 선생의 현신인 양 하얀 도포를 입은 12명의 남성 무용수들의 정갈한 디딤새와 중후한 무게감은 그동안 Tm러져있던 대지의 기운을 일으켜 세우듯 서서히 강인한 에너지를 발휘했다. 특히, 센터에서 춤을 추는 조재혁의 춤사위는 순간순간 생전의 故최현 선생님을 오버래핑하게 했다. 오죽(烏竹)에서 대나무를 이용한 활달한 남성적 점프의 움직임은 모두에게 새로운 기상과 힘찬 에너지로 시대를 이끌어 갈 예술가의 발돋움으로 생각하게 했다.

 

단지 음악적으로 라이브 연주로 인해 생동감과 현장감을 더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명에서도 국부적으로 조명하거나 전체를 보여주는 데 국한하지 않고 때로는 전체 구성을 돋보이게 하거나, 춤사위에 집중하거나, 전체적인 빛의 톤에 대한 밸런스가 구체적인 라인과 품새를 돋보일 수 있는 빛의 선으로 이루어졌다면 더 좋았겠다 하는 개인적인 취향의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영상에서도 단아하고 미니멀한 세트와 조합된 이미지는 좋았지만 너무 기본적인 것만을 유지한 것 같아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패턴이나 문양에서도 약간의 허전함이 배어났다. 춤과 음악, 무대, 의상이 잘 어우러진 무대 미장센으로 하나의 춤사위와 춤의 상태로 나타나며 더 묵직한 춤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그럼에도 故최현 선생의 성품이 담긴 춤사위를 오늘에 되살리고, 고고한 선비정신과 전통춤의 호흡에 입각해 선비의 기상과 기개의 춤사위를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 깊이 있는 국립무용단의 무대에 박수를 보낸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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