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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추어지는 것이다” 벽파 박재희와의 이야기50주년 기념으로 무용극 ‘강산연파’ 준비

 

연극이나 뮤지컬의 인기도 높지만 무용에 대한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재 다양한 무용작이 도처에서 공연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벽파 박재희가 준비한 무용극 ‘강산연파’가 주목된다. 이번 공연은 벽파 박재희의 춤 50주년 기념공연이다. 표는 그녀의 명성에 걸맞게 벌써 다 매진이 됐다. 무용극 ‘강산연파’는 11월 21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벽파 박재희는 50년이나 전통무용에 매진해왔다. 그녀가 전통무용계에 미친 영향은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현재 그녀는 많은 무용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차세대 전통무용가들의 양성에 힘을 쓰고 있다. 그녀의 이번 무용극 ‘강산연파’와 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 무용을 시작한 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전통무용에 매진한 지 50년이나 됐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지 않고 무용 하나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이렇게 무용에만 집중하며 살아온 사실 자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사람에겐 개인적인 사정, 건강문제, 주변 환경의 문제로 꿈을 저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다행이라 생각한다.

 

- ‘강산연파’의 의미에 대해 묻고 싶다.

 

‘강산연파’는 강과 산, 그리고 퍼지는 물결을 의미한다. 강산은 그냥 가만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영원한 파동이 존재한다. 강산엔 무한한 시간이란 요소와 그것을 아우르는 공간이 있다. 그 안에 정적이지 않은 동적인 존재가 항상 숨을 쉰다.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이 하나로 아우러지는 느낌을 ‘강산연파’라는 말에 담았다.

 

이는 우리의 몸 혹은 인생과 비슷하다. 우리의 몸은 멈춰 있지만 마음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그 마음에 동하여 우리의 몸이 움직인다. 이는 50년을 무용해온 나의 삶의 모습과 닮아있다. 춤은 나의 마음에 흐르고 그것이 나의 몸을 움직인다. 나의 춤과 함께한 인생을 말하고자 ‘강산연파’라는 말을 제목으로 붙이게 됐다.

 

 

- 김종길 시인의 ‘바다로 간 나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들었다.

 

시에 나오는 나비의 여정에 모티브를 얻었다. 나비는 끊임없이 날아간다. 모든 것들을 보고 듣고 만지다가 바다라는 자신의 이상향에 도달한다. 이는 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깊은 산 속의 옹달샘에 있던 물은 계곡을 지나고 고을을 감싸는 강에서 흐르다가 마지막에 온 세상을 품은 바다로 다다른다.

 

나는 예술가로서 춤이라는 것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나의 삶이 작품 속 나비의 여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끊임없이 한 예술을 추구하며 달려온 생은 인생의 진리를 깨우치려는 구도자의 행보와 닮았다. 나의 춤도 그렇다. 나의 작은 몸에서 비롯된 몸짓이 바람처럼 흐르며 만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김종길 시인의 시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전작과 비교해 다른 특징이 있다면?

 

무용극 ‘강산연파’는 내가 전에 안무했던 작품들의 인물들과 춤을 요약해 제자 5명이 공연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것을 재창조한 작품이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나의 예술을 이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방식은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라 기대된다. 좋은 결과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내가 운영하는 ‘벽파춤연구회’와 ‘박재희 새암무용단’ 두 단체와 함께 작업했다. 원래 이때까지 각 단체가 따로 공연을 준비했는데 50주년 기념으로 함께 작업에 임했다. 그래서 그 의미가 더 깊고 공연도 이전과 달리 더 좋을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와 관객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 다섯 명의 제자들과 함께 작업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하나의 작품을 5명의 안무가가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작품은 최종적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5명이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이 다 다르고 내용도 많다. 그 다양한 것들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부분이 어려웠다. 5명의 제자가 한마음이 되고 호흡을 맞춰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 부분을 고려하여 작품을 조율했고 잘 마무리가 되었다 생각한다.

 

- 무용가로서의 철학이 궁금하다.

 

예술은 사람에게 정신적인 자유로움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미학적인 관념을 더 상승시켜주는 것이다. 춤도 예술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춤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거울이며 인간과 가장 밀접한 예술이다. 춤을 춘다는 것은 추는 것이 아니라 ‘추어지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인위적인 꾸밈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좋은 춤을 추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먼저 가다듬어야 나올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수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그 마음이 자연의 모습에 닮아가고 무아의 경계에 다다르는 것이 춤의 정점이라 생각한다.

 

 

- 한국 무용 예술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나라의 무용이 굉장히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이전보다 전통춤의 관심도 높아졌고 창작무용과 전통무용을 접목한 공연도 활성화됐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 가지 염려되는 점은 전통무용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서두르다 보면 하나도 성취하기 힘들다. 무용계의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나하나를 성취해나가며 성장하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 사회 분위기가 모든 것을 조급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성취하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은 현 세태를 쫓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조금씩 걸어나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벽파 박재희의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하다.

 

故한영숙 선생님의 제자로서 선생님의 춤을 계속 계승해가는 것이 나의 목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특히 ‘태평무’를 더욱 발전시키며 계승해가고 싶다.

 

전통무용을 더욱 활성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으로 우리의 전통무용이 세계의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우리나라의 고대 무용사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고대 무용사의 논문들을 정리하고 더 연구하여 고대 무용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조원재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사)벽파춤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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