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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도장 찍기 전 꼭 봐야 할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극단 ‘나는세상’ 김영순 대표와 나눈 연극, 사람, 관계 이야기

얼마 전부터 TV 드라마, 영화에 ‘중년 파워’가 거세다. 류승룡, 김윤석, 김해숙 등의 스타들이 보여주는 부성애(모성애)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최근 공연계도 ‘중년 파워’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가 초연된 지 5개월 만에 다시 대학로를 찾았다. 작품은 11월 6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는 신생 극단인 ‘나는세상’의 작품이다. 작품은 극단 ‘나는세상’ 김영순 대표가 쓰고 연출했다. 재공연이 오른 지 사흘만인 11월 9일, 김영순 대표와 함께 작품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미국 뉴욕대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귀국 후에는 어떤 길을 걸어왔나?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0대에 미국에 건너갔다. 어학부터 다져야 해서 밤을 새워 공부했다. 3학기 어학연수 후 뉴욕대에 입학했다. 11년 동안 미국에서 연극 공부를 마치고 5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 여러 곳에서 강의와 작품 활동을 하다가 1년 전 극단 ‘나는세상’을 만들었다.

‘나는세상’이라는 극단명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나 자신이 주인공인 세상, 그리고 세상을 향해 날아간다는 뜻이다. 극단 ‘나는세상’은 이 세상 곳곳에 숨겨진 수많은 ‘나’를 주제로 하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 우리나라 공연계에 라이선스 작품이 많다. 극단 ‘나는세상’은 우리만의 작품을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날아가고 싶다.

-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는 어떤 작품인가?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는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형식이다. 전통 연극은 어떤 사건을 바탕으로 기승전결이 이루어진다.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는 주제별로 장을 나눠 ‘수다’의 형식으로 펼쳐진다. 앞 장과 뒷 장이 전혀 다른 내용이다.

작품의 형식이 낯설어서 그런지 기획사에 제작을 건의했는데 거절을 당했다. 그래서 직접 제작하게 됐다. 작품을 수정하는 동안에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장면과 이야기들을 끌어냈다. 사람들이 한 번씩 경험했을만한 이야기를 담았다.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는 특히 30대 이상의 중장년 관객들이 좋아하신다. 20대 관객들은 아직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극중 부부의 모습을 통해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모든 장마다 관객들의 ‘자기 이야기’가 녹아 있다. 일상 언어를 가감하지 않고 대사를 만들어 관객들도 공감해 주신다.

-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과 아내, 부모님과 자식, 친구 간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이 기쁨과 행복만은 아니다. 관계에는 고통도 따라온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너무 욕심을 부려 무거운 사랑을 요구하곤 한다. 서로를 옭아매는 것을 내려놓고 자신부터 들여다보자고 말하고 싶다. 공연을 본 관객들이 자신과 등장인물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다’,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다’는 점을 느끼길 바란다.

작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코드가 녹아 있다. ‘관계’의 본질을 무겁게 풀어내지 않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배우의 공이 컸다. ‘영호’ 역을 맡은 김성기 배우는 그간 뮤지컬 ‘돈키호테’, ‘살짜기 옵서예’ 등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등 연륜이 깊다. 전성애, 김선화, 양꽃님 배우도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웃음의 지점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감동까지 이끌어낸다.

- 일상적인 이야기를 글로 풀어나가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찜질방에서 먹고 자며 3개월간 리서치를 했다. 거기서 대사로 쓸 ‘보편적인 언어’를 얻어냈다. 주부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KBS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도 밤새 돌려서 봤다. 우리 가정이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 애환, 기쁨 등을 탐구했다.

저는 결혼을 안 했다. 엄마, 아빠 이야기는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낼 수 있었지만 시댁 이야기를 쓰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나이 많은 남자들의 성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결혼한 배우들이 며느리 또는 시어머니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었다.

- 연습실에서 손수 밥을 지어먹으며 동고동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에피소드도 있는지?

연습실에서 밥을 지어먹자는 아이디어는 김선화 선생님이 냈다. 음식도 잘하시고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다. 김선화 선생님이 손수 밥과 반찬을 해오시다가 나중에는 아예 밥솥을 갖다 놓고 식사를 만드셨다. 배우들이 ‘오늘 메뉴가 뭐냐’며 흥미를 갖고 연습에도 즐겁게 임했다. 이 과정에서 모두가 함께 식탁의 사랑을 나누며 더욱 친밀해졌다.

이혼을 생각했던 부부가 공연을 보고 마음을 돌린 일도 있었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는데 무대 위 부부의 모습을 보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부는 공연이 끝나고 화해의 술 한잔을 나누었다고 한다. 나중에 극단으로 전화를 하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초연 때 함께 했던 배우들도 공연 후 다른 곳에서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연출가로서 부족한 점이 많아 아쉬웠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극단 나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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