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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용제’는 예술가로서 지경 넓힌 기회” 박시종, 이혜경 무용가 인터뷰지난 ‘서울무용제’에서 대상 거머쥔 수상단체를 만나다

10월 29일, 한국 무용계 최대의 축제 ‘제34회 서울무용제’가 성대한 개막식을 치렀다. ‘서울무용제’는 무용인의 길을 걷는 모든 이에게 늘 선망의 대상이다. 서른네 살을 먹은 ‘서울무용제’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 17일까지 국내 무용인의 가슴을 설레게 할 예정이다.

‘서울무용제’는 경연부문에서 우수한 공연을 펼친 무용자(단체)들에 여러 상을 수여한다. 많은 이들이 벌써부터 올해 ‘서울무용제’ 대상을 누가 안을지 관심이 크다. 지난 두 차례 ‘서울무용제’ 대상은 모두 한국무용에 돌아갔다. ‘제32회 서울무용제’에는 이혜경(이혜경&이즈음무용단)의 ‘여우못’이, 이듬해인 ‘제33회 서울무용제’에는 박시종(박시종무용단)의 ‘나와 나타샤와 나귀’가 각각 대상을 탔다.

올해 ‘서울무용제’에는 지난번 대상을 수상한 두 단체가 초청 공연을 펼친다. 이혜경&이즈음무용단은 10월 31일 초청공연에서 ‘제32회 서울무용제’ 대상수상작 ‘여우못’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섰다. ‘제33회 서울무용제’ 대상을 받은 박시종무용단은 수상작 ‘나와 나타샤와 시인’ 부분 공연으로 이번 서울무용제 시상식 무대를 장식한다. 각각 두 무용단체를 이끄는 이혜경, 박시종 무용가를 10월 29일 ‘제34회 서울무용제’ 개막식 현장에서 만났다.

- 두 분 모두 지난 ‘서울무용제’ 대상 수상자로서 주목을 받았다. 수상 이후 어떤 활동을 하며 지냈나?

박시종: 바쁘게 지냈다. 작년 11월 ‘서울무용제’ 대상 수상 이후 바로 12월에 개인발표회 ‘사랑나눔’ 공연을 했다. 매년 참가하고 있는 ‘사랑나눔’은 기부 형식으로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연이다. 올해는 아르코 예술극장, 두레쉼터 등에서 공연했다. 개인발표회  등 소소한 공연들도 이어 왔다. 작년 대상 수상 이후로 활동 범위가 늘어난 것 같다.

이혜경: ‘제32회 서울무용제’ 대상을 받고 한두 달 후에 출국했다. 1년 반 동안 폴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는 직업 예술 단체에 우리 무용단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바로 몇 주 전에는 ‘2013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국내초청작 공연을 마쳤다. 내년에는 우리나라의 국립무용단과 같은 오스트리아 린쯔 주립무용단 안무를 맡아 곧 작업에 들어간다. 40세의 나이에 중책을 맡게 돼 영광이다. ‘서울무용제’가 발판이 되어 지금의 안무적인 성과가 이루어졌다.

- 이번에 ‘제34회 서울무용제’의 초청을 받아 개막식에 참석했다. 개막식을 본 소감과 기존 수상자로서 이번 서울무용제에 기대되는 점이 있다면.

박시종: 수상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오늘 이곳의 문을 들어설 때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또 다른 수작(秀作)이 나올 거라는 기대 때문에 설렌다. 전년도 수상자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서울무용제’는 개막식 축사 말씀처럼 축제와 경연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다. 무용인들에게는 영광스러운 선망의 축제이기도 하다.

이혜경: 박시종 선생님 말씀대로 개막식 내내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2년 전 이 무대에 올랐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서울무용제’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모두 동시대를 사는 예술가들이다. 이번에는 어떤 아티스트가 수상의 영광을 거머쥘지 기대가 크다. 올해도 좋은 안무자가 배출될 것 같다.

- ‘서울무용제’가 본인을 포함한 무용가들에게 끼치는 영향과 의미가 특별할 것 같다.

박시종: 엄청나다. ‘서울무용제’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무용계의 역사를 대변하는 페스티벌이다. 무용학도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이고 저에게도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서울무용제’는 제가 한국무용가로서 새로 태어나는 계기와 시간을 마련한 것처럼 많은 무용가에게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서울무용제’는 창작무용제의 산실이다. 국내 무용가들이 가장 선망하는 자존심의 무대기도 하다. 이전에 스승이신 박재희 교수님 작품에 무용수와 조안무자로 ‘서울무용제’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 스승님의 안무작 ‘황토누리’가 여러 상(우수작품상, 안무상, 연기상)을 받았지만 대상은 받지 못했다. 기뻤지만 아쉽기도 했다. ‘서울무용제’는 그만큼 모든 무용가에게 꿈이고 희망이다.

이혜경: 순수예술에도 트렌드가 있다. ‘서울무용제’는 이러한 경향을 만들고 주도하는 공장 같은 곳이다.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걸 맘껏 만들고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년에 이러한 기회를 얻어 예술가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컸다. 현재 독립예술가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저를 포함한 많은 독립예술가들이 큰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다. ‘서울무용제’는 여건이 어려운 독립예술가들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고마운 곳이다.

‘서울무용제’는 안무자로서 지경을 넓힌 기회가 됐다. 상까지 주셔서 큰 힘이 됐다. 수상을 통해 인정과 칭찬을 받았던 곳이라 의미가 더 크다. 지난 ‘서울무용제’에 참가할 때 한국무용을 전공하면서 목말랐던 부분들도 많이 해결됐다. ‘서울무용제’는 한국무용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서 국제적인 교류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진취적인 사고를 갖게 해 주었다.

- 이혜경 무용가(이혜경&이즈음무용단)는 ‘제32회 서울무용제’에서 한국무용 ‘여우못’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초청 공연에서 혹 새로워진 부분이 있는지?

이혜경: 이번 ‘서울무용제’에 초청을 받고 바로 재작업에 돌입했다. 초반에는 최대한 원작의 레퍼토리를 보존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처음 작품을 준비할 때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갈수록 바쁘게 작업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도 됐다. 지켜봐 주시는 관객들이 있어 처음 경연을 준비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재작년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오랫동안 가족처럼 함께 일해 온 스태프진이다. 둘째는 작품을 같이 한 무용수들이 제자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나의 메소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셋째는 노력으로 작품의 퀄리티에 방점을 찍었다.

- 박시종 무용가(박시종무용단)는 한국무용 ‘나와 나타샤와 시인’으로 ‘제33회 서울무용제’ 대상을 받았다. 이번에는 ‘제34회 서울무용제’의 대미를 장식하는데, 어떤 무대를 펼칠 예정인가?

박시종: 작년에 무대에 오른 지 얼마 안 돼 이번 ‘서울무용제’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됐다. 이번에는 ‘나와 나타샤와 시인’ 중에서 일부 장면만 선보이게 된다. ‘시인’과 ‘나귀’ 역으로 분하는 남자무용수의 듀엣 무대다. 작년에 ‘나귀’가 화제였다. 최근까지도 ‘나귀’ 역을 맡은 무용수의 움직임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제자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번 무대가 전작(全作) 공연이 아니라 아쉽다. 하지만 잠깐이나마 작년의 환상적인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것이라 믿는다.

작년에 대상의 영예를 받은 데는 무용수들의 공이 컸다. ‘나와 나타샤와 시인’ 팀은 객원 무용수 없이 대부분 10~11살 때부터 가르쳤던 친구들이다. 모두 신뢰와 믿음으로 똘똘 뭉쳐진 팀워크를 보여줬다. 개인 연기자들도 우수했지만 전체적인 앙상블이 잘 이루어졌다. ‘나와 나타샤와 시인’ 스태프들도 20년 이상 함께한 사람들이다. 어느 하나 쉽게 한 것이 없다.

- 두 무용가(단체) 모두 지난 서울무용제 대상 수상에 힘입어 이번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박시종: 무용가로서 최고의 상을 받았기에 지금은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려는 생각이 더 크다. ‘서울무용제’에서의 수혜를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 이제는 인정받은 저희들이 순수무용을 대중화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이 과정이 다른 무용가들에게 귀감이 되고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에 주력하려 한다.

이혜경: 저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웃음) 이번에는 지난 ‘서울무용제’에서 경연을 펼치던 팀들과는 또 다른 판이 벌어진다. 다시 한 번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대로 독립예술가들이 무대에 서는 일이 쉽지 않다. ‘서울무용제’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많은 후원을 해준 곳이다. 수상보다는 값진 도움을 받아 새로운 작품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번에 초청을 받아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되어 감사하다.

- 지난 ‘서울무용제’ 경험자로서 ‘제34회 서울무용제’를 즐기는 팁을 설명해준다면.

박시종: 어릴 때부터 경연을 많이 했다. 올해 ‘서울무용제’ 무대에 오르는 분들이 얼마나 애를 태울지 안다. 꼭 이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아까 어떤 안무가를 만나 ‘파이팅!’을 외쳐 줬다. 작년 이곳에 왔을 때는 전년도 수상자들에게 ‘정말 좋으시겠어요’ 라는 부러운 인사말을 건넸다. 올해는 다른 무용수들이 저에게 같은 인사를 건네는데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서울무용제’에는 국내 최고의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참여한다. 그래서 항상 기대가 크다. 축제와 경연이 어우러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 연출된다. 이곳을 찾는 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시면 될 것 같다. 즐거움과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도 느낄 수 있다. 보시는 분들의 취향이 다르니 경연에 오르는 팀마다 어떤 모습을 펼칠지 기대하셔도 좋다.

이혜경: 작품, 아티스트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좋은 안무자들은 그만의 색깔이 뚜렷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 무용계가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동안 많은 아티스트의 색깔이 분명하지 않았던 점도 있다. 이번 ‘서울무용제’를 보실 때는 각 아티스트의 색깔을 찾아보는 재미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두 단체가 앞으로 펼칠 활동 계획과 비전에 대해 말해준다면.

박시종: 크고 작은 공연이 봇물처럼 계속된다. 올 11월에는 스승이신 박재희 교수님의 50주년 기념 공연도 펼쳐진다.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시작한 작은 공연들도 이어진다. 앞으로는 예술가로서 사회에 귀감이 되는 일들을 하고 싶다. 무용계의 아름다운 풍토를 만드는 데 힘쓰고자 한다.

이혜경: 이번 ‘서울무용제’가 끝나면 내년에 있을 공연 연습에 돌입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한국에 없을 것 같다. 4월에는 독일에서, 6월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후 오스트리아 린쯔 주립무용단에서 발레 ‘결혼’(스트라빈스키 作)의 안무를 맡는다. 1부는 현지 무용단장이 안무를 하고 2부를 제가 맡는다. 앞으로 이혜경&이즈음무용단, 더 넓게는 한국무용의 우수성을 국제무대에 널리 알리고 싶다.

노오란 기자_사진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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