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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와 신념 있어야 진짜 예술인” 백제예술대학교 이상민 교수예술인에게 동료와의 협업 정신은 대중을 이해하는 기본

예술의 역사는 길다. 예술이 방송 등을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기 시작한 시기는 오래 되지 않았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바람이 불면서 많은 학생들이 대중예술인을 꿈꾼다. 이들은 각종 매체에서 대중예술을 경험한다.

꿈은 크지만 확실하지 않은 미래 때문에 주저하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고3 학생이라면 더욱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진정한 예술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이상민 교수를 만나 국내 대중예술계에 대한 진단, 예비 예술인들이 꿈을 이루는 방법을 들어봤다.

예술계 스승이자 선배로서 들려주는 이야기

이상민 교수는 교편을 잡는 스승이지만 예술계 선배이기도 하다. 그는 제자, 후배들에게 ‘예의’를 첫 번째로 가르친다. 이상민 교수는 “현장에서 일을 하려면 가정과 학교, 나아가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돼야 한다. 지식 전달은 그 다음”이라고 조언했다. 이상민 교수가 졸업한 제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교수님이 첫 시간부터 예의를 강조한 것이 현장에서 가장 도움이 됐다’는 말이다.

이상민 교수가 ‘예의’ 다음으로 중요시 하는 것은 ‘신념’이다. 그는 “예술은 ‘직업’보다 ‘꿈’이다. 예술이 직업이 될 순 있지만 한 번 선택한 이상 다른 분야로 전환하기 힘들다. 예술 분야로 진로를 잡을 때 신중해야 한다. ‘이 길이 내 길인가’를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화려하고 멋있어서’,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서’ 등의 이유는 적합하지 않다. ‘내가 예술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먼저다. 예술인으로 살아가다 부딪치는 고난의 순간들을 이겨내는 방법은 ‘신념’이다. ‘신념’이 확고해야 험난한 예술인의 길을 후회 없이 헤쳐 나가고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술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은 부모님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상민 교수도 연극영화과에 진학할 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는 “진정성을 보여 부모님을 설득했다. 가장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았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예술을 하고 싶다면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부딪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다면 자기가 선택한 분야의 전망을 제대로 파악하고 전달해야 한다. 이상민 교수는 “학부모와 상담을 해 보면 ‘아이가 뜬구름만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 자녀가 예술인의 길로 들어섰는데 스타가 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것”이라며 “부모님을 설득하려면 자신이 스타가 되지 못할 경우의 대안이 있어야 한다. 예술은 과거에 비해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단계에 올랐다. 스타가 되지 않더라도 학교나 학원에 취업하는 등 다양한 진로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잘 설계해서 부모님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중예술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다. 하지만 공연, 방송계 종사자들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는 이상민 교수가 25년 전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에도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이상민 교수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예술인의 처우개선이다. 공연예술계의 작업 강도는 노동력 착취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제가 개선되려면 공연계의 상층부, 즉 수익을 가져가는 사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예술인 노조가 활발해 단체 협상을 한다. 예술의 특수성을 감안한 상태에서 최소 8시간을 연습하고 초과 시간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한다. 이상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예술계에 ‘근무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다. ‘예술계는 원래 이렇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며 “물론 예술인에게는 고난의 단계, 담금질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불합리한 시스템을 자꾸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했다.

이상민 교수는 협력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할리우드 유학 생활을 회상했다. 그는 “유학 시절, ‘할리우드는 자본이 아닌 의리로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보다 협력 정신이 훨씬 중요하다. 할리우드에서는 개런티를 받지 않고 서로 일을 해 주는 경우가 많다. 대신 일로써 얻은 빚은 일로써 갚는다는 원칙이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팀’과 ‘군단’이 형성된다”고 언급했다.

이상민 교수는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예술인 지망생들이 비주얼 등 외형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다. 학교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콘텐츠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단편적인 지식보다 생각하는 방법을 먼저 터득하듯, 예술인 지망생들도 주변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방법론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민 교수는 “예술가는 대중을 배제하고 나갈 수 없다. 학생들 스스로 대중과 호흡하고 대중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자’에서 ‘스타’가 된 사람들

이상민 교수는 백제예술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많은 스타를 가르쳤다. 그는 개그맨 김병만, 안영미, 김대성과 가수 백지영의 학창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상민 교수는 “김병만은 세 번의 시험 끝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열심히 훈련하다 보니 연기와 무술에도 재능을 보였다. 김병만은 KBS ‘개그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뒤 후배 양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개그맨 김병만은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모교인 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의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가수 백지영은 재학 당시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이었다. 이상민 교수는 그에 대해 “굉장히 성실한 학생이었다. 데뷔 후에도 학교에 빠지지 않고 후배들을 챙겼다”며 “백지영은 방송에서의 모습과 실제 성격이 다르지 않다. 소탈하고 의리가 있다. 자기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에게는 개런티를 받지 않고 행사를 다니기도 한다”고 전했다.

개그맨 안영미는 학교 다닐 때부터 ‘남을 웃기는 것’에 재미를 붙인 학생이었다. 이상민 교수는 “안영미는 본인이 사람들을 웃기지 않으면 그 자리를 못 견뎠다. 연기도 잘해서 다양한 배역들을 많이 소화했다. 어떤 캐릭터를 줘도 마다한 적이 없었다”며 “지금의 안영미는 다른 개그맨, 연기자에 비해 끊임없이 캐릭터를 변신시킨다. 끼가 많아 영화나 MC 등 다른 분야로도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친구다”라고 전했다.

이상민 교수는 개그맨 김대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김대성은 재학시절 연극공연에 열심히 참여하는 성실한 제자로 기억한다. 늘 웃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끊임없이 자기단련을 해 KBS 공채 개그맨이 됐다”며 “김대성은 유명해진 뒤에도 한결같이 자기계발에 열중이다. 영화나 드라마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예술인 꿈꾼다면 체계적 교육 받아야

이상민 교수가 몸담고 있는 백제예술대학교는 대중예술에 특화된 학교다. 실용예술을 중심으로, 이론보다는 실기 위주로 가르친다. 재학생들이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백제예술대학교의 교육목표는 재능 있는 학생들을 육성해 쓰임새 있는 예술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백제예술대학교의 학과는 크게 공연영상, 음악, 디자인 3가지 분야로 나뉜다. 학자나 교수 등 학문적인 진로보다는 방송 현장이나 무대 위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백제예술대학교에 진학한다. 공연영상예술분야는 영화감독, 연기자, 영상 제작·편집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음악분야도 기초적인 교육과 함께 무대의 경험과 자질을 쌓는 교육과정이다.

예술대학에서는 ‘예술’의 특수성과 함께 ‘학교’라는 보편성도 간과할 수 없다. 백제예술대학교는 학생들에게 광범위한 학문적 견문을 제공하기 위해 3년 전부터 ‘문화콘텐츠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콘텐츠학부는 신입생이 아니라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예술인에게 부족할 수 있는 인문과학 기초지식을 보강한다. 사진, 디자인, 공연예술, 영상예술 등 각 분야 전공자들이 함께 모여서 문화콘텐츠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담론을 형성한다. 이상민 교수는 문화콘텐츠학부에 대해 “예술은 그릇이고, 안에 담기는 것은 문화콘텐츠다.  문화콘텐츠학부는 전공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백제예술대학교는 문화콘텐츠학부 외에도 최근 예술계에서 불고 있는 융합, 멀티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상민 교수는 “전공별로 지도교수는 다르지만 미디어음악, K-POP 전공 학생들과 방송제작 전공 학생들의 협업이 활발하다”며 “학생들이 프로 세계에 가면 전공과 상관없이 다 같은 동료가 된다. 미리 훈련이 필요하다. 예술대학은 종합대학과 다르게 관련 학생들만 모여 있다. 함께 일하다 보면 일에 대한 감각도 맞춰나가고 자연스럽게 작품 활동에도 뛰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노오란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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